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1.
기본적으로 모든 글은 출판을 염두하고 쓰고 있습니다. 아니 꿈에도 몰랐네, 그딴걸? 이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교보문고나 알라딘만 가도 아니 이딴게? 싶은 책들이 즐비하다는 것은 공감하시겠지요. 저도 그딴것 중 하나가 되고 싶을 뿐입니다. 뭐 한국의 도스토예프스키가 되어 죄와 벌 pt2를 쓰고 싶다 이런게 아니라구요. 어쨌든 꿈은 크게 가지는게 영 나쁘진 않아 보이고, 글로서 꿀 수 있는 큰 꿈은 출판이기에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력이 뛰어나거나 하다 못해 퇴고, 아니면 맞춤법 검사라도 돌린다면 이런 이야기가 좀 덜 민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출판 하기 직전에 가다듬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언젠가의 나에게 미루는 중입니다. 퇴고야 내가 하더라도 맞춤법 검사 정도는 출판사 쪽에서 해주시지 않을까요? 출판사가 있다는 상상도 충분히 괘씸하니까 이왕 이렇게 된거 이번 편은 망상으로 좀 채워보겠습니다.
2.
일단 책의 내용은 에세이입니다. 제가 뭐 소설이나 시, 자기 계발서 같은걸 쓸 수는 없잖아요. 작법서 정도는 욕심 나긴 하지만, 작법서를 쓰더라도 에세이의 형태였으면 합니다. 이상적인 레퍼런스는 이사카 코타로의 <그것도 괜찮겠네>입니다. 마치 시트콤처럼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인 완성도를 가지는 일종의 에세이 모음집의 형태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괜찮겠네>라는 큰 틀 안에서 얼핏 산만해 보이던 에세이들이 묶이면서, 어떤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는데요. 제목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를 알리는 에피소드를 읽고 나면 꽤나 여운이 갑니다. 그런 책이었으면 해요. 그냥 냅다 써 갈겼던 저의 천 편이 조금 넘는 에세이를 잘 추리는 형식일수도 있고. 책을 위해 새로 쓸 수도 있겠지요. 뭐 영화로 치면 장르가 정해졌을 뿐 기존의 시나리오를 각색할지 영화를 위해 시나리오를 쓸 지 정해지지 않은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투자자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혹시…
3.
각색과 창작이라고 쳤을 때(물론 각색도 원작은 저입니다). 기존의 것들을 엮는 방식이 훨씬 더 저 답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을 위해 따로 의식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만큼 글을 쓰는게 재미 없던 적이 없어요. 그때는 조금 더 명확하고 좁은 기획이었는데, <툴앤툴즈>콘텐츠를 찍으며 못 다 한 이야기를 에세이로 풀어본다는 컨셉으로. 왼쪽 면에는 물건의 이미지, 오른쪽 면에는 그 물건에 대한 한 바닥 에세이를 기획했습니다. 뭐 나쁘지 않은 기획 같지만, 숙제처럼 느껴지는 그 장벽을 이기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언젠가 쥐도 새도 모르게 출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저의 고통을 알아만 주십시오. 그 책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게 어렵게 나온 것도 아닐겁니다.
4.
각색이라고 쳤을 때, 그래도 큰 주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책 제목이 될 것 같기도 한데… 서두에 이야기 했듯, 작법서가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꼭 영상에 치우치지 않더라도, 어떤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게 생각보다 얼마나 별 거 아닌지. 별 거 아니기 위해선 어떤걸 포기해야 하는지, 또 어떤걸 건져내야 하는지를 다루고 싶습니다. 저는 뭔가 잘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주 만드는 사람이고. 그걸 누구보다 대충 만들 수 있어요. 대충, 이라는 표현이 저의 코어일지도 모르겠네요. 대충 만드는 법 같은 작법서가 있으면 사시겠습니까? 일단 난 안 삽니다.
5.
출판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게 많아요. 그러니 너무 다 풀지는 않고 대충 키워드만 던져봅니다. 다음에 또 이야기하고 싶으니까요. 일단 출판 형태는 출판사 혹은 텀블벅, 독립 출판일 것 같고. 몇 부를 인쇄하는건 모르겠지만, 너무 전국적으로 다 배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디 뭐 독바위역이나 돌곶이 이런데 구멍가게 같은 곳에 10부 정도 맡겨놓고, 인스타에 “올해는 여기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식으로 책을 구매하는게 일종의 여행이 되면 어떨까 하는 건방진 생각도 해봤습니다. 또 정작 책을 읽지도 않는 내가, 책을 낸다는게 아이러니 하지 않나? 하는 내용도 이야기해보면 좋겠네요. 전자책일지 종이책일지도 말이에요.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그걸 굳이 다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한다면 여러분이 읽어주셔야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형태도 좋지만 무언가를 소장한다는 것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계시지 않나요? 내 말 들리나요? 아니 내 글 읽히나요? 나는 쓰고 있습니다. 빠르면 내년 여름 즈음에 찾아뵙겠습니다. 주간 윤동규 35주차를 마칩니다.
Part 2
1.
저같은 극단적인 T 성향. 아니 T로 위장한 싸이코패스들이 흔히 하는 표현이, 연애와 직장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입니다. 연애가 일과 같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연애 대상을 찾는 것과 직장을 찾는 것. 그리고 결혼할 사람과 평생 직장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그걸 하나 하나 다 납득시킬 생각은 없고, 지금 선생님의 상황에 맞을지도 모르는 예시 하나만 들어보겠습니다.
2.
극단적인 예시인거 압니다. 그런데 선생님과 저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아도 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쭙습니다. 그렇다고 평생 일 안 할거에요? 아 연애로 치환해서 말씀드려야 하지요. 그렇다고 평생 사랑 안 할거에요? 단지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 뿐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이 아니라도, 끌리지 않더라도 한번 마음을 주는 노력을 해보세요. 그렇게 꿈의 직장은 아니지만 취업하고 일을 하는 것 처럼요. 언젠가 꿈의 직장, 혹은 꿈에 그린 사람이 나타날지도 안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만큼 손해가 없어요. 얼핏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을 다니는게 그 회사에 폐를 끼치는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까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우리가, 뭐 손만 닿아도 온 몸에 전류가 흐르고. 입을 맞추면 종이 울리고, 섹스를 하면 영혼이 천국으로 가서 천사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내려오고 하는 사람이랑만 연애하진 않잖습니까.
3.
해결책을 바라진 않는거 알지만. 저도 그냥 하고 싶은 말 하는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세요. 고인 마음을 안고 누군가를 만나세요. 그 누군가가 상처 입은 선생님의 옆에 조용히 숨어 당신의 안녕을 기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시작은 키스>라는 작품을 추천드립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