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이름이 같은 당신을 만났다. 당신은 나와 당신과 성별도 모양새도 다르지만 이름하나 같다는 이유로 반가움을 느낀다. 분명 당신은 나와 다른 사람인데,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우리는 같은 이름에 움찔거리며 반응하고, 수도 없이 똑같은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만 그 이름을 불러보는 것은 어색하다. 그건 내 이름이니까. 이름이 같다는 것은 큰일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 같지만 이름은 일종의 주문과도 같다. 나는 평생 그 주문을 들으며 자라는 것이다. 나에겐 당신과 같은 주문이 외워진다. 평생을 같은 주문을 들었는데 이렇게나 다른 걸 보면, 주문이 효과가 없거나 주문 당하는 대상에 고유의 저항감이 있는 것 같다.
괜히 당신과는 사랑에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뭔가 징그럽달까. 내 이름을 넘어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일이 특히나 그렇다. 그치만 당신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우리는 같은 마법에 걸린 사람들이니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우리가 같이 다니면 나는 평소보다 두 배의 사랑을 받고, 두배의 미움을 받는다. 당번을 정해본다. 내 이름에게 오는 사랑을 한 명이 독식하고, 남은 한명이 미움을 독식하기로 한다. 깔끔하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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