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월 둘째 주가 지나갑니다. 주말에는 사촌언니의 결혼식이 있어서 온 가족이 서울에 가요. 4식구와 살면서 응석받이가 되어버린 산이가 1박2일을 혼자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번 주는 한 편의 글만 싣습니다. 인사가 늦었네요, 다들 안녕하시죠?
안녕, 봄
봄이 오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 있다. 가장 따뜻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계절에 왜? 라는 질문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래서다. 나만 빼고 모두가 힘을 내고 있는것 처럼 보여서. 봄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진다는 통계도 있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 혼자 그런게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한창 내 마음이 힘들었을 무렵에도 봄이 오고 있었다. 세상은 따뜻해지고 밝아지고 향기로워지는데, 나만 쓸쓸하고 슬프고 아픈것 같아서 스스로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봄나들이’ 라는 단어가 퍽 우스워 보이고 벚꽃길을 걸으며 환하게 웃는 사람들이 괜히 행복한체 하는것 같아 아니꼬워보였다. 꼬일대로 꼬인 마음이다.
당시에는 힘든 일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도통 떠오르질 않는걸 보니 사실은 별 일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저 한껏 예민할대로 예민해진 내가 온 세상을 비뚤게 보고 있었을 뿐.
3월에 받은 두번째 수술 자국이 제법 옅어지고 있다. 수술 후 두 차례 외래 진료를 다녀왔고 약을 처방 받았다. 한번 더 재발하게 되면 난소 기능이 매우 떨어지는데, 불행히도 난소 내막종은 100% 재발하기 때문에 평생 약을 잘 복용해야한다는 당부를 수술 전부터 계속해서 듣고 있다. 생명에 지장이 있는 심각한 중병도 아니면서 ‘평생’, ‘재발 100%’, ‘재발시 임신 불가’ 같은 지독한 말들을 듣고있자니 머리가 지끈지끈해서 억지로 감사해보기로 한다. 그래도 수술이 잘 됐음에 감사, 더 늦기전에 발견해서 감사, 약을 잘 먹으면 괜찮다니 감사. 계속해서 감사의 이유를 붙이다보면 도저히 여유가 없어보이던 마음이 느닷없이 평안해지고 잔잔해진다.
마음이 괜찮으면 다 살아진다. 병원에 있을 때에도 몸은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혼자서도 회복하지만 마음은 부단히 노력하고 살펴줘야만 돌아온다는 사실을 많이 배웠다. 내 마음의 안부를 뒤늦게 물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그리고 이 글을 보고있는 당신)의 마음도 안녕한지 묻는다. 메이가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고 리현이가 푹 잘 잤으면 좋겠다. 용돌님도 스트레스 받는 일 없이 좋은 곳에 좋은 기회로 잘 이직했으면. 진오의 마음에 위로가 전해지길. 우리는 너를 잊지 않았고 항상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언젠간 알아주겠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기온은 24도. 길거리에는 반소매와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누군가의 마음을 설레게하고 누군가를 울리기도 하던 봄이 가고 여름이 온다. (대구라 어쩌면 조금 더 빠를지도?) 다가오는 여름에는 모두의 마음이 평안하고 잔잔하길. 그리고 봄아, 너도 안녕.
이번 주엔 무엇을 했나
- 비오는 어린이날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대체 공휴일은 달콤한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간만에 일정없이 푹 쉬기만 한 날이라 그런가 더 빨리 사라졌어요. 주4일제를 달라.
- 어버이날을 하루 앞당겨 할머니댁에서 함께 초밥을 먹었습니다. 할머니 건강이 영 좋지 않아 마냥 좋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할아버지의 '추억 모음' 박스 사진들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수요일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고생하고 있어요. 몸살인가 싶기도 하고.. 특히 두통 때문에 괴로워하는 중.
서울에 가는 김에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돌아올게요. 모두 따뜻하고 다정하고 은은하게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안녕!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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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용준
이번 주도 잘 읽었습니다.
월간지아
혼자 쓰는 글에 이런 댓글은 엄청난 힘이 돼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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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메이
봄날의 햇살 지아가 좀 더 평안한 날들을 보내길🙏💝
월간지아
아프지마 메이 메이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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