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너 마저? 등록금 인상에 거리로 나온 대학생들
지난 4일, 전국의 대학생 350명이 서울시청 앞에 모였습니다. 지난해부터 대학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반대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월세부터 외식비, 교통비 등 끝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투잡은 물론 N잡까지 뛰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학생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학 등록금마저 인상된다는 소식에 학생들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서울시청과 대학가 앞에서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반대를 포함한 여러 조치를 정부와 대학 측에 요구했는데요. 정부와 대학은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주 미션100은 치솟는 물가로 학생들이 어떠한 위기에 처했는지, 그리고 학생들의 주장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OECD 상위권 기록한 대학 등록금. 학부모와 학생 모두 허리 휜다
거리로 나온 대학생들은 지금의 등록금 수준도 부담된다고 호소했습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대학생 7,223명에게 등록금 인상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열명 중 여덟 명은 기숙사비와 계절학기 등록금, 학식비 등 학교 관련 모든 비용이 오르면서 현재의 등록금 수준도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부담은 OECD 32개 회원국 중 4위로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와 우리나라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높은 등록금 부담에 물가 인상까지 겹쳐 투잡부터 N잡까지 아르바이트를 늘려도, 학교 공부와 취업 준비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것 같다고 합니다.
최악의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평가받는 학생들은 “대학 재정의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지 말고 정부는 대학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 재정 투자를 확대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 측에도 “등록금 인상으로 재정난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학교마다 많게는 수천억 원 규모로 축적하고 있는 적립금을 사용하여 학교 시설 재건축에 사용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역대 최악의 물가 인상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와 대학은 돈을 꽁꽁 숨겨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요구에 정부와 대학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년도 정부는 역대급 세수 부족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와 나랏돈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지원 제도 개편으로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든 데다, 입학생의 규모까지 작아져 수입원이 크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쌓아 두고 있는 적립금은 애초에 등록금 인상을 대신해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만에 하나 사용하더라도 이후에는 적립금으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없기에 미래 재정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등록금 부담에 학교 떠나는 선진국 대학생들, 인재가 사라진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물가와 등록금 인상으로 부담을 느껴 학교를 떠나가는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가에서는 나라의 미래 동력인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은 세계적으로 대학 등록금이 비싼 나라로 꼽힙니다. 영국 대학 졸업생은 평균 우리 돈 6천만원가량의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직장인들이 대학 학자금 대출을 평생 갚아 나가야 한다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영국 두 나라 모두 과거에는 학생들이 미래를 위해 그 많은 학자금 대출을 감내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물가와 등록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인 뉴욕타임스가 지난 2021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고등교육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6%가 "자녀가 고등학교 졸업 후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대졸자 감소로 미 경제는 2030년까지 1조2000억달러(약 1600조원)의 경제 손실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역시 등록금이 저렴한 다른 유럽 국가로 옮겨가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최대 규모의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소득액 12만5000달러(부부 합산 25만달러) 미만 소득자의 경우 1만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기로 한 것입니다. 탕감 계획으로 최대 4300만명의 미국인이 1인당 최대 2만달러(약 2700만원)까지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약 4000억달러(한화 약 535조원)가량이 소요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국가의 중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커지는 학생 부담에도 정치권은 정쟁 중
학생들의 부담이 커짐에도 정치권의 논의는 진전이 없어 보입니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을 못 갚는 청년은 4년 만에 7배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금액 역시 275억여원으로 약 6배가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학생들을 위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입니다. 최근 야당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학자금 지원 8구간(기준 중위소득 대비 200%) 이하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생들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를 이용할 때 연간소득 금액이 상환기준 소득을 초과하기 전까지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내용의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습니다. 개정안이 실제로 시행되기까지 앞으로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표결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당은 해당 개정안이 다른 대출 제도와 형평성이 맞지 않고, 추가 대출이 발생해 재정 부담이 생긴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에 따라 모든 대학생에 대해 소득 8구간까지 학자금 대출이자를 면제해 주면 매년 이자비용이 860억 원 규모로 국민 세금이 들어가기에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여당에서는 중위소득 대비 200% 이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개정안을 중위소득 100% 이하(가구 월소득 540만원 이하)로 낮추자고 주장하고 제안했지만, 야당에서는 범위가 작아 실효성이 적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무이자 대출법은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물가와 금리 인상이 계속되어 학생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데도 말이죠.
학생 부담 줄이는 것이 미래 동력 살리는 길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사람이 제일 중요한 자원이다’라는 말을 예전부터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그만큼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교육이 중요한 나라입니다. 자원이 많은 해외 선진국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중요성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물가 상승과 재정난을 경제적 자립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담이 심해질수록 학생들은 높아진 등록금과 월세, 식비를 감당하기 위해 투잡, N잡을 뛰어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됩니다. 바쁜 생활에 스펙도 쌓기 힘들어져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에 취직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집니다. 학생들의 부담이 커질수록 국가의 활기와 동력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사라진 동력과 활기를 되찾기 위해 하루 빨리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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