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몸속 생태계, 마이크로바이옴
다행히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몸에는 엄청난 수의 미생물이 공생하고 있고, 그중 대부분이 대장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그 종류가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200종 정도의 세균으로 구성된, 이 복잡한 생태계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부릅니다.
이 내 몸속 생태계는 건강한 장벽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면역계를 조절합니다. 면역을 강하게 하는 게 아니라, 조절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정상이 아닌 망가진 상태를 ‘디스바이오시스(dysbiosis)’라고 부르며, 이는 만성 염증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나 스스로 당장은 느끼지 못하는, 낮은 수준으로 전신에 나타나는 만성 염증은 암, 비만, 당뇨, 알레르기 질환뿐만 아니라, 뇌 염증을 통해 치매, 파킨슨, 우울증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나타납니다.
그럼 이렇게 안 좋은 디스바이오시스를 막는 중요한 방법이 뭘까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대장의 미생물을 잘 먹여야 하겠죠? 그리고 미생물이 먹을 수 있는 영양분을 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 줄여서 MAC이라 부른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지난번 뉴스레터의 내용이니, 다시 보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숫자로 보는 38조 마리의 식욕
MAC을 직역하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루는 미생물이 접근할 수 있는 (먹을 수 있는) 탄수화물’이에요. 여기 탄수화물이 나오니 당황스럽게 생각하실 분도 계실 거예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비롯해서, 요즘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언론이나 유튜브의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난리잖아요. 탄수화물임에도, MAC을 꼭 먹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를 이번 뉴스레터에서 다뤄봅니다.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연구진이 발표한 계산에 따르면, 대장의 미생물 38조 마리는 그 숫자로 보면 30조 개인 인간의 세포 숫자보다 많습니다. [1] 우리 몸은 세포 수로 보면, 미생물이 오히려 주인인 셈이죠.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수분을 제외하면 대변의 약 1/4에서 많게는 절반 이상이 대장의 미생물이 밀려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어요. [2] 그러니 여러분도 마이크로바이옴을 보신 적이 분명 있어요. 바로 여러분의 대변을 통해서죠. 물론 하나하나의 미생물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는 안 보이지만요. (그래서 작은 생물 = 微生物 = micro-organism으로 부르죠!)
대부분의 단백질과 지방은 대장까지 가지 못한다
자, 그럼 마이크로바이옴을 이루는 미생물, 특히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균은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중 어떤 것을 선호할까요? 세균 하니까 지저분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하실 텐데, 대장의 세균 대부분은 무해합니다. 더 엄밀히 말하면 우리 건강에 꼭 필요하니, 대부분을 유익균으로 볼 수 있어요.
장내 세균은 사실 뭐든지 우리 보다는 잘 먹습니다. 문제는 바로 대부분의 유익균이 살고 있는 대장의 위치예요. 우리 소화기관은 위 → 소장 → 대장으로 먹은 음식물이 이동해요. 그 중 단백질과 지방은 소장에서 소화와 흡수가 대부분 이루어집니다. 문헌에 따르면 일반적인 성인을 기준으로 90~95%의 단백질과 지방이 소장에서 소화·흡수되요.[3][4] 그러니 불과 남은 5~10% 정도의 단백질과 지방만이 대장으로 밀려 내려갑니다. 그래서 대장의 장내 세균에겐 지방이나 단백질로 필요한 영양분을 채우기 힘들어요.
게다가 비정상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단백질과 지방이 미처 소화가 안 돼서 너무 많이 양이 대장으로 들어오면, 그곳의 미생물이 비정상적인 발효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가스가 차거나, 달걀 썩은 냄새가 나는 황화수소 같은 물질이 만들어져서 대변에서 고약한 냄새가 날 수 있어요. [5]
자, 그럼 3가지 주요 영양소 중 남은 게 탄수화물밖에 없는데,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참, 알약 하나로 장의 미생물을 충분히 먹일 생각은 마세요 - 숫자가 무려 38조 마리니까요!
탄수화물의 달다?
탄수화물은 혈당을 올린다? 탄수화물은 달다? 탄수화물은 염증을 일으킨다?
이런 어그로 끄는 말을 유튜브나 SNS에서 많이 보셨을 거예요. 결론적으로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인데요. 단백질이나 지방에 비해서 탄수화물은 종류도 많고, 그 성질도 많이 달라요. 건강하게 탄수화물을 먹기 위해서는 조금은 과학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좀 더 딥다이브 해봅니다.
탄수화물은 탄소, 수소, 산소로 구성된 물질인데요. 이런 구성으로 된 것 중에서, '당 (sugar)'을 기본 단위로 가지고 있는 물질만 탄수화물이라고 부릅니다. 맞습니다. 혈당 올라가네? 이 제품은 저당이야! 무가당이야! 이럴 때 나오는 그 '당'이에요. 일단 모든 당이 무조건 건강에 나쁜 건 아니에요.
당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에너지 원입니다. 우리 세포를 먹여 살리는 연료통인 셈이에요. 당은 자연계의 '1차 생산자'가 만드는데, 우리에겐 그게 주로 식물입니다. 사람은 대부분의 탄수화물을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인공적으로 육종한 식물인 작물로부터 얻습니다.
우리의 주식인 벼를 예로 들어 볼게요. 벼는 광합성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듭니다. 이때 하는 일은 아주 간단하게 결과물로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태양광 에너지 + 6개의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CO₂) → 1 개의 포도당 또는 과당 (C₆H₁₂O₆) + 산소 (O2)
당은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보관해둔 연료통인 셈입니다. 식물은 당을 만든 다음에 그대로 단(하나)당류로 두기도 하고, 두개의 당을 묶어서 이당류로 만들기도하고, 더 보관이 용이하게 두개 이상의 당을 길게 묶기도 합니다. 이걸 모두 '탄수화물'이라고 부릅니다.
| 종류 | 당 (Sugar)의 갯 수 | 대표적인 물질 |
|---|---|---|
| 단당류 | 1 | 포도당, 과당 |
| 이당류 | 2 | 자당 (설탕), 맥아당 |
| 올리고 당 | 3-9 | 프락토올리고당(FOS) |
| 다당류 | 10개 이상 (많게는 수백만개 까지) | 전분, 식이섬유 류 |
(이 탄수화물 분류는 유엔식량농업기구 |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의 기준을 따름)
당은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보관해 둔 연료통인 셈입니다. 식물은 당을 만든 다음에 그대로 단(하나)당류로 두기도 하고, 두 개의 당을 묶어서 이당류로 만들기도 하고, 더 보관이 쉽게 두 개 이상의 당을 길게 묶기도 합니다. 이걸 모두 '탄수화물'이라고 부릅니다.
단맛이 나는 탄수화물
밥이 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지만 실제로 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분에는 단맛이 없습니다. 쌀과 비교하기 위해, 과일인 포도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국 농무부 (USDA)의 자료에 따르면, 포도는 탄수화물 중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이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대신 전분은 거의 없습니다. 쌀의 경우 탄수화물의 대부분이 전분이고 단당류가 거의 없는 것과 비교되지요.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은 우리 혀의 미뢰에 있는 단맛 수용체를 자극해서 단맛을 느끼게 만듭니다.
농업 혁명 이전 인류의 수렵채집 시절에 가장 쉽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물질이 포도당과 과당이었기 때문에 단맛을 이 단당류에 배정했을 거예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포도당과 과당이 연결되어 있는 이당류인 설탕(자당)의 단맛을 100%로 보면, 포도당은 70~80%, 과당은 140%까지 단맛이 납니다. 과일에 많은 과당이 오히려 설탕보다 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6]
쌀의 전분은 포도당이 아주 많이 연결되어 있는 탄수화물입니다. 하지만 전분 자체는 단맛이 없죠. 반면에 포도에 들어 있는 포도당과 과당은 단맛이 강합니다. 그래서 같은 포도당이 들어 있지만, 포도는 달고, 흰밥은 달지 않습니다. 대장의 미생물 입장에선 흰쌀밥이나 포도나 마찬가지로 큰 도움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미생물이 살고 있는 대장에 도달하기 전에 소화·흡수하거든요. 반면에 어떤 포도당과 과당으로 된 탄수화물은 소장에서 소화·흡수되지 않고 대장에 도달해서 마이크로바이옴의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의 구조에 그 비밀이 있다
지금부터 좀 과학적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스스로 납득이 되어, 좋은 식습관으로 바꿀 수 있어요. 이번 기회에 탄수화물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해 보자고요!
탄수화물, 특히 다당류를 진주 목걸이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진주 목걸이는 진주알을 엮어서 만듭니다. 그러니까, 진주 목걸이는 다음을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겠지요.
- 진주알 — 탄수화물의 단위가 되는 당(Sugar)에 해당합니다. 세균부터 사람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당은 포도당입니다. 그다음으로 흔한 당은 과일에 많은 과당이죠. 포도당과 과당 이외에 다른 당도 많지만 중요하지 않기에 여기서는 ‘나머지 잡다한 당’ 정도로 하겠습니다.
- 진주 목걸이 — 진주알(당)을 여러 개 엮어서 만드는 것이 바로 진주 목걸이, 다당류 탄수화물입니다. 진주 목걸이를 구분할 때는 진주알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진주알을 엮는 방법도 중요해요.
아래는 진주 목걸이(다당류 탄수화물)의 분류 기준입니다.
- 어떤 진주알을 쓰는지?
- 인접한 진주알을 어떻게 연결하는지?
- 얼마나 많은 수의 진주알을 엮어서 목걸이를 만드는지?
쌀의 전분 —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
좀 복잡해지는 것 같지만, 이 진주 목걸이 만들기를 잘 이해하셔야 MAC을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의 주식인 쌀과 밀가루는 주요 탄수화물은 앞에서 말씀드린 데로 전분입니다.
전분은 포도당이 수백 개 이상이 연결된 진주 목걸이인데, 진주알의 연결 방식에 따라 다시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으로 나누어집니다.

- 아밀로스: 포도당 진주알을
α-1,4-글리코시드 결합이라는 방식으로 엮은 일자형의 목걸이입니다. 수백에서 수천 개의 진주알로 만들어집니다.
- 아밀로펙틴: 역시 포도당 진주알이
α-1,4-글리코시드 결합으로 엮이지만, 아밀로펙틴의 경우엔α-1,6-글리코시드 결합이라는 방식도 사용되는데, 이 때문에 일자의 목걸이 형태에, 중간중간에 가지가 나오는 모양을 가지게 됩니다(그림 B). 아밀로펙틴이라는 목걸이는 수만에서 수백만 개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의 진주알로, 목걸이보다는 그물망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질 수 있어요.
쌀의 전분을 다시 구분한 이유는 두 가지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보통 쌀에는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 아밀로펙틴이 많을수록 밥을 했을때 '찰'진 식감이 강합니다. 또 소화도 잘되고, 그러니 혈당도 빨리 올립니다. 찹쌀과 일반 쌀의 식감이 다른 이유가 바로 이 두 전분 다당류의 비율에 있습니다.
밥을 먹으면 내 몸에서 벌어지는 일
여기 밀가루 이야기까지 하면 너무 복잡하니, 일단 우리의 주식은 쌀로 더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가 밥을 먹으면 제 몸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 같이 보시겠습니다.
쌀의 탄수화물은 주로 전분 (아밀로펙틴과 아밀로스)인데, 전분은 포도당이 진주알처럼 엮여 있죠. 사람은 포도당, 즉 진주알의 형태로만 소장에서 흡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주 목걸이(녹말)를 진주알(포도당)으로 다시 잘라줘야 합니다. 이 과정엔 몇 가지 효소가 일을 하게 되는데, 가장 처음에 동원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운 그 유명한 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입니다.
밥알이 내 입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입속으로 분비된 아밀라아제에 의해서 진주 목걸이의 분해가 시작됩니다. 좀 더 정확히는, 아밀라아제는 전분의 포도당을 연결하는 α-1,4-글리코시드 결합을 끊어줍니다. 아밀라아제 본진은 췌장에서 분비되어서, 소장으로 이동해서 본격적인 진주 목걸이의 분해를 담당합니다. 아밀라아제 이외에도 소장의 다른 효소들이 동조해서, 전분은 진주알인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우리 몸속으로 흡수됩니다.

보리, 귀리는 쌀과 유사하게 탄수화물 중엔 전분이 주성분이지만, 베타-글루칸이라는 전분과는 비슷하면서도 연결 방식이 다른 진주 목걸이를 5% 정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베타-글루칸은 전분처럼 포도당 진주알로 되어 있지만, 진주알을 연결하는 방식이 α-1,4-글리코시드 결합이 아니고, 베타-글리코시드 결합으로 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소화할 때 분비하는 아밀라아제는 전분의 α-1,4-글리코시드 결합은 끊지만, 베타-글루칸의 베타-글리코시드 결합을 끊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 역할을 하는 효소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베타-글루칸은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으로 내려갑니다. 만약 그곳에 이 탄수화물을 소화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장내 세균이 살고 있다면, 베타 클루칸을 잘라 포도당으로 만들고, 그걸 이용해서 우리 장벽의 에너지원이 되고 염증을 줄이는 부티르산을 만들수도 있겠죠.
우리 조상은 전분은 소화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베타-글루칸은 소화하지 않고 남겨서, 대장의 미생물에게 먹이로 주려던 건 아닐까요?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요? 장내 미생물이 38조 마리나 되고, 면역 조절, 장벽 보호 같은 중책을 맡기기 위해 그래야만 하지 않았을까요? 이기적으로 나만 먹지 말고, 미생물도 좀 먹이면서 일을 시켜야 할 테니까요?
농경의 시작으로 사람은 전분이라는 탄수화물을 너무 탐닉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의 동반자가 된 개도 덩달아 전분에 중독된 것 같은데, 최근 연구 결과를 한번 같이 보겠습니다.
사람과 개의 탄수화물 소화가 유전자에 남긴 기록
생물은 유전자를 통해서 진화가 이루어집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새로운 유전자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에는 같은 유전자의 개수가 늘어나는 진화가 더 쉽게 일어납니다.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복사가 더 쉽겠죠?
재미있는 건 전분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 효소 유전자의 개수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유전자 개수가 많을수록 당연히 더 많은 효소를 만들고, 더 소화를 잘하겠죠? 사람은 최소 2개의 유전자부터 15개까지 아밀라아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2015년 영국 노팅엄 대학교 연구진의 보고에 따르면, 쌀이 주식인 한국, 일본, 중국인의 경우 유럽인보다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1~2개 정도 많은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7] 전분 함량이, 특히 소화가 잘 되는 아밀로펙틴의 함량이 높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이 선택적으로 아밀라아제 유전자의 수가 늘어나도록 진화적 선택압을 받은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유사한 흔적이 재미있게도 개의 유전자에도 남아 있습니다. 일단 탄수화물의 소화 측면에서 사람과 개는 상당히 비슷합니다. 둘 다 잡식성이고 입 → 식도 → 단일 위 → 소장 → 대장 → 항문 순서로 음식물이 이동하죠. 무엇보다도 대장에 대부분의 미생물이 살고 있어요. 대장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도 상당히 비슷합니다. 나중에 반려동물의 마이크로바이옴은 따로 글을 올리기로 하고, 여기서는 아밀라아제 유전자에 대한 것만 보기로 해요.
우리 주변에 아주 다양한 크기와 모양, 성격의 개를 볼 수 있지만, 사실 모두 회색늑대(Gray Wolf)를 가축화하고, 그 후의 수천 년의 육종 끝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종류로 볼 수 있어요. 올해 3월에 네이처 지에 발표된 두편의 논문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정확한 가축화의 장소와 시기는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농경 혁명보다 수천 년 이전인 최소 1만 5천 년 이전에 가축화가 시작된 걸로 보입니다.[8][9] 회색 늑대 중 일부가 생물학적으로는 아주 짧은 시간에 사람에 의해서 개로, 일종의 진화가 된 셈인데요. 2 kg 내외의 치와와부터 90kg에 이르는 잉글리시 마스티프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브리드가 하나의 회색늑대로부터 나왔으니 한 종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잠재력은 참으로 대단하죠!
잠깐 옆으로 샜는데요. 다시 전분의 분해와 관련해서 보면, 개는 고양이와 달리 사람이 먹는 음식을 잘 먹습니다. 쌀, 밀 같은 전분 함량이 높은 걸 물론 포함하죠. 그럼, 개의 아밀라아제 유전자도 사람과 비슷하게 적지 않은 수가 게놈에 존재할 것 같은데요.
2013년 네이처에 발표된 스웨덴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개의 아밀라아제 유전자의 개수는 4~30개로 나타났습니다.[10] 재미있는 건 개의 직계 조상인 회색늑대는 불과 2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죠. 그러니까, 대략 지금과 2만 년 전 사이에 회색늑대 중 일부 사람을 따를 정도로 온순한 개체가 개로 빠르게 진화하는 사이에 전분을 분해하는 유전자의 개수가 평균 7.4배나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중일 국민의 아밀라아제의 개수가 유럽인보다 1~2개가 많은 것, 늑대에 비해 개가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7.4배가 늘어난 것, 이 두 가지는 결국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종에서 두 번 들려주고 있는 셈입니다. 식탁 위에 전분이 꾸준히 올라오기 시작하자, 그 전분을 더 잘 쪼개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았다는 것. 사람은 자기 밭에서 난 곡물로, 개는 그 사람이 남긴 음식으로. 선택압의 출처는 똑같이 '농경'이었고, 반응한 유전자도 똑같이 '아밀라아제'였어요. 계통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진 두 종이 같은 문제에 같은 방식으로 답한 것이니, 일종의 병렬 적응(parallel adaptation)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어떤 탄수화물이 대장의 미생물의 먹이가 될까?
자, 아래와 같이 이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 탄수화물은 당(sugar)을 기본 구성단위로 하는 영양소이다.
- 탄수화물은 포함된 당의 개수에 따라 단당류 (1개), 이당류 (2개), 올리고당 (3~9개), 다당류(10개 이상)로 나뉜다.
- 사람이 먹은 탄수화물은 주로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 대부분의 단당류, 이당류는 사람이 소장에서 소화·흡수할 수 있다.
- 주식에 대량으로 포함된 다당류는 많은 수의 포도당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때 포도당이 연결되는 방식이 중요하다.
- 사람의 아밀라아제를 비롯한 소화 효소는 한 종류의 다당류, 즉 전분의 연결만 끊을 수 있고, 그래서 전분만 소장에서 소화·흡수할 수 있다.
- 같은 포도당이 많은 수가 연결되는 다당류의 경우라도, 포도당의 연결 방식이 전분과 다르면 사람의 아밀라아제가 끊을 수 없다. 이 경우 소장을 지나 대장에까지 흡수되지 않고 이를 수 있어, 미생물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이눌린처럼 포도당이 아닌 과당이 여러 개 연결된 다당류도 식품에 풍부한데, 이 것들도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므로, 소장을 무사히 지나 대장에 도달한다.
- 사람은 아밀라아제와 몇 개의 추가적인 탄수화물 소화 효소를 가지고 있지만, 장내 미생물은 수만 종류의 탄수화물 소화 효소를 가지고 있다. 미생물은 이걸 활용해서 대장에 이른 탄수화물을 분해해서, 우리 장벽을 튼튼하게 하고, 염증 조절 물질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의 아밀라아제를 피해, 소장을 지나 대장에 무사히 이르러,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탄수화물이 바로 MAC (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s)입니다.
탄수화물 중에 MAC에 해당하는 건 대장의 미생물을 위해 꼭 먹어야 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MAC의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 드렸으니, 다음 편에서는 MAC과 비슷한 개념인 프리바이오틱스 (prebiotics), 식이섬유(dietary fiber)에 관해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면 편하게 이메일로 새로운 글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릴스 영상은 아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올라갑니다.
참고문헌
[1]. Sender, Ron, Shai Fuchs, and Ron Milo. 2016. “Revised Estimates for the Number of Human and Bacteria Cells in the Body.” PLoS Biology 14 (8): e1002533. https://doi.org/10.1371/journal.pbio.1002533.
[2] Stephen, A. M., and J. H. Cummings. 1980. “The Microbial Contribution to Human Faecal Mass.” Journal of Medical Microbiology 13 (1): 45–56. https://doi.org/10.1099/00222615-13-1-45.
[3] Montoro-Huguet, Miguel A., Blanca Belloc, and Manuel Domínguez-Cajal. 2021. “Small and Large Intestine (I): Malabsorption of Nutrients.” Nutrients 13 (4): 1254. https://doi.org/10.3390/nu13041254.
[4] Fuller, Malcolm. 2012. “Determination of Protein and Amino Acid Digestibility in Foods Including Implications of Gut Microbial Amino Acid Synthesis.” The British Journal of Nutrition 108 Suppl 2 (August): S238-246. https://doi.org/10.1017/S0007114512002279.
[5] Windey, Karen, Vicky De Preter, and Kristin Verbeke. 2012. “Relevance of Protein Fermentation to Gut Health.”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56 (1): 184–96. https://doi.org/10.1002/mnfr.201100542.
[6] https://www.fao.org/4/W8079E/w8079e0h.htm
[7] Carpenter, D., S. Dhar, L. M. Mitchell, B. Fu, J. Tyson, N. A. A. Shwan, F. Yang, M. G. Thomas, and J. A. L. Armour. 2015. “Obesity, Starch Digestion and Amylase: Association Between Copy Number Variants at Human Salivary (AMY1) and Pancreatic (AMY2) Amylase Genes.” Human Molecular Genetics 24 (12): 3472–3480. https://doi.org/10.1093/hmg/ddv098
[8] Bergström, Anders, Anja Furtwängler, Sarah Johnston, et al. 2026. “Genomic History of Early Dogs in Europe.” Nature 651 (8107): 986–94.https://doi.org/10.1038/s41586-026-10112-7.
[9] Marsh, William A., Lachie Scarsbrook, Eren Yüncü, et al. 2026. “Dogs Were Widely Distributed across Western Eurasia during the Palaeolithic.” Nature 651 (8107): 995–1003. https://doi.org/10.1038/s41586-026-10170-x.
[10] Axelsson, Erik, Abhirami Ratnakumar, Maja-Louise Arendt, et al. 2013. “The Genomic Signature of Dog Domestication Reveals Adaptation to a Starch-Rich Diet.” Nature 495 (7441): 360–64. https://doi.org/10.1038/nature11837.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