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에 발송된 한 통의 재난문자
13일 오전 9시 30분경, 서산시민들은 시로부터 한 통의 재난문자를 받았다. 다음 날(12월 14일)부터 서령버스가 무단으로 운행이 중단된다는 내용이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버스가 중단된다는 것으로 왜 재난문자가 발송되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서산시민들에게 버스 운행 중단은 일종의 재난이다. 운행 중단을 결정한 서령버스사(社)는 서산지역의 유일한 시내버스 회사이기 때문이다. 서산시에는 지하철과 같은 대체 교통수단이 없어 서령버스가 버스 운행을 중단하면 시민들의 발은 묶일 수밖에 없다. 서산시는 긴급하게 대체버스를 제공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컸다. 운행하는 대체버스의 수가 적어 30분 거리를 길면 2시간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서산시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번주 미션100은 서산시의 버스회사 파업을 통해 우리나라 지방 대중교통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만성적자 만드는 시(市)” vs “방만한 회사 경영이 문제”
지난 14일 서산시의 유일한 시내버스 회사인 서령버스는 기름값이 없다는 이유로 13대의 전기·수소버스를 제외하고 회사가 소유한 버스 39대의 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산시는 전세버스와 관용버스 등 대체버스 19대를 투입하고 마을과 읍·면 지역에는 택시를 무료 운행하여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버스 운행 중단의 파장은 적지 않았다.
서령버스는 시의 무리한 요구가 회사를 만성적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령버스에 보조금을 주는 서산시는 시민들의 편의와 공공성을 위한 노선 및 시간배치를 원했고, 버스회사는 시의 요구에 따라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곳으로 운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해당 지역의 노동조합장은 작년 인터뷰를 통해 “72대의 버스가 하루 1천만 원을 벌고 1천만 원의 유류비를 사용하는 구조로, 100여명의 직원 인건비와 기계비 등 운영비를 고려하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시의 무리한 요구와 적은 보조금으로 인해 버스기사들의 급여와 퇴직연금, 4대보험 등이 지급되지 않았고, 많은 기사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서산시는 오히려 회사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시에 따르면, 서령버스에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는 2017년 37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까지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며 시민들이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객수가 늘어나 수익도 회복세에 들어섰을 것이라고 한다. 차츰 수익이 회복되며 기사들의 밀린 급여를 지급하고 적자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시는 회사 대표가 1억4천가량의 연봉을 챙겼고, 회사의 관리직 인건비의 경우 인접 시, 군보다 50%가 더 많았고 타이어값은 1.8배, 외주정비비도 1.63배 더 지출하는 등 방만한 회사 경영을 이어나갔다고 주장한다. 이에 시는 운송 수입금을 압류하고 운수사업면허 취소도 검토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와 버스회사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갔다. 시민들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가기 위해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직장인과 학생들은 지각을 걱정하며, 노인들은 시내에 가지 못해 생필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서산시와 버스회사 간의 갈등으로 서산시민들은 기본적인 이동권을 잃었다.
대중교통 문제, 서산뿐만이 아니다
대중교통 부족으로 피해를 받는 지역은 서산뿐만이 아니다. 수원, 화성, 창원 그리고 다양한 지방에서 대중교통 부족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시는 보조금을 줄이려고 하고, 버스회사는 방만한 경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구감소와 젊은 층의 도시 이동,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여객수가 줄어들어 버스회사의 수익이 감소하며 여파가 더욱 커졌다. 이는 버스회사의 노선 축소와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 농어촌 지역에 대중교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2020년 전국 농어촌 지역 중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곳은 2224곳으로 2015년 879곳에 비해 약 2.5배 증가했다).
어떠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가
현재 정치권에서는 지방의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농어촌 지역에서의 버스 완전공영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이 정부가 민간에 운영을 맡기고, 적자가 발생하면 지원해주는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지자체가 직접 공기업 등을 설립하여 버스 운영을 도맡는 완전공영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지자체의 적자가 커질 수는 있지만, 노선 감축과 같이 시민들이 준공영제에서 느꼈던 불편이 개선될 수 있다. 2020년 시내버스 완전 공영제를 시행한 정선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선군은 ‘시내버스 완전 공영제’를 시행한지 15개월 만에 평균 이용객이 54.2%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내버스 이용객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정선군은 상권 주변의 유동 인구가 늘어나고 노인들의 경제활동이 증가해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무료 버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6~23살 아동·청소년·청년과 65살 이상 노인의 버스요금을 무료화한 화성시가 대표적이다. 화성시 보고서에 따르면 통행시간 절감, 교통사고 감소, 차량운행비용 감소 △대기오염비용 절감, 온실가스 저감 △스트레스 감소에 따른 사회비용 절감 △경제활성화 등 모든 지표에서 긍정적 효과를 거둬 모두 129억6천만원의 경제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외에도 100원만 내고 택시를 부를 수 있는 100원 택시, 주민들의 호출에 따라 실시간으로 노선을 바꾸며 찾아가는 수요응답형 버스 등의 대안교통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똑버스라는 이름의 수요응답형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낙후지역의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은 재정, 지방의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재정 투입 필요해
지방의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결국 과감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중간한 준공영제로는 지방 시민들의 불편과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을 이루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서산시는 서령버스와 극적인 합의를 이루어 내 운행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서령버스의 적자와 방만한 경영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어 보인다는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는 경기, 창원 등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 내 인구가 줄어 버스회사가 적자를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선군이나 신안군처럼 완전 공영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혹은 독일과 같이 수요응답형 버스 등 대안교통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지방의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 투입이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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