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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날 좋아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91. 나는 나이기만 하면 된다.

2025.04.07 | 조회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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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마음은 결함이 아님을,

 

안녕 결, 민경이야.

 

새 편지지에 쓰는 첫번째 편지라 그런지 조금 긴장되고 또 설레는 기분이야. 새로운 편지지를 건네받은 너는 어떤 기분일까?

 

요즘 날씨가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아침에는 겨울 같았다가, 볕이 한금 들어오는 낮에는 봄이었다가 해질녘 잔잔한 노을을 보면 '가을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유독 곁의 많은 사람들이 감기로 고생하는 모습을 봐.

 

지난주에는 산불 소식에 마음이 오래 아팠어. 어느 지역이었더라도 그랬겠지만, 고등학교를 다녔던 경북에서 일어난 재해라 마치 내 일처럼 느껴졌어. 의성, 안동, 청송, 영덕 그리고 영양. 모두 내게는 익숙한 곳이고 그중 한곳은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하는 곳이라 불길이 잡히길 간절히 바랐지.

모든 불이 꺼졌다는 기사를 읽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어. 미처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으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또 오랜 터전을 다시금 일구셔야 하는 분들께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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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지난 삼월은 어땠니?

나에게 지난 삼월은 참 도전적이었어. 학기가 시작되었고, 그와 함께 학과 조교일을 맡게 되었고, 동시에 상담 실습을 이어나갔고, 더불어 이사도 했었거든. (웃음) 그 모든 일을 돌파하고 사월에 당도했다는 게 약간 믿기지가 않아.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돌아보니 아주 뿌듯하고 내가 대견하네.

그 모든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아주 애썼고, 또 애쓴만큼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지냈어. 행복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거 좀 이상한데?'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사랑은 아기 때나 받을 수 있는 건데.. 위험한데..' 이런 생각도 했던 것 같아.

 

그러던 한 날, 사건이 발생했어.

예전에 한번 필요한 서류를 가져다 드리고 또 묻는 질문에 잘 대답했을 뿐인데 '일을 참 잘한다'며 나를 좋게 생각해주시던 교수님 한분이 계셨어. 그날, 그 교수님께서 무언가를 요청했는데 다른 학생의 일을 봐주던 찰나 건네받은 연락이라 실수를 해버렸지 뭐야. 그 실수로 교수님께서는 나에게 크게 실망하신 눈치셨어. 사과도 드리고, 일은 잘 수습했지만 마음이 매우 찝찝했어.

아주 아끼던 접시에 금이 간 느낌? 아끼던 옷의 올이 나간 느낌, 맛있게 먹던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온 느낌.

왜이렇게까지 내가 당혹스러워하는지 궁금해서 내 마음을 들여다 보았어. 그 안에서 '모두가 날 좋아하는 완벽한 세상'을 원하는 마음을 발견했고, 그 마음에 말을 걸어보았어. '근데..모두가 날 좋아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하고.

 

그 질문을 건네자마자 자신의 바람대로 현실이 흘러가지 않아 잔득 겁을 먹은 그 마음이 스르륵 힘을 푸는 게 느껴졌어. 그래서 덧붙여 말을 건넸어.

 

모두가 날 좋아하는 게 이상하지 않나?

나는 한 사람인데, 한 명인데

만약 그렇다면 몇인분을 해내고 있는 것인지.

얼마나 애쓰고 있는 건지.

 

그리고 그런 나를 나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도 알려주었지.

 

모두가 날 좋아하고, 예뻐하고, 인정해주는 게 기본이라서 그런 상태에서 나는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안심할 뿐.

그리고 그런 상태에 흠이 생기면 곧바로 나를 비난한다.

 

이렇게 적고 나닌 마음이 참 편했어.

쐐기를 박기 위해 몇문장을 덧붙였어.

 

나는 누군가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상처줄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비판받을 행동을 할 수도 있는

평범한 한명의 사람이다. 

 

.

.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인데

여전히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렵나봐

이렇게 늘 새롭게 놀라니까 말이야.

 

내가 사랑뿐만 아니라 미움과 상처를, 편의뿐만 아니라 불편함을 주고.

모범이 되는 게 아니라 '이러면 안돼'의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걸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걸 알고도, 그 사실로 나 자신을 나무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나이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걸 잘 아는 사람이.

 

.

.

 

결, 너는 너의 평범함을 받아들이고 있니?

 

.

.

 

저기까지 편지를 써두고 오일이 지난 오늘, 다시 편지지를 꺼내들어 끝인사를 적고 있어.

 

이번 주말에는 생일을 맞아 대구에 왔는데, 눈에 보이는 풍경이 푸릇푸릇 했어. 그리고 벚꽃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봤는데 이제 정말 봄이구나 싶었지.

완연한 봄으로 향해가는 이 시기를 참 좋아해. 벌써 서른 한번째 맞는 봄인데 늘 처음처럼 설레고 행복해.

 

네 곁에도 봄이 성큼 와있니? 눈에 담기는 풍경이 네 마음에 드는 봄이었으면 좋겠다. 살결에 따스한 햇빛이 닿듯, 마음에도 온기가 번지는 사월이길.

 

그럼 결, 우리는 오월에 다시 만나:)

 

 

2025.04.06. 민경

 


 

 

답장은 여기로 보내주면 돼, 더 빠르게 마음 나누고 싶다면 아래 댓글로 남겨줘!

 


 

 👀지난 편지의 답장을 나눌게, '스스로에게 편지를 써본 적 있는지' 물었었어. 

 

봄날은 참,,
한마디로 지 마음대로다.
포근하게 감싸주다가, 매몰차게 바람이 불다가, 비가 오기도 하고 때론 눈이 내리기도 하고,이제는 정말 봄인가보다 하고 겨울옷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넣어놓았다가도 도로 꺼내 입어야 할 정도로 춥기도 하다. 애인을 사귀려거든 이런 봄날 닮은 이는 상당히 조심해야 할 것 같아. 하하!그래도 어쨌든 오늘은 바람도 안 불고 그저 따뜻하기만 하여 산이나 들이나 어디로든 꽃구경을 가야 할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마주하고 앉아본다. 민경이가 은근히 권해주었던 ‘나에게 편지쓰기’를 한번 해 볼 참이야.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편지 많이 썻었는데..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도 많이 받았고 그 답장을 차곡차곡 오래도록 보관하기도 했었는데.. 요즈음 생각하면 석기 시대 만큼이나 아득한 기억이 되었네. 그런데 나에게 편지쓰기! 라니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즈음엔 ‘예전엔 안 그랬는데’ 하는 신체 반응이 많아서 인생의 전환기인가 싶은 생각이 자주 들어. 그래서 이참에 나의 인생을 리셋 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나에게 몇 가지 주문을 해보려고 해. 첫째는 정신적으로 둘째는 신체적으로 셋째는 대인 관계에 관하여 행동 요령들을 정리해 보려고 해.

우선 잘 난 사람이 되어야겠어. 학벌 좋고 돈도 잘 벌어서 번드러하게 차려 입고 좋은 차 끌고 다니면 좀 잘 난 사람인가? 나는 요즈음 ‘정리마켓’이라는 유튜브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는데 한 미니멀리스트가 하는 말이 자신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무슨 옷을 입고 무슨 백을 들고 나왔는지 그런 것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고 그 사람에게서 어떤 향이 났었는지 기억이 난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나도 생각해 보기를 ‘좋은 향이 나는 사람이 정말 잘난 사람이구나’ 싶었어.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내가 고안해 낸 것은 두 가지야. 일은 대인관계에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고 이는 한 걸음 물러서서 들여다보고 양보하는 것이 정말 지혜롭고 잘 난 행동인 것 같아. 쉽지 않을 거야. 항상 감정이 앞서고 나는 특히 분노가 많은 사람이라서.

신체적으로는 내 몸을 끊임없이 가꾸어야 할 것 같아. 태어나서 이미 여러 날을 살아왔고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에서 얼마나 많은 변형이 이루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세월을 되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 너무나 유명한 한 연예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공부를 하고 내린 결론은 좋은 것을 찾아서 먹는 것 보단 나쁜 것을 먹지 않는 습관을 들이고(물론 다른 노력도 했겠지만) 머리카락의 노화를 막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계속적인 노력을 하더라도 나의 신체는 계속적인 노화의 과정을 겪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을 가꾸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이번 봄에 역대급 산불로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우주를 닮은 나의 마음도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재해를 입을 수 있겠다 싶은 차에 ‘감정정리’라는 말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 그때 감정을 정리해 주어야 한다는데 어떻게 정리를 하지? 나는 유독 화가 많고 화가 나면 조개처럼 입을 다물어 버리는 형이라서 감정 찌꺼기들이 쌓이고 쌓여 산을 이룰 지경.. 빨리 빨리 정리를 해 주어야겠는데 일기를 쓴다든지, 편지를 쓴다든지, 글을 쓰는 습관이 없어. 그래도 요즈음은 책읽기 습관을 조금씩 들이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쓰기 습관을 들이기 어려운 것은 당장 눈앞에 피해 상황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겠지. 배가 고파지는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한 치 앞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조금은 생겼으니까 트라이!!!

*****

생존 필수 조건이 '사랑'이라니 잔뜩 기대가 된다.다음 편지 때 까지 안녕!


from. 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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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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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earsilver

    0
    9 months 전

    어느 시인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었는데 내게 지난 3월은 정말 잔인했었어.(엄청 힘 들었다는 뜻ㅠㅠ)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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