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언니는 목욕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래서 목욕하는 그 시간이 유일하게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 당시의 그녀를 생각하곤 한다. 그녀는 지금처럼 긴 머리와 하얀 피부에 말갛게 웃었을 것이다. 그녀의 몸에는 어떤 모양의 상처들이 있었을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멍이었을지, 화상흉터였을지, 아니 어쩌면 무언가로 베인 상처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또 어쩌면 그 모든 자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엄마는 그때 어떤 표정이었을까? 나는 그것에 대해 꽤 자주, 오랫동안 생각했다.
“저는 엄마를 사랑했어요.”
그녀와의 몇 번의 만남에서 그녀는 꼭 그 말로 시작했다.
“알아요.”
“그런데 어떻게 제가 엄마를 죽여요?”
이 말도 꼭 덧붙였다. 내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늘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오는데, 그녀는 단 한 번도 다른 그녀를 나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의 그녀는 어머니를 17번씩이나 칼로 찔러 죽인 나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반복되는 그 말을 더 이상 담담하게 들어줄 수 없었다.
“어머니도 사랑했나요?”
“...네?”
“어머니도 지수씨를 사랑했냐고요.”
“당연하죠. 제 인생에 첫 기억이 뭔지 아세요?”
“목욕이요?”
“네. 엄마랑 단둘이 목욕했을 때, 엄마한테 ‘언니가 좋아? 내가 좋아?’라고 물어봤는데, 그때 엄마가 그 둘밖에 없는 욕실에서 제게 귓속말로 저를 제일 사랑한다고 대답했어요.”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나의 얼굴은 점점 굳어졌다. 나는 보이지 않는 듯 그녀의 미소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만큼 저를 사랑한 거예요. 엄마는. 그런 엄마를 제가 어떻게 죽여요?”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때 지수씨는 왜 그런 질문을 했어요?”
“...”
“지수씨보다 언니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질문을 했던 건 아니에요?”
“네? 그때..그러니까...”
그녀는 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언니가 없다.
“지수씨, 언니는 지금 어디 있어요?”
그녀의 처음 보는 표정을 보았다. 항상 웃는 얼굴인 사람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어지는 걸 보면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는다는 걸 알았다.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사랑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그렇게 지독하리만큼 그녀를 괴롭히진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그때 죽인 건, 그녀의 엄마가 아니라 학대받던 자신이었을지 모른다. 그 후로 그녀의 언니를 그 누구도 보지 못한 이유는 그 때문일지 모른다.
있지도 않은 언니에 대한 기억이 왜 그녀의 인생에 첫 기억으로 박힐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매일 그 기억을 곱씹었을 것이다. 그 기억은 그녀를 살린 걸까, 죽인 걸까. 앞으로 그녀를 살리게 될까, 죽이게 될까. 도대체 그녀를 제일 사랑한다던 엄마는 존재하긴 했었나. 그녀의 언니는 어디로 갔을까. 그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말아버리는 그 기억에 갇혀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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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예
흥미진진해여 다음편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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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왕
이야기가 슬프고 안타까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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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킴
지수 역에는 어떤 배우가 제일 어울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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