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팀 뮤직데이터입니다.
오늘은 싱글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다들 정규 앨범을 내고 활동을 했습니다. 앨범마다 10곡 정도의 수록곡이 있었고 타이틀곡으로 한 번 서브 타이틀 곡으로 한 번, 이렇게 두 번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2010년대가 되면서 정규 앨범은 줄고 미니 앨범과 싱글 앨범을 낸 후에 활동하는 일이 보편화되었습니다. 특히 아이돌은 정규 앨범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이제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싱글 앨범이나 미니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다 정규 1집은 연차가 쌓인 후에 내놓습니다. 작년에 나온 블랙핑크의 <The Album>도 데뷔 후 4년만에 나온 첫 정규 앨범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싱글 앨범의 발매가 늘었을까요? 체감상 분명히 늘어났지만 실제로 확인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FLO에 등록되어 있는 국내 앨범을 대상으로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연대별로 주로 발매된 앨범의 유형은 무엇이며 비중 차이는 얼마나 될까요?
발매연도별 앨범 유형의 변화
90년대에는 정규 앨범의 비중이 77%에 달했습니다. 2000년대부터 싱글 앨범이 서서히 비중을 늘려가더니 2010년대 초에는 싱글 앨범이 정규 앨범의 비중을 넘어섭니다. 2015년 이후에는 아예 국내 앨범의 절반 이상이 싱글 앨범입니다. 이렇게 보니 앨범의 발매 유형이 정규에서 싱글과 미니로 넘어왔다는 것이 확연히 보입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 앨범 제작 단가가 상승해 처음부터 과감한 투자를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제작 단가는 올랐지만 그에 비해 앨범의 개별 가격은 크게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음원 유통을 해주는 업체를 통해서 보다 손쉽게 음악을 유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반 제작자 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의 청취 패턴 변화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10곡이 담긴 앨범 하나를 구매해야 했습니다. 타이틀 곡 하나만 보고 사도 번들로 붙은 9곡에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타이틀곡은 마음에 들지만 수록곡은 별로라면 타이틀곡만 들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제작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됩니다. 수록곡을 만들었는데 청취가 되지 않으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활동을 위해 꼭 여러 곡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타이틀 곡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활동할 수 있죠. 그러니 정규 앨범을 내서 부담을 짊어지는 것 보다는 수록곡이 적은 싱글이나 미니 앨범으로 활동하려 합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수록곡을 듣지 않고 타이틀곡 위주로 들어서 싱글 앨범의 비중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정말로 사람들은 타이틀 곡 위주로 듣고 있을까요? 아니면 수록곡도 상당히 많이 듣고 있을까요? 타이틀곡과 수록곡의 청취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FLO의 사용자 데이터로 확인해보려 합니다.
타이틀곡:수록곡 청취 비율
FLO에 등록된 국내 앨범의 2020년 청취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총 청취데이터의 약 70%가 타이틀곡이었습니다. 타이틀곡을 많이 듣는다고 결론을 내도 이상하지 않은 비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결론을 내면 안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2015년 이후에는 싱글 앨범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섭니다.
싱글 앨범은 타이틀 곡 한 곡만 실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체 앨범 중에서 절반 정도가 트랙 하나만 가지고 있습니다. 간혹 두 곡 이상 실리는 경우에도 타이틀의 연주곡 버전이 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성이라면 당연히 타이틀 곡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수록곡이 없는데 들을 수는 없죠.
그래서 분석 대상으로 삼을 앨범의 유형을 정규 앨범과 미니 앨범으로 제한해봤습니다. 싱글은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제외. 컴필레이션과 라이브는 대체로 타이틀곡의 구분이 무의미하기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정규와 미니 앨범으로 한정하니 폭이 확실히 줄어듭니다. 타이틀 곡을 더 많이 듣기는 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하고 넘어가려고 하니 찜찜합니다. 왜냐하면 타이틀곡의 수가 수록곡의 수보다 적기 때문입니다. 한 앨범에 10곡이 있다고 가정하면 타이틀곡은 (서브 타이틀곡을 포함해서) 많아야 2곡입니다. 그러면 수록곡은 8곡에서 9곡이 됩니다.
그래서 간단한 산수로 보정을 해봤습니다.
- 타이틀 곡의 총 청취횟수를 타이틀 곡의 개수로 나눔 (타이틀곡의 총 청취횟수 / 타이틀곡의 개수)
- 수록 곡의 총 청취횟수를 수록 곡의 개수로 나눔 (수록곡의 총 청취횟수 / 수록곡의 개수)
- 1번 계산으로 나온 타이틀곡의 평균 청취횟수과 2번 계산으로 나온 수록곡의 평균 청취횟수 차이를 비율 값으로 확인
이렇게 보정을 해보니 타이틀 곡을 한 번 들을 때 수록 곡은 0.24번 듣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타이틀만 듣는 사람들이 많네요. 이 결과는 우리의 상식과 비교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차트에서 타이틀 곡 하나를 보는 일은 쉽지만 앨범의 전곡을 다 보는 건 드뭅니다. 아티스트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면 수록곡까지 찾아 듣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차트에 수록곡이 등장 하는 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이유와 방탄소년단은 수록곡의 상당수를 차트에 진입시켰습니다. 다만 그건 아이유와 방탄소년단이니 그럴 수 있는 거죠. 드무니까 기사로 나오기도 하고요.
싱글 앨범의 시대
정규 앨범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아티스트는 앨범 하나에 여러 수록곡을 담았고 청취자는 앨범 하나를 사서 들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아티스트는 하나의 노래를 담은 싱글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청취자들은 여러 아티스트의 타이틀을 골라서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냅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보편화로 싱글 앨범으로 활동하는 빈도는 점점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앨범 하나를 진득하게 듣는 사람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 아티스트의 새로운 모습을 자주 보고 싶은 팬들에겐 이런 변화가 더욱 즐거울 겁니다.
작업후기 및 다음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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