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엇갈림

#49. 도심과 마음은 미로같아서

2024.12.09 | 조회 59 |
0
나의 서재의 프로필 이미지

나의 서재

매주 작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첨부 이미지

그저께 두 사람은 만나기로 한 장소를 착각했다. 아예 멀면 차라리 다시 약속을 잡든가 할텐데, 옆옆 골목정도에 있는 듯 하다. 전화를 해 장소를 맞춘다. 서로가 서로의 골목에 갇혀 있다. 두 사람 모두 처음 가보는 동네, 골목들은 둘의 만남을 방해하듯 꼬불거린다. 30분이나 지났을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는 길은 찾지 못했지만 큰 길로 나가는 길은 찾았다. 둘은 대략 8차선 정도 되는 큰 길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참을 헤맸지만 그들은 사실 같이 있었다. 여태 전화하며 서로에게 집중해 골목을 뒤졌으니.

어제  두 사람은 만나기로 한 곳에서 잘 만났다. 하지만 이번엔 마음이 엇갈렸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다보면 옆사람과 몸은 붙어있을지언정 마음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한번 길을 잘못 새면, 말이나 행동을 바라보던 태도도 다른 데로 새기 마련이다. 

둘 중 어느 길이 맞다거나, 옳다거나, 좋다거나 말할 수 없다. 14나길보다 14다길이 우수하다고 할 수 없듯이. 다만 다른 길목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눈과 귀를 가진다. 마음이 엇갈린 사람은 이전에 했던 말들이나 행동들이 거슬린다. 생각해보니 여태 내가 받아준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다.. 그사람은 기분이 나쁘다.

가만히 가던 길을 가던 옆사람은 어리둥절하다. 어쩌면 조금은..상대의 엇갈림을 예민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당연하다. 당연했던 일들이 사실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길에 남아 있던 사람도, 다른 길로 엇갈린 사람도 모두 마찬가지다. 

길이 엇갈렸을 땐 전화를 해야 한다. 다시, 말을 해야 한다. 마음은 특히 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말을 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엇갈린줄 모른다. 서로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평소보다 뾰족해진 감정으로, 아픈말일지라도 그것이 아픈 말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기 위해서라도 서로 말해야 한다. 어서 큰길로 나가야 한다.

엇갈리는 일은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일어난다. 엇갈린다는 건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돌아서는 것과 다른 일이다. 두 사람은 어제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길까지 헤맬수는 없으므로. 두사람은 가장 앞에 보이는 큰 카페에서, 곱게는 들리지 않는 말들로 그 큰 카페를 전부 채웠다. 둘은 이틀째 엇갈렸다.


추신 / 글

내가 사랑하는 내 나라가 돌아오길 바랍니다.

추신 / 그림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길.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나의 서재

매주 작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뉴스레터 문의JH1047.2001@maily.so

메일리 로고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