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윤동규 32주차

흔들리지 않는 평안함

2023.10.22 | 조회 5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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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윤동규

한 주간 쌓인 쓰레기들을 공유합니다

Part 1


1.
좌우명 후보 중 하나는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입니다. 적당히 천천히 쉬엄쉬엄, 부담 없이 작업하고 적당한 보상을 받는 삶을 꿈꿉니다. 말하자면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 <로건 럭키>에 나오는 대사처럼. 오션스 일레븐 보단 오션스 세븐일레븐 같은 스타일이죠. 물론 오션스 일레븐도 소더버그가 연출했지만, 소더버그란 이름 자체도 스필버그의 하위 호환 같은 느낌이지 않습니까? 실상은 그렇지 않아도, 그런 늬앙스가 있다 이겁니다. 저도 설렁 설렁 사는 것 같아도 실상은 제법 치열해요. 하지만 치열함 속에서 설렁함을 놓치지 않는 삶을 꿈꿉니다.

2.
그런 저에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높은 목표입니다. 사실 높고 낮고라 할 것도 없이, 목표 자체를 안 두고 살아가는 편이에요. 조회수나 팔로우가 많으면 여러모로 이로운게 있지만, 그렇다고 특정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애쓰지는 않습니다. 그런거라면 어디 이따위로 만들어 올리겠어요? 목표가 없기 때문에 당장 지금의 작업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은 음식은 결국 흔하고 무난합니다. 건강도 챙겨야 해, 질리지 않아야 해, 재료비도 아껴야 하고 궁합도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오로지 저의 취향만 추구합니다. 먹는 사람이 좋아하기만 하면 오케이. 여기서 먹는 사람이 관객일까요? 애석하게도 요리사입니다. 이것은 자취 요리거든요.

3.
그리하여 제 나름의 규칙을 만듭니다. 밀키트를 만드는 것 처럼. 같은 배경지에, 같은 음악에. 같은 톤의 내레이션을 깔고, 자막을 입힙니다. 가끔 특식 같은 개념으로 틀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금새 질리거나 맛이 없어서 돌아옵니다. <툴앤툴즈>를 제외하고 1년 넘게 유지한 콘텐츠가 없습니다. 물론 그마저도 엄마가 끓여준 곰국 10일차마냥 입에 물리기 짝이 없는데, 새로운 콘텐츠를 생각할 겨를도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평온한 톤으로 이야기한 것 같지만 살짝 위기네요. 턱걸이 처럼 걸려 있던 3만 팔로우가 2.9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팔로우 신경 안 쓰는 척 쿨하게 굴어놓고, 단 5분만에 꼬리를 내리는 꼴이 제가 봐도 우습네요. 그러니 이번 글의 주제는 <흔들리지 않는 평안함>으로 정하겠습니다.

4.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만에 하나 제가 가진 모든 계정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조금 귀찮을 뿐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천천히 쌓아가면 됩니다. 나는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거고,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시 만든 계정을 팔로우 하는 사람이 1만명도 안 된다고 해서 속상해 할 것 없습니다. 굳이 삭제된 계정을 찾아서 다시 팔로우를 해주시는 분들이란 뜻이잖아요? 코어 팬만 남은겁니다. 컬트적인 인기를 끄는거라 해석할 수 있어요. 초창기 에드가 라이트 스타일의 콘텐츠가 되는거죠. 끽해야 당장 제 채널을 보고 달려드는 광고들을 못 찍는다, 정도의 리스크가 생길 뿐이지만… 자체 콘텐츠에는 시간 못 쓰고, 아득 바득 잠 아껴가며 광고만 만들어내는 저. 제가 봐도 너무 별로라고 생각 들던 요즘이었습니다. 계정 삭제된 김에 세이브 콘텐츠 한껏 모아놓고, 새로운 기획 들고 찾아올게요. 아 아직 삭제된거 아니지 참. 어쨌든 좀 쉬겠습니다. 전 이정도 그릇이에요. 사실 이것도 나 치곤 너무 심하게 부지런했다. 조금 게을러질게요, 회사 일이 너무 바쁩니다.

5.
제 좋은 버릇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글을 쓰는 것입니다. 글을 써내려가며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꺼내보는 편인데, 그걸 지금처럼 구독자들에게 전송하는 순간 최악의 버릇이 되네요. 여러분이 제 생각 정리를 왜 읽고 계십니까? 미안하게 됐습니다. 

 

Part 2


2부는 사연도 없고 해서. 그간 쓰레드에 적었던 짧은 글들 중 마음에 드는 몇개를 가져왔습니다. 이런게 마음에 든다고? 그게 바로 딱 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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