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e스포츠 월드컵(EWC)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의 축구 스타 '네이마르 주니오르(이하 네이마르)'가 쇼매치에 등장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네이마르가 이끄는 Team Neymar Jr는 지난 8월 21일, 'EWC Celebrity Show Match'에 출전해 'Team MSdossary'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2>, <로켓 리그>, <철권 8> 대결을 펼쳤는데요. 최종적으로 Team Neymar Jr가 <카운터 스트라이크 2>와 <철권 8>에서 승리하며 최종 승자가 됐습니다.
네이마르가 쇼매치에 등장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죠. 하지만 현재 EWC가 워낙 압도적인 스케일과 자본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에 쇼매치에 '네이마르'가 등장한 것이 엄청난 뉴스처럼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런데 왜 네이마르였을까요?
사실 네이마르는 e스포츠와 연결고리가 있고, 사우디와도 강한 연결고리가 있는 스포츠 스타입니다. 이 연결고리들을 살펴보면 어찌보면 네이마르가 EWC 셀러브리티 쇼매치의 첫 주인공이 된게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연결고리 1. 프로게임단 공동 소유주
네이마르는 브라질의 프로게임단 FURIA Esports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FURIA Esports는 지난 2017년 8월 창단했고, <카운터 스트라이크 2>, <리그 오브 레전드>, <로켓 리그>, <발로란트>, <레인보우 식스 시즈>, <에이펙스 레전드>, <수퍼 스매시 브라더스> 등 여러 종목의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팀에는 두 명의 한국 선수가 활동 중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 동안 네이마르가 어떤 형태로 게임단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네이마르가 <CS:GO> 팀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하거나 선수들을 만나는 모습을 보여줬고, SNS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이는 등 FURIA Esports와의 관계가 각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에 해외 e스포츠 팬들 역시 '네이마르가 FURIA의 주인이냐', 'Furia 오너가 네이마르 친구다', '네이마르가 그냥 장난치는거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었는데요.
이번 EWC 쇼매치 참가를 통해서 네이마르가 Furia Esports의 공동소유주라는 점이 확실히 알려진 것 같습니다. EWC가 네이마르의 쇼매치와 관련해서 공식 SNS에 올린 글을 살펴볼까요?
실제로 네이마르는 이번 쇼매치 1경기인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FURIA 소속이자 브라질의 전설적인 FPS 선수인 FalleN과 함께 출전해 승리를 거두기도 했죠.
지난 2017년에는 네이마르가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었는데요. 최근들어 성공한 스포츠 스타들이 게임단을 직접 창단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네이마르가 FURIA의 공동 소유주라는 사실이 크게 놀랍진 않습니다.
연결고리 2. 대단한 게임 마니아
두 번째로는 네이마르가 대단한 게임 마니아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번 쇼매치에서 네이마르는 3가지 게임을 플레이 했는데요. 지난 2018년에는 부상 이후 회복 기간 동안 <배틀그라운드>를 열심히 플레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죠. 다양한 게임을 꽤 진지하게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마르는 게임과 관련된 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2 2022>에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같은 해에는 <배틀그라운드>의 홍보대사가 되어 특별방송과 인게임 아이템으로 등장하기도 했죠.
게임은 아니지만 지난 6월에는 네이마르가 온라인 포커 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4만 파운드의 상금을 차지했다는 뉴스가 화제였습니다. 이렇듯 게임과 대결을 좋아하는 네이마르이기 때문에 EWC 쇼매치와도 잘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연결고리 3. 알힐랄
마지막 연결고리는 '알힐랄'입니다. 네이마르와 사우디 아라비아의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점이죠.
네이마르는 지난 2023년 사우디 프로축구단 '알힐랄'에 입단했습니다. 2년 계약에 총 급여가 4천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이었죠. 네이마르의 입단 소식은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였는데요. 네이마르 유니폼은 발표된지 7시간 만에 무려 1만 장 이상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우디 프로축구에는 네이마르 말고도 대단한 슈퍼스타들이 뛰고 있습니다. 알나스르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알 이티하드의 벤제마와 은골로 캉테, 알 에티파크의 무사 뎀벨레, 알 아흘리의 호베르투 피르미누 등이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뛰고 있습니다.
축구에 대한 사우디의 투자는 e스포츠와도 맥락이 같습니다. '탈오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인 것이죠. 기름 시대 이후 '문화승리'를 위한 중요한 투자처로서 축구가 먼저 각광 받았고, 지금은 e스포츠가 강력한 지원을 받는 중입니다.
특히, 알힐랄의 메인 스폰서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직접 설립한 뒤 사우디 e스포츠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새비 게임즈 그룹'입니다. 그리고 사우디 국부펀드는 거액으로 슈퍼스타들을 영입한 대부분의 프로 축구단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요. 알힐랄 역시 그 중 하나의 팀입니다.
스포츠와 e스포츠의 경계 허물기
이렇게 살펴보니 처음으로 열린 EWC 쇼매치의 주인공으로 네이마르가 선택된 것은 당연하면서도 최선의 결정입니다. 프로게임단 공동소유주이자 게임 마니아이면서 새비 게임즈 그룹이 메인 스폰서로 있는 사우디 간판 프로축구단 알힐랄 소속이니까요.
네이마르 쇼매치는 단순히 '화제였다', '재밌었다'로 끝낼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끝낼 것이 아니라, 사우디가 앞으로 추진해 나갈 e스포츠 프로젝트가 어떤 곳을 향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스포츠를 스포츠처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은 최근들어 더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 이후로 한국e스포츠협회가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스포츠단이 e스포츠팀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스포츠 베팅'에 e스포츠가 자연스럽게 진입했죠.
그 중에서도 사우디의 추진력은 상당히 무섭습니다. 2024 EWC를 통해 전세계 e스포츠 산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사우디는 대회 기간 중에 IOC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12년 동안 e스포츠 올림픽 게임을 개최할 예정'이라는 내용으로 글로벌 e스포츠 업계의 거대한 이슈 메이커가 되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사우디가 가진 강력한 카드가 바로 스포츠와 e스포츠의 융합입니다. 네이마르의 사례처럼 사우디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스포츠 슈퍼 스타들은 앞으로도 사우디 e스포츠 이벤트와 계속 함께 할것이고, 이것은 굉장히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사우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술적인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이번 EWC 기간 중에 열리는 컨퍼런스의 이름이 'The New Global Sport(새로운 글로벌 스포츠)'라는 점은 여러가지를 시사합니다. 8월 24일~25일 양일간 진행되는 이 컨퍼런스에서 전세계 게임, e스포츠 업계 중요 인물들이 어떤 스피치를 할지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EWC 기간 동안 사우디가 준비한 모든 것들에는 명확한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네이마르가 쇼매치에 등장한 것 역시 e스포츠와 스포츠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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