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걱정없이 다니고 싶습니다.’
지난 5월 28일, 전국의 대학생들이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 앞에 피켓을 들고나왔어요. 이들은 치솟는 물가로 위기에 처한 학생들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는데요. 수업 후 남는 시간을 쪼개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식비부터 월세, 교통비, 전기/난방비, 등록금까지 모든 지출이 확대되며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합니다.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최근 ‘대중교통 프리패스’가 대학생들의 지갑 상황을 개선해 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학생들부터 노인, 정치권, 시민사회까지 주장하고 있는 ‘대중교통 프리패스’, 대중교통 프리패스가 떠오르고 있는 이유를 미션100이 알아봤습니다.
곳곳에서 시작된 교통요금 인상, 취약계층에 더 큰 피해
밤 12시를 넘어서도 떠들썩했던 대학로 거리. 밤늦게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대학로 거리가 최근 들어 한산해지기 시작했어요. 밤 12시만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눈에 띄게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부모님의 잔소리보다 급격하게 인상된 택시요금이 더 무섭다고 합니다. 대중교통을 놓치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밤늦게 택시를 이용하면 내일 아침은 굶거나 삼각김밥 하나로 때워야 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에요.
요금 인상은 택시뿐만이 아니에요. 최근 서울시는 지하철 요금을 150원에서 300원, 버스 요금을 300원 올릴 계획이라고 해요. 심지어 학생은 물론 직장인들이 자주 애용하는 따릉이 역시 기본요금을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류비까지 증가하고 있으니 이쯤이면 걸어 다니는 것 빼고 모든 이동 수단이 비싸진 것과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서울시는 최근 5년간 지하철이 연평균 9,200억원, 버스는 5,400억원으로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에 따라 노인들의 무임승차까지 손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고요.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대중교통의 적자는 심각해 보이지만, 대중교통을 제외하면 이동할 수단이 없는 서민들은 식비에 월세, 전기요금 인상까지 이중고, 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상황인 거예요.
대중교통의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커… 적자에도 대중교통 장려하는 선진국들
대중교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는 선진국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요. 물가와 인건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적자가 더 늘었다고 하죠. 그럼에도 최근에는 오히려 대중교통을 더 저렴하게 이용하도록 장려하는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독일은 작년 6월부터 8월까지 한 달에 9유로(약 1만 2000원)만 내면 독일 전국에서 버스, 전철, 트램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을 시범 도입했어요.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9유로티켓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0.7%포인트 감소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25% 증가했으며 이산화탄소 180만톤을 저감하는 한편 각종 교통혼잡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고 하는데요. 정책의 효과에 힘입어 독일은 49유로(6만 5천원)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 패스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저렴한 정기권은 오히려 정부의 미래 비용을 최소화하고, 시민들의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하는 참신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해요. 독일 이외에 오스트리아와 영국 등 국가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시범 시행 중이고요.
‘대중교통 프리패스’,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대중교통 프리패스’는 우리나라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시행된다면 국민 모두가 저렴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기도 하고,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 사회에 큰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수송 분야(자동차, 비행기 등)에서의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38%나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적이 있어요. 이 약속을 지킬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는 거고요. 우리나라의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일반 자가용에 비해 2~3배가량 탄소 배출이 적고 많은 사람들을 태울 수 있는 교통수단입니다. 이외에도 언급되는 사회적 편익은 차가 막혀서 길에 버리는 기름과 시간을 계산한 ‘교통혼잡비용’(2018년 기준 수도권 약 35조원)이 있어요. 수도권의 경우 전체 자가용 사용 중 5km 미만의 근거리 이용이 52%를 차지한다고 하는데요. 만약 대중교통 프리패스가 실행되어 자가용 이용자들 중 일부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에너지 사용량도 줄고 교통 혼잡도도 줄 수 있을 거예요.
이러한 기대효과 힘입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대중교통 프리패스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심상정의원과 정의당은 3만원으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어요. 유류세로 얻어지는 재원을 대중교통을 위한 재정으로 바꾸면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 제도가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하고요. 환경연합은 ‘1만원 교통패스’ 제도를 주장하고 있죠. 환경연합에 따르면 2020년도 기준 교통시설특별회계로 걷은 세금 중 사용하지 않고 적립된 금액이 약 12조원이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1만원 교통패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각 정책마다 재원 확보 가능성과 효과 등 많은 논쟁이 있지만, 대중교통 프리패스에 대한 논의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여요.
인식의 전환, 우리 사회를 보호하는 대중교통 더 장려해야
대중교통이 우리 사회에 큰 편익을 가져다주는 만큼, 대중교통을 더 이상 골칫덩이 적자 사업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대중교통은 에너지 낭비를 막고, 교통혼잡을 줄여 주며 온실가스를 감축해 주는 소중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에요. 많은 나라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 낭비를 막는데 막대한 비용을 쏟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 역할을 대신해 주고 있는 것이죠. 또한 대중교통이 저렴할수록 대학생과 노인 등 취약계층의 이동이 활발해져 경제활동과 건강이 증진되는 효과도 있어요. 물가 상승과 기후 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지금,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대중교통은 더 이상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가 아닌, 우리 환경을 보호하고, 이동 취약계층의 기본권을 보장해 주는 중요한 수단이에요. ‘대중교통 프리패스’의 도입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