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온다 나에게서. 살이트고 그 사이에 바람이 불고 어느 사이 나는 내가 아닌게 되었음을 느꼈고 무서웠고 나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아 더 작은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아닌 듯한 나를 벗어내기로 했다. 벗겨 내는 것이 맞나.
나는 원래 단단한 몸인줄 알았는데, 아무리 힘을 줘 봐도 새로 생긴 내 몸은 연하기만 하다. 아파 죽겠고, 금방 벌개진다. 시간이 지나고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건 비나 바람같은 것들, 지나가며 스치는 나무 줄기같은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나는 태어나서 내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단단해져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저기 죽어있는 나를, 내가 밖으로 밀어내 뱉어버린 내 껍질을 본다. 툭치면 바스라지는 저 것이 본래 나였다. 괜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는 언젠가 지금의 내 모습도 부끄러워 할까. 혹은 저것이 다시 내 몸이길 바라진 않을까. 후회하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새로운 나는 날개가 있었고, 나는 이전보다 넓은 세상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정확히는 세상이 이렇게 넓은지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여태 덩치 크고 무겁고 땅과 굳건히 붙어 있는 저 코끼리같은 것들이 세상에서 제일 강력하다고 생각했는데, 높다는 것이 꽤나 큰 권력임을 느낀다. 코끼리는 보지도 못할 세상이라니 뿌듯하다. 너도 별 것 아니었구나.
그런데 원래 나의 세상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게 싫다. 내가 무엇을 그리 사랑했는지. 왜 그리 사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사랑했던 것들을 쭉 사랑하고 싶다. 그것이 구리다는 생각 따윈 들지도 않게, 오히려 내가 안달 날지언정. 하늘은 너무 넓어서 그런지 따분하고, 머물 곳 없는 것이 하늘의 매력이자 결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살이 튼다. 똑같이 하야면서 다 다르다고 우겨대는 구름들이 질렸다. 칼날 같은 바람이 새로운 나를 금방 질리게 한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 나는 몸을 비틀어 나온다, 나에게서.
의견을 남겨주세요
모서리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