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추억은 미련이 쌓여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미련이 잊혀 없어질 기억을 추억으로 붙잡아 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추억이 미련 덕분이라면, 추억은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생각합니다. 미련이 추억처럼 따뜻하거나 아련한 마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추억은 미련이 사라지고 나서야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미련은 과거로 걸어 들어가는 기억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미련이 남은 기억은 현재의 일입니다. 미련은 정이 들어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한구석 쌓여있는 제 방 같습니다. 어서 치워야 한다는 것을 느낄 때 쯤이면 근처에서 잔소리가 들려옵니다.
보내줄 줄 알게 될 때, 비로소 기억은 진정한 기억이 됩니다. 시간이 쌓여 술에 도수가 생기고 고기가 마르며 그 맛과 향이 진해지는 일처럼, 기억은 과거에 멈춰서 생생함을 양분삼아 추억으로 익어갑니다. 추억을 그렇게 선고됩니다. 추억은 돌아갈 수도, 돌아가고 싶은 미련도 없을 때 아름다워집니다.
그러나 나에게도 쉽게 추억이 되지만은 않는 일들이 있습니다. 나는 어떤 미련으로, 그 일을 그 날을 그 사람을 추억으로부터 유예시키는가 생각합니다. 개중에는 지나갔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억지와, 돌아가고 싶다는 그리움이 있습니다. 다시 나는 언제쯤 이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고민하다가 저 멀리 시간과 같이 어떤 절대적인 것에 맡기기로 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앉아 괴롭게 고민할 만큼의 미련을 안겨준 기억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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