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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부재

2024.07.19 | 조회 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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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하루

사랑과 하루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글을 씁니다.

어느 날 부터 아빠는 집에 항상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빠가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출장이 잦았고, 지방에 가서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우리 집도 어느샌가 아빠의 물건이라던가 아빠의 신발 같은 것들은 환절기 때 옷을 정리하는 것처럼 모두 집어 넣게 되었다. 아빠가 쓰던 내 방도 결국 다시 내가 쓰게 되었고, 아빠는 한계절이 끝나기 전에 왔다가 한계절을 보내고 갔다.

이번 여름에 아빠가 왔고, 나는 자연스럽게 내 이부자리를 거실로 옮겼다. 아빠가 출퇴근을 하신다고 하셔서 급하게 잘 곳을 거실로 정한 것이었다. 방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으나, 잘만 한 곳이 마땅히 없었다. 나랑 엄마는 거실에서 동침을 하게 되었고, 내 방은 다시 아빠의 차지가 되었다. 아빠가 일이 없지 않으시길, 그리고 다치지 않으시길 항상 바라며 거실에서 조금은 불편하게 잠이 들었다.

아빠가 다치시는 건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잦진 않았다. 처음에는 아빠가 발가락 골절상을 입으신 줄 알았지만, 오늘 가서 들어보니 발등을 파이프에 세게 찧어서 발가락까지 금이 가고 뼈가 부러지신거라고 했다. 담배를 피시는 아빠를 위해 옥상에 데려다드리고 아빠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아빠의 얼굴은 생각보다 좋아보이셨다. 산재처리 그리고 보험청구 때문에 골머리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빠는 빵과 우유를 사와달라고 하셨다.

엄마와 나는 메일비빔막국수를 시키고 앉아 비오는 밖을 쳐다봤다. 비가 나선형으로 꺾이는 모습이 보였다. 집중호우와 강풍이 불고 있었다. 비가 많이와서 어차피 비를 맞을 거니까 3일내내 씻지 않았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이었다. 메일비빔막국수에 식초와 겨자를 드리붓고 코를 찡그리면서 먹었다. 그렇게 먹어야하는 이유는 그렇게 먹어야 맛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그냥이었다. 빵과 우유를 사러 편의점에 들렸다. 거기있는 모든 빵들을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아니었다. 흰우유 두개와 빵들을 계산하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 1층 원무과의 민원이 치밀고 있었다.

비는 멈출줄을 몰랐다. 병원을 오는 동안에도 집을 가는동안에도 멈출줄을 모르고 쉴틈없이 쏟아져내렸다. 아빠가 입원한 지 삼일째 되는 날이었다. 아빠는 빨리 퇴원을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그말을 듣고 자연히 나의 병동생활이 떠올랐다. 메밀국수를 먹고 있는 엄마에게 물었다. <내가 병동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도 엄마가 면회올 때 이렇게까지 비가 많이 온 적이 있었어?> 엄마는 그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서는 몇초뒤 <옛날일은 그만 얘기하자> 라고 말했다. 나는 별일 아닌듯 웃으면서 <옛날일은 아닌데?> 라고 말했다. 병동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입원했던 그날들처럼.

요새들어 잠이 잘 깨지 않았다. 약이 쎄진 탓이었다. 오늘 아빠가 퇴원한다고 했다. 엄마는 아침부터 나를 급하게 깨워, 신분증 사본 프린트를 부탁하셨다. 엄마는 어플로 택시를 잡는 방법을 다시 나에게 배웠다. 병원에서 퇴원 절차를 밟고 아빠와 택시로 집에 올 것을 대비해서 그런 거였다. 하룻밤을 다시 아빠가 머무르던 내 방에서 잠을 청했다. 내 방엔 침대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 침대에서 잠을 자니 엄마가 깨우지 않았음 못일어날 뻔 했다. 점심에는 아빠와 함께 밥을 먹고 씻어야지 생각했다. 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카톡으로 전화를 받아보란 메시지가 왔지만, 동생이 다시 전화를 걸 때까지 전화를 걸지 않았다. 동생이 뭐 때문에 나한테 전화를 했는지 알아서였다. 피시방에서 끼니를 때우기 위한 돈이 필요했을 터였다. 늘 동생은 그런 이유로 내게 전화를 했기에 나는 먼저 전화를 걸지 않았다. <참고로 나 돈이 없다> 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1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친구와 싸워서 들어달라는 전화였다-

 

『아빠의 부재』 는 아빠가 오기 전에 얼른 발행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월화에 너무 게을리 생활했던 탓에 수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금요일이 돼서야 아빠의 부재가 완성되었다. 원래 썼던 버전1에서 새롭게 버전2를 만들어썼다. 아빠의 골절사고는 나의 너무나도 사사로운 이야기이기에 공개전환을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이 들었다. 공개전환으로 하면 모두가 볼 수 있지만, 멤버십전환으로 하면 멤버십 아카이브에 갇히게 된다. -고민하는 순간, 아빠가 왔다!-

유료 멤버십은 4,300원으로 달마다 즐기실 수 있습니다. (남들에게는 얘기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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