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부가 새로운 에너지 정책안을 제시했어요. 문재인 정부에서 줄였던 원자력 발전 비중을 대폭 높이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낮추는 것이 이번 정책의 주요 내용이에요.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단가는 선진국 중에서도 꽤 싼 축에 속하기 때문에 값이 싼 원자력을 이용해 더욱 많은 양의 전기를 만들어내겠다는 의미로 보여요. 그런데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향후 원자력 발전이 더욱 비싸져 경쟁력이 없는 에너지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원자력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이유, 미션100이 알아봤습니다.
한국은 원자력 강국? 원자력이 유독 저렴한 이유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싸고 깨끗한 원자력 에너지를 동력으로 경제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원자력을 사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높은 기술 수준과 저렴한 비용을 꼽아요. 실제로 우리가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는 주된 원인은 원자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단가(전기를 한 단위 만들어 내는데 소요되는 비용)는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선진국보다 저렴하게 원자력 발전단가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이 유독 저렴한 이유는 기술의 발전도 있지만, 원전의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원자력에 각종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인으로 원전의 건설비와 각종 규제비용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여러 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한 부지에 모여 있기 때문에 각종 행정비용과 입지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우리나라의 작은 땅 내 원자력 발전소가 몇몇 지역에만 밀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죠(아래 그림 참고). 이외에도 원자력은 각종 혜택을 받고 있어요. 원자력의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의 경우 현재 관세, 개별소비세, 수입부담금 등을 모두 면제받고 있죠. 가스의 경우 3%의 관세, ㎏당 60원의 개별소비세, ㎏당 24.2원의 수입부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과는 대조됩니다. 이처럼 원전의 대규모 밀집 건설과 원자력에 주어지는 각종 혜택이 우리가 원자력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였던 거죠.
원자력 에너지의 숨겨진 비용, ‘외부비용’
위에서는 원자력이 저렴한 이유를 살펴봤어요. 그런데 우리가 원자력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낮은 건설비용과 각종 혜택뿐만이 아니에요. 건설비용과 혜택은 ‘표면적인’ 이유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자력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원자력에 외부비용이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외부비용은 쉽게 말해 나의 활동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발생하는 피해비용을 말해요. 겨울에 집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연탄을 때는 행위가 미세먼지를 발생시켜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원자력의 외부비용으로는 대표적으로 원자력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오염과 건강 피해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이러한 외부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폐기물 처리비용과 수명이 지난 원전의 해체비용, 지역협력사업비 등을 원자력 발전단가에 포함하고 있고요.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약 1조 5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여 원전 시설의 안전성을 보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자력의 외부비용에 사고 위험 대응 비용(원전 사고에 따른 보험 측면)과 안전 대책 비용, 갈등 비용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요. 지진과 해수면 상승, 가뭄 등의 재난과 더불어 전쟁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위협하는 다양한 위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최근에 가장 크게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요. 수많은 인명피해를 일으켰고, 피해를 복구하는 데에만 수십 년이, 그리고 200에서 800조 원의 처리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요.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는 인명 피해와 처리 비용 등 경제적 비용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정부에 대한 불신 그리고 사회적 갈등을 만들기도 했죠. 일본 정부는 최근의 에너지 위기를 이유로 원자력 발전을 재개하는 등 에너지 발전 비중을 바꾸려 했지만, 국민들의 반대가 거세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죠. 그리고 원전 사고로 인해 엉켜버린 외교관계까지 고려한다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큽니다. 오염수 방류와 해산물 등의 문제로 한국과 중국 그리고 태평양 국가들로부터 불신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크라이나는 최근 들어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가장 우려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에요.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원전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공격은 2022년 한 해 다섯 차례나 일어났다고 합니다. 체르노빌 사태 때보다 큰 자포리아 원전 역시 러시아 군의 폭격 대상에 포함되었죠.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원자력으로 국가 전력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폭발 시 인명 피해와 환경오염, 전력 수급 불안정 등 상상할 수도 없는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폭발로부터 안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요.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원전 공격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쉽게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미 전력 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가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에 설치되어 대비하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우크라이나 국민들까지 직접 나서 원전의 폭발 사고를 막고 있다고 합니다.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 반드시 고려되어야…
우리나라 역시 원자력 발전의 외부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요. 핵폐기물 처리 문제부터 시작해서 지진, 가뭄, 해수면 상승, 전쟁 등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부는 단순히 원자력의 발전단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원자력을 키우기만 하고 있어요. 국내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늘릴 경우,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해요. 당장 10년 안에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이 포화될 예정인 국내 발전소는 고리(2031년), 한빛(2031년), 한울(2032년) 3곳인데,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이 포화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저장시설이 포화된다면, 다른 저장시설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지역사회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죠.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원자력 발전은 꼭 필요하다면서 핵폐기물이 자기의 지역구에 오는 것은 반대하고 있고요. 우리나라 같이 좁은 땅에서 어디에, 얼마나 더 많은 폐기물을 늘려야만 할까요?
원자력 발전은 위험성까지 고려하면 절대 싼 에너지원이 아니에요. 기후 위기로 각종 재난이 올 것이 뻔한데, 줄이는 것이 당연한 에너지원이죠. 우리가 저렴하게 사용한 만큼 미래에 치를 대가는 커질 거예요. 우리가 미래에 지불해야 할 대가가 더 커지기 전에 환경권을 침해하는 원자력 발전을 막아야만 해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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