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기설기
: 엉성하고 조잡한 모양
: 관계나 일, 감정 따위가 복잡하게 얽힌 모양
- 단어를 찾은 곳
달떡같이 희다는 게 뭘까. 궁금해하다가 일곱 살 무렵 송편을 빚으며 문득 알았었다. 새하얀 쌀 반죽을 반죽해 제각각 반달 모양으로 빚어놓은, 아직 찌지 않은 달떡들이 이 세상 것 같지 않게 곱다는 것을. 하지만 정작 얼기설기 솔잎들을 매달고 접시에 담겨 나온 떡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고소한 참기름에 반들거리는, 찜 솥의 열과 김으로 색깔과 질감이 변형된 그것들은 물론 맛이 있었지만, 눈부시게 곱던 쌀 반죽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엄마가 말한 달떡은 찌기 전의 달떡인 거야. 그 순간 생각했었다. 그렇게 깨끗한 얼굴이었던 거야. 그러자 쇠에 눌린 것같이 명치가 답답해졌다.
한강, 흰, 21쪽
- 나의 단어라면
옴직거리다
: 몸이나 몸의 일부가 작게 자주 움직이다. 또는 몸이나 몸의 일부를 작게 자주 움직이다. ≒옴직대다.
- 단어를 찾은 곳
그 아기가 살아남아 그 젖을 먹었다고 생각한다. 악착같이 숨을 쉬며, 입술을 옴직거려 젖을 빨았다고 생각한다. 젖을 떼고 쌀죽과 밥을 먹으며 성장하는 동안, 그리고 한 여자가 된 뒤에도,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으나 그때마다 되살아났다고 생각한다. 죽음이 매번 그녀를 비껴갔다고, 또는 그녀가 매번 죽음을 등지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죽지마. 죽지마라 제발. 그말이 그녀의 몸속에 부적으로 새겨져 있으므로. 그리하여 그녀가 나 대신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한다. 이상하리만큼 친숙한, 자신의 삶과 죽음을 닮은 도시로.
한강, 흰, 36쪽
- 나의 단어라면
추신
오늘은 두 단어의 예문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제 에스토니아 여행에서 있던 일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쓰지 않던 단어들을 문장에 넣는 일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얼기설기 굴러가는 일상이라도, 늘 몇 가닥의 행복이 엉겨 붙어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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