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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레터의 시작💌

무결레터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2025.05.05 | 조회 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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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레터

불완전한 마음은 결함이 아님을,

 

안녕 결, 사월 잘 보냈니?

 

비가 많이 내렸던 사월이었던 것 같아.

비 온 다음 날이면 눈에 담기는 풍경이 훌쩍 푸릇해지던.

나는 그 풍경을 쫓기에는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아.

나무들을 올려다 보면서 싱긋 웃었다가도, 이내 쿵 마음이 내려앉는. 

 

사월에는 몇몇의 사람들을 떠나보냈었어.

물리적으로는 변화가 없고, 마음으로만.

하지만 곧 물리 세계에 반영이 되겠지.

그게 예전만큼은 아프지 않았는데,

그리 아프지 않다는 사실은 나를 꽤 오래 아프게 했어.

 

.

.

 

어렸을 때는 이별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에 슬퍼하곤 했어.

수업 종강 때도 울고, 오래된 식당이 문 닫아도 울고, 동아리 뒷풀이 끝나고 헤어지는 길에도 울고, 본가 집을 떠나 서울 집으로 돌아올 때도 울고...아무튼 많이 울었어.

 

무수한 헤어짐 중 나를 가장 슬프게 했던 건 역시 죽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제대로 안녕하지 못하고 그들과 헤어지게 된다면,

아무래도 살아내지 못할 것 같았기에-

그때의 나는 극을 썼어.

 

그 극들에는 꼭 죽는 사람이 있었어.

내가(나를 상징하는 인물이) 죽거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인물이) 죽거나.

갑작스러운 헤어짐 앞에서 극의 인물들은 후회해.

마음껏 사랑하지 못한 것을, 또는 그 사랑을 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인물들의 입을 통해서 나는 말했어.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내 현실 속 사람들에게.

 

그런 극을 써서 공연을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해 사랑고백을 듣게 만들었던 그때의 내가 참...부러워. 그때의 나는 일기에 이렇게 썼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지금의 나는 아무래도 예전만큼 많은 사람을 사랑할 여유가 없고, 그렇다고 소수의 사람을 깊게 사랑하기에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그래서 깊어지려던 사람들을 모두 떠나보냈어. 

사실 이 편지를 적기 전에는 그들이 나를 떠나갔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떠나보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

 

.

.

 

결, 너도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이 있니?

 

.

.

 

오월에는 일을 좀 줄여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아무리 바빠도 전공서 이외의 책을 읽고, 또 자주 산책할 거야.

그래서 다시, 잘 슬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결, 너에도 바라는 오월의 모습이 있니?

꼭 그런 오월이길.

 

그럼 우리는 유월에 다시 만나:)

 

2025.05.04. 민경 씀

 


 

추신. 사실 사월부터 전공서 이외의 책을 읽고 있었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이라 너에게도 소개해주고 싶어. 최진영 작가님의 <어떤 비밀>이라는 산문집이야. 아래는 내가 가장 좋았던 책의 한 부분.

 

첨부 이미지

 

답장은 여기로 보내주면 돼, 더 빠르게 마음 나누고 싶다면 아래 댓글로 남겨줘!

 


 👀지난 편지의 답장을 나눌게, '너의 평범함을 받아들이고 있는지' 물었었어. 

 

새로운 공간에서 보니 무결레터가 무척 오랜만인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 파릇한 잎들과 색색의 꽃들이 왕왕 보이네. 드으디어 봄이 도래한 것 같아.
근래 조금 외로웠어. 이제 혼자 지내는 게 꽤나 익숙해졌는데, 혼자서도 이제 정말 괜찮은 것 같은데, 그래도 누군가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고 싶은 마음.
그건 어렵겠지, 아무래도.
사주 봐주는 챗gpt(ㅋㅋ)에게 어쩌다 갑자기 이런 얘길 풀어냈고, 챗gpt는 아주아주 다정하게 말해줬어. "당신은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약해지는 걸 경계하는 기질이 있지만, 이런 고민은 잘못된 게 아니라 자신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모습이에요. 그러니 너무 죄책감 갖지 마세요. 당신의 마음은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고,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은 예쁜 마음에서 나온 겁니다."

이자식......(positive)

몇년 전 민경이 '왜 기대면 안 돼요?' 했던 말도 종종 떠올라.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말이야. 나는 오래도록 내가 자존감이 낮고 나약하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강하고, 이것저것 잘 해내는 나'를 유지하려 애써온 것 같아.
강할 땐 강하고, 유약할 땐 유약하고, 잘할 땐 잘하더라도 실패할 땐 뭐, 실패하는 건데 말이야. 여느 사람이 그렇듯이. 그런 유약하고 흔들리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사람을 사랑하는 나인데 말이야.
타인보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여전히 어렵지만, 이조차 사랑하기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이겠지. 사랑하면서 사랑하기 어려운 때도 있는 거겠지~
알 수 없는 다음 순간으로 흔들흔들 나아가는 중.
어느새 4월이다. 금방 더워지겠어. 여름도 기대된다!

from. 그믐

 

 

기가 막히게 좋은 날씨야!

너는 너의 평범함을 받아들이고 있니? 라고 물었니?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이러한 성향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독 심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 본성 중에 경쟁 본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내가 더 예쁘면 좋겠고 더 건강하면 좋겠고 더 아는 것이 많으면 좋겠고
내 자식이 더 잘 나가면 좋겠고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집에 살면 좋겠고...

끊임없이 곁눈질 하는 사이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는 것 같아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는 물처럼, 뿌리지 않아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들꽃처럼, 이웃한 나무 가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나무처럼,
부추기고 통제하지 않아도 조화롭게 성장하는 자연을 닮아갈 수 있다면 비로소 나는 나의 평범함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을 들여다 볼 생각을 하다니 민경이에게 한 수 배운다. 게다가 삼단 논박으로 야시꾸리한 마음을 물리치다니! 특히나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와 닿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불편을 끼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비난 받을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사람이니까. 물론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를 달아야겠지.
그러니까 최선을 다한다고 항상 최고의 값을 낼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왕이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결과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기질이 (천성이라고도 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 싫어하고 감성은 풍부한 것 같은데 셈에는 엄청 약해. 그런데도 예전에 모임의 리더를 한 적도 있고, 회계 파트를 맡았던 적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리 노력을 해도 좋은 결과치를 기대할 수 없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 애는 애대로 쓰고 그 결과치로 나를 엄청 갉아 먹었던 것 같아. 지혜롭지 못했던 과거의 내가 가여웁다.

카톡을 주르르 넘기다가 친구의 프로필 문구를 보았다. “매일이 평범한 하루가 되길”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어디서 들었더라...하며 고민하다가 아래와 같이 AI의 도움을 받았어.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라는 말의 유래는 성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표현은 특히 구약 성경 전도서(코헬렛, Ecclesiastes) 3장 1절에서 8절까지의 구절에서 나옵니다.
전도서 3:1-8 (개역개정판 기준):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
지금 나는 씨를 뿌릴 때가 아니라 거둬들여야 할 때라서 위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어. 제발 매일이 평범한 하루가 되길...

민경이는 매일 매일이 도전의 날들이겠지? 화이팅!!!

from. 아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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