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보정
온형근
먼 뱃길 거친 풍랑 잔잔한 오천항에 머물러라
쉼 없던 거북선, 자라처럼 웅크려 정박하는 동안
충청 수영 몇과 전라 수영 몇이 영보정 마루에 둘러앉는다.
성벽은 오석이라 까마득하니 아득하고
갯벌에 숨 틔며 바지락, 항구 틈새마다 주꾸미
뜻 맞아 풍경 바깥의 심상을 나누는 영보정에서
손 빠르게 우럭과 바닷장어를 손질하여
잠깐 잊었던 천 년의 우의를 되살렸다.
옥마산에서 우람한 골격의 산맥 아래
성주산 성주사지가 안녕하냐고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