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쓰는 #퇴고없는 에세이
안녕 여러분👋
오늘도 출근길에 글을 씁니다, 봄이 온줄 알았는데 눈 소식이 있는 차가운 아침이네요👀❄️
대뜸 질문부터 하나 던져 볼게요, 여러분은 무언갈 잘 기다리는 사람인가요?
저는 기다리는 것에 매우 서툰 사람이에요.
하지만 세상에는 기다려야 할 일이 참 많죠... 매일 아침 기다리는 버스부터 커피, 맛집 웨이팅, 옆 부서에 보내둔 업무 협조 요청에 대한 대답, 시험 성적 발표, 친구들과의 연락, 남자친구의 전화 같은 것들이요.
이런 것들을 마땅히 기다려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기에...겉으로는 차분하지만 속으로는 '기다리는 거 어떻게 하는데!?😖'하며 괴로워한답니다.
때로는 기다리는 게 힘들어 저에게 유리하지 않은 행동을 하기도 해요, 가령 회신 기한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옆 부서에 협조 메일을 또 보낸다거나 친구들이랑 연락을 하고 싶은데도 메시지를 기다리는 게 어려워 짧게 연락을 마무리한다거나, 남자친구에게 수동공격을 한다거나...그런 것들이요.
저는 왜이렇게 기다림이 어려울까요? 다양한 요소들이 기여했겠지만, 오늘은 코헛의 관점에서 탐구해볼까 해요.
'코헛이..누군데👀!?'
그것을 다 설명하자면 글이 복잡해질 것 같아 간단히 이야기할게요. 프로이트는 다들 익숙하시죠? 코헛은 프로이트와 같은 심리학자랍니다.
프로이트가 자아, 초자아, 원초아로 인간의 마음을 설명하려 했다면 코헛은 '자기'라는 개념으로 그것을 대체하려 했어요.
여기서 '자기'는 말 그대로 '자기'입니다. '자기 자신'할 때 그 '자기'요. 인간의 마음은 미성숙한 자기에서 점차 성숙하고 응집된 자기로 나아간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죠.
'자기'는 성숙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획득합니다. 자신을 인식하는 기능, 자기감을 유지하는 기능, 스스로를 다독이는 기능,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기능,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는 기능. 그리고 기다리는 기능도 그중 하나겠지요.
왜 어떤 기능은 미처 발달하지 못한 걸까요? 코헛은 그것을 '변형적 내면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용어가 너무 난해하죠?🧐 하지만 알고보면 아주 간단한 개념이랍니다.
변형적 내면화는 타인이 내게 해주던 어떤 것을 습득하여 그 스킬을 스스로 쓸 수 있게 되는 거랍니다. 이러한 변형적 내면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중요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해요. 바로 '최적의 좌절'이랍니다.
'갑자기 무슨 좌절??' 싶으실 텐데요. 한번 생각해보자구요. 남이 나에게 계속해서 무언갈 해준다면 우리는 그것을 스스로 할 생각을 하지 못하겠죠. 그렇기에 우리가 어떤 기능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좌절이 필요한 것입니다.
가령, 슬픈 일이 일어났을 때마다 항상 부족하지 않게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굳이 혼자 스스로를 위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때문에 '자기 위로' 기능이 미처 발달하지 못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잘 기다리지 못 하는 사람이고, 이 관점에서 보면 저는 어릴 때 '기다려본 적이 많이 없어서' 기다리는 게 어렵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증거있어?' 묻는다면, 언젠가 엄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로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기 때 저는 잘 울지 않았다고 해요. 아기는 밥을 기다려야 할 때, 또는 누군가 자신을 안아주기 바랄 때 울곤 하지요. 제가 유난히 순한 아기는 아니었기에, 제가 잘 울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엄마가 저를 잘 돌봐주었다는 말이겠죠🫶
잘 울지 않았던 아기 시절을 보내며 제가 얻은 기능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오늘은 미처 습득하지 못한 '기다리는 기능'에 집중해보려구요.
사실 누구나 이런 미처 습득하지 못한 기능 한두개쯤은 있을 거예요. 완벽한 양육 환경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것이 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뼈아프게 배워야 합니다' 아직까지 제가 찾은 다른 방법은 없어요.
다 커서 배우는 영어가 서툴고, 유년기 때 익숙해진 젓가락질을 바꾸는 게 어렵듯 아마 어릴 때 미처 흡수하지 못한 마음의 기능들을 기르는 일도 쉽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매일매일 변하고 자라나는 유기체이기에, 또 그렇게까지나 어려울까 싶기도 하네요(저는 낙관주의자랍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남들은 자연스럽게 하는데 나에게는 유독 어려운 어떤 일이 있으실까요? 혹시 그런 것들을 배울 틈이 여러분들께 없었던 건 아닐까요?
만약 찾으셨다면, 우리 같이 뼈아프게 한번 익혀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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