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를 쓰다 너가 생각났어. 넌 끈적거리는 건 질색이라며 땀이 맺힌 내 손을 피하곤 했었지. 그때 내 손을 바지에 닦기는 좀 추한 것 같아서, 그냥 바람에 말린 탓에 손등이 다 갈라 졌었어. 그치만 너가 나를 싫어해서 그런 건 아니란 걸 알아. 차갑고 매끈한 손으로 내 갈라진 손으로 감싸주던 따듯함을 알아.
진하고 뾰족하던 눈썹이 생각나. 흰 눈밭에 서 있는 침엽수같은 눈썹을 쓰다듬을 땐, 고슴도치도 분명 다정한 놈이겠거니 생각했어. 그치만 고슴도치가 뾰족한 건 사실이듯이 너도 네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에겐 한없이 차가웠지. 나는 늘 그게 부러웠어. 내 사랑은 오지랖이 넓어서 나를 피해 숨어있는 사람까지 찾아내 덥게 만들었거든. 왜 여름 햇살처럼, 눈부시게 밝고 그림자 밑까지 후덥지근하잖아. 그래서 난 늘 네가 좋아하는 것들에게만 선사되는 다정함이 좋았어. 물론 내가 그 다정함의 수혜자 중 하나라는 점이 가장.
마음은 실가닥같은 가는 마음들이 얽히고 설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건 여러 감정들을 크게 퉁쳐 말한 것일 뿐이야. 나는 뒤도 안 돌아보는 너의 쌀쌀함에 서운함과 동경을, 좁은 틈새로만 쏟아지는 애정에 안달을, 너에 비해 사랑이 넘치는 스스로에 자부심을, 한편으론 벅참을 느꼈어. 겨울같은 너 앞에선 난 자꾸 여름같은 사람이 되어버렸어.
땀이 삐질삐질 나는 날이면 시원한 바람이 그립고, 너가 생각나. 너도 이리저리 부는 찬바람에 지쳐 내가 생각날까 궁금해. 내 마음이 너의 차가움에 그슬음을 남겼길 바라. 또 그게 너에게 흉이 아니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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