凝 003
사람이라는 축으로, 한번 증명해보고 싶었어요
조성민
초기 스타트업 HR 매니저 · Codepresso · 채용과 조직문화

조성민님의 링크드인 프로필 한 줄은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을 HR로 기여합니다.”
그 일의 한가운데에는 지금 많은 직무가 마주한 질문이 놓여 있었습니다. 내가 하던 일을 AI가 대신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으로 남을 수 있을까. 반복되는 업무를 덜어내고, 판단의 근거를 정리하고, 매일 조금씩 자기 일을 기계에 넘기는 시대. 조성민님도 그 흐름 안에서 자신의 일을 자동화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조성민님은 그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선 자리를 비워가는 것처럼 보이는 그 과정 속에서, 오히려 사람이 더 오래 머물러야 할 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조성민님은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기려 하는 걸까.
그 물음을 들고 마주 앉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초기 스타트업에서 HR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조성민입니다.
처음엔 서비스 운영과 기획에서 출발했는데, 여러 초기 스타트업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HR로 역할을 옮겨왔어요. 지금은 코드프레소에서 채용과 조직문화를 맡으며,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사람의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HR은 제도를 잘 운영하는 사람이라기보다, 회사가 지금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 그 문제를 함께 풀 사람은 누구인지, 팀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반복되는 채용 업무와 면접 준비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는데요. 그 목적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더 잘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데 있어요. 초기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에, HR이 '사람'이라는 축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01
첫 번째, 일의 실체
덜어내는 일
Q. 채용 업무에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세요?
채용 업무에서는 반복적으로 시간이 많이 드는 부분에 AI를 활용하고 있어요. 지원자 이력을 정리해두고, 1차 면접에서 확인해야 할 질문을 뽑거나, 면접 후에는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핵심 인사이트와 다음 면접에서 추가로 확인할 질문을 정리하는 식이에요.
다만 AI가 채용 판단을 대신한다고 보지는 않아요. 사람이 더 잘 판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료를 정리해주는 역할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후보자의 강점이나 추가로 확인해야 할 지점을 구조적으로 정리해주기 때문에, 이후 검토나 최종 판단을 하시는 분들이 더 빠르게 맥락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력서를 하나하나 읽고 후보자별 질문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 지금은 채용 목적과 기준만 잘 정리해두면 10분에서 15분 안에 기본 준비가 가능해졌어요. 저는 그 내용을 검토하고 실제 맥락에 맞게 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AI를 활용해 면접 내용을 정리하거나 후보자를 평가할 때,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시나요?
AI를 활용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최종 결정을 하시는 분들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실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면접이 끝난 뒤에는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보다, 후보자의 답변에서 어떤 부분이 핵심이었는지, 강점이나 추가로 확인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다음 면접을 이어가거나 최종 판단을 해야 하는 분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후보자를 이해해야 하잖아요. 그때 전체 이력서나 답변을 처음부터 다시 보지 않아도, 정리된 코멘트와 핵심 포인트만으로 후보자의 맥락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AI 활용은 꽤 만족스러워요. 면접 내용을 더 구조적으로 정리할 수 있고, 최종 의사결정에 필요한 근거를 보다 신뢰성 있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단순한 기록 보조를 넘어서, 판단을 돕는 자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Q. 그렇게 확보된 시간은 주로 어떤 일에 쓰시나요?
지금 단계에선 자동화할 일이 아직 많아서, 그 여유를 또 다른 자동화를 설계하는 데 쓰고 있어요. 다만 제가 멀리 보는 방향은 조금 달라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만 하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아무리 좋은 구조화 면접을 설계해도, 실제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건 리더분들이에요. 그분들이 그 면접을 잘 활용하시도록 돕는 건 메일 한 통보다,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고요. 그래서 시간이 생기면 그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접촉에 더 비중을 두려고 해요.
지금 단계에서는 아직 자동화할 수 있는 일이 많아서, 줄어든 시간을 또 다른 자동화를 설계하는 데 쓰고 있어요. 반복되는 업무를 하나씩 덜어내면서, 사람이 더 집중해야 할 영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다만 제가 궁극적으로 보고 있는 방향은 조금 달라요. 결국 채용에는 사람이 판단해야만 하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좋은 구조화 면접을 설계해도, 실제로 후보자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건 사람의 몫이에요. 그래서 시간이 생기면 단순한 행정 업무보다는, 면접을 진행하는 분들이 그 구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직접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데 더 쓰고 싶어요. 메일 한 통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 맥락을 공유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으니까요.
결국 좋은 사람을 뽑는 일 자체는 완전히 자동화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AI가 덜어준 시간만큼, 사람이 해야 하는 접촉과 판단의 영역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02
두 번째, 태도
직접 부딪혀 보는 마음
Q. 앞으로 다이렉트 소싱에 AI를 활용하기 위해, 먼저 어떤 기준을 세우고 계신가요
도구를 바로 꺼내기보다는 먼저 제가 직접 후보자를 찾아보는 편이에요. 채용 플랫폼에 조건을 입력하면 인재를 추천해주는 기능도 있지만, 처음부터 그 결과에 의존하지는 않아요.
우선 링크드인에서 게시글이나 프로필을 직접 살펴보면서, 제가 왜 이 사람을 괜찮다고 느꼈는지 확인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경험을 좋게 봤는지, 어떤 표현이나 커리어 흐름에서 가능성을 느꼈는지를 제 안에서 먼저 정리하는 거죠. 그 기준이 어느 정도 잡힌 뒤에야 AI나 추천 도구의 도움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제가 좋게 보는 후보자와 실제로 그 포지션을 함께 판단하는 분들이 좋게 보는 후보자의 기준이 맞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AI를 바로 활용하기보다, 어떤 사람이 이 자리에 맞는 사람인지 기준을 맞추고 정리하는 밑작업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어요.
Q. 업무를 자동화하려면, 결국 그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맞아요. 자동화를 하려면 먼저 그 일을 직접 해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직접 해봐야 어떤 과정이 반복되는지, 어디서 시간이 많이 드는지, 무엇은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지 보이거든요.
그 경험이 있어야 나중에 어떤 부분을 AI나 도구에 맡겨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어요. 그래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했던 시간도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더 빠르게 응용하고 자동화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최근에 '일과 업무는 다르다'는 글을 올리셨더라고요. 어떤 이야기인지 듣고 싶어요.
저도 처음에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개념이에요. 그런데 원티드 컨퍼런스에서 한 강연을 듣고 나서, ‘일’과 ‘업무’를 나눠서 보게 됐어요.
예를 들어 채용에서의 일은 ‘우리 회사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조금 더 상위에 있는 목적에 가까워요. 반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팀과 리더를 만나 채용 기준을 정하고, 공고를 만들고, 어떤 채널에 올릴지 고르고, 후보자에게 전달될 메시지를 다듬는 건 업무라고 볼 수 있고요.
결국 업무는 일을 잘 해내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 단위인 것 같아요. 그래서 AI로 자동화하기 좋은 것도 대부분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업무 쪽이에요. 무엇을 자동화해야 할지 헷갈릴 때, 먼저 이게 ‘일’인지 ‘업무’인지 나눠보면 훨씬 정리가 잘 되더라고요.
03
세 번째, 사람
사람을 바라보는 눈
Q. 스타트업에서 일할 사람을 볼 때, 포지션과 관계없이 중요하게 보는 역량이 있나요?
포지션마다 필요한 역량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아요. 특히 스타트업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방향을 크게 바꿔야 하는 순간이 자주 오거든요. 잘되던 프로덕트를 접고 새로운 걸 시작해야 할 때도 있고요.
그래서 변화에 적응하고, 필요한 순간 자신의 역할을 확장할 수 있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면접에서도 이 부분을 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경험이 없는 분이라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여쭤보기도 해요. 그 답변에서 변동성과 적응력에 대한 감각이 보이면, 이 환경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해본 분이라고 느껴집니다.
Q. 면접에서 질문을 던질 때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식이 있으세요?
가능하면 아주 중립적으로 물어보려고 해요. 어떤 상황을 드리고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여쭤볼 때도, 한쪽 답을 유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바꾸는 게 정답’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물으면, 면접자도 금방 그 의도를 알아차리거든요. 그래서 기존 방식을 유지할지, 새롭게 바꿀지를 한쪽으로 몰지 않고 여쭤본 다음, 그분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봐요.
구조화 면접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모든 지원자에게 같은 형태의 질문을 드리면 개인적인 편향이나 질문의 편차를 줄일 수 있어요.
또 “성장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같은 추상적인 질문보다는, “최근 3개월 동안 새 AI 기능을 활용해 무엇을 해보셨어요?”처럼 행동에 기반한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그래야 지원자의 실제 경험과 판단 방식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든요.
Q. 결국 ‘일을 잘한다’는 건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같이 일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진 분이라고 생각해요. 포지션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다른 직군이나 고객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요. 그런 분이 일을 잘하거나, 앞으로 잘하게 될 사람이라고 봐요.
반대로 자기 역할의 범위만 쳐내듯 일하는 분은, 결과물이 좋아도 팀 전체의 시너지가 잘 나기 어렵더라고요. 실제로 예전에 직무 역량이 정말 뛰어난 분과 일한 적이 있었어요. 속도도 빠르고 결과물의 품질도 좋았는데, 그분이 바라보는 방향과 조직이 기대하는 방향이 조금 달랐어요. 그러다 보니 좋은 작업물을 가져와도 다시 맞춰야 하는 일이 반복됐죠.
지금 돌아보면, 차라리 초반에 더 깊게 이야기하면서 방향을 맞췄다면 그분의 역량이 훨씬 잘 발휘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후로는 면접에서도 ‘얼라인’을 꼭 보려고 해요. 이 사람이 얼마나 잘하는지도 중요하지만, 함께 같은 방향을 보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거든요.
누군가의 결을 살필 때 좋은 이야기보다 실패한 이야기를 여쭤보는 것도 그래서예요. 면접에서는 누구나 잘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패한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설명하는지에는 그 사람이 일하는 방식이 더 잘 드러나니까요.
“좋은 사례 열 개보다, 실패 사례 하나가 그 사람을 더 보여주더라고요.”
04
네 번째, 발자취
이 자리에 머무는 이유
Q. 커리어의 대부분을 초기 스타트업에서 보내셨더라고요.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이 유독 잘 맞는다고 느끼셨나요?
잘 맞는 편이에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우선 피드백이 빠릅니다. 좋은 의미로든 아니든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반대로 어려워지는 것도 가까이서 금방 보이거든요.
또 하나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일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예전에 한 플랫폼 회사에서 프로덕트가 피벗하는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초기 PM 역할과 세일즈를 함께 맡았는데, 직접 고객을 만나고 부딪혀 보니 이 프로덕트가 어떤 가치를 줘야 하는지, 고객이 정말 그 가치를 느끼고 있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그 경험을 하고 다시 HR로 돌아오니, 이 회사에는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훨씬 또렷하게 보였어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어요. HRM이나 HRD처럼 전통적인 전문성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길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것. 그건 초기 스타트업 커리어가 가진 맹점이기도 하죠.
Q. 스타트업과 잘 맞는 사람은 어떤 분들일까요?
면접이나 주변에서 만나다 보면, 그런 분들에게는 특유의 에너지가 느껴져요. 주관이 뚜렷하고, 하고 싶은 게 분명하고, 자기 영향력을 넓히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성취에 대한 욕심이 크거나, 반대로 어떤 결핍을 품고 있는 분들이기도 하고요. 사회적 위치나 연봉, 개인 시간을 잠시 내려놓더라도 “나는 이걸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분들. 그런 분들이 스타트업과 잘 맞는다고 느껴요.
Q. 빠르게 바뀌는 환경인데, 그럼에도 계속 초기 스타트업에 머무신 이유가 있을까요?
초기 스타트업에서 한 번쯤은 팀으로서, 회사로서 무언가를 증명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제가 지나온 곳들은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이었고, 잘되지 않아 아쉽게 끝난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한 번은 궤도에 올려보고 싶었어요.
“사람이라는 축으로, 이만큼 기여했다는 걸 한 번은 증명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계속 초기 스타트업에 남았던 것 같아요.”
05
다섯 번째, 재정의
자동화하는 HR은, 무엇으로 남을까
Q. HR이 하던 일을 자동화하다 보면, HR이라는 직무 자체가 걱정되진 않으세요?
우스갯소리로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필요한 걸 다 자동화하고 나면, 결국 자동화한 사람을 자르는 것 아니냐고요. 그런데 HR은 결국 사람의 일이라, 문서나 글로만은 닿기 어려운 맥락이 있어요. 사람들 사이의 관계, 출근했을 때의 분위기, 표정, 그날의 온도 같은 것들이요. 직접 곁에 있지 않으면 느끼기 어려운 부분들이죠. 그래서 저는 이런 휴먼 터치를 바라는 자리는 마지막까지 남지 않을까 생각해요.
“휴먼 터치를 바라는, 코치로서의 HR은 마지막까지 함께 남지 않을까요.”
Q. 좀 더 멀리 보면, HR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요?
저는 두 갈래를 그려봐요.
하나는 곁에서 사람을 돕는 코치로서의 HR, 또 하나는 회사의 여러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접목해 예측하고 설계하는 전문가, 즉 피플 애널리틱스로서의 HR이에요. 결국 이 둘 중 하나가 남거나, 둘이 하나로 합쳐져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사이 과도기에는 회사의 AI 전환을 함께 이끄는 역할도 있을 수 있고요. 어쩌면 HR이 마케팅과 영업까지 품는, 지금의 HRBP를 넘어선 융합형 포지션이 등장할지도 모르겠어요.
Q. 그렇다면 일은, 무엇을 위해 하는 걸까요?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일이 자아실현의 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일할 때 기쁘고, 힘들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 자아실현을 잘해가는 과정에서 돈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보고요.
회사라는 범위로 좁혀 보면, 적어도 제가 받는 인건비 이상의 산출물은 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만큼 기여하고 있다고 느낄 때, 회사 안에서의 자아실현도 함께 이뤄지는 것 같거든요. 다만 HR이나 인사팀은 비용을 쓰는 지원부서로 여겨지기도 하잖아요. 그 앞에서 가끔 스스로에게 물어요.
내가 지금 제 몫을 하고 있나.
이 질문은 아직도 계속 풀어가는 숙제예요.
Q. 마지막으로, 주니어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사무직이라면, AI를 일할 때 한 번쯤은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직 에이전트를 써본 적이 없다면, 이번 주말에라도 내가 지금 하는 일과 업무가 뭔지 적어보고, 그중 하나를 자동화해 달라고 맡겨보는 것만으로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거든요.
그리고 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일하면서 내가 즐겁고 행복한지를 자주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하루의 3분의 1 이상을 일로 보내는데, 그 시간이 계속 불행하면 너무 아깝잖아요. 저처럼 한 갈래로만 쌓이지 않은 커리어라도, 그 경험들을 잘 꿰어낼 수만 있다면 굉장한 무기가 되더라고요.
지금 하는 일이 전혀 관련 없어 보여 걱정된다면, 그보다 이 경험을 어떻게 연결해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어요.
凝 ABOUT
첫 번째 시리즈 〈AI 시대, 시장은 어떤 사람을 원하는가〉
일터에서 가장 두꺼운 층을 이루면서도, 가장 적게 불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저 또한 그 자리에 서 있고, 그래서 이 기록은 거기 있는 사람들을 응시합니다. 직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금, 여러 분야와 연차의 사람들이 변화 속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려놓는지, 자기 일을 어떻게 다시 부르는지 옮겨 적습니다.
글 / 편집 : 최예원
凝, 003호,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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