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윤동규 43주차

압박은 나의 것

2024.01.09 | 조회 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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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윤동규

한 주간 쌓인 쓰레기들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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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조금만 힘들어지면 루틴처럼 하던 것들이 망가지곤 합니다. 악물고, 자는 시간 아껴가며 할 정도로 지속하지를 못해요(이미 잠 자는 시간이 깎이기도 했으니까). 아무리 늦어도 월요일 밤에는 보내야지, 했던 주간 윤동규도 이미 자정을 한참이나 넘어간 지금 쓰고 있습니다. 컨디션 관리도, 스케쥴 관리도, 멘탈 관리도 힘든 이런 시점. 이런 때 일수록, 압박감과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생각을 하는 건지 합리화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글을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
그러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할 일을 미루고 있는 상황>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쪽입니다. 해야 할 일이 없는 사람은 자유롭고 편안하지만, 그것은 휴가로 충분합니다. 휴가때마저 해야 할 일을 품고, 전전긍긍하며 노는 것은 조금은 불행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늘 일을 하고 살아가고, 일상에서 조금의 마음의 짐 정도는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조금은 의심하고 있지만, 일단 그런 포지션으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나부터가 설득이 안 되면 어떻게 사람들을 설득하겠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봐요, 제가 금방 설득해보겠습니다. 할 일을 미루고, 해야 할 일에게 압박을 받는 것은 성장의 큰 도움이 됩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가지가 있는데, 그게 뭔지는 지금부터 지어내볼게요. 

2.
첫번째는 <대비>로 하겠습니다. 군대 예시를 드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 방에 와닿게 말해보자면. "다음 달 셋째 주 부터 혹한기 훈련이야"와 "야 일어나, 지금부터 혹한기 훈련 시작이야"의 차이점입니다. 우리는 큰 일일수록 그것을 대비하고 살아가려 합니다. 인생에 큰 일이 뭐가 있지요? 결혼, 1년은 전 부터 준비하지 않습니까. 임신이야 덜컥 되더라도 육아도 10개월 전부터. 아이가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하는데 유아식이나 어린이집, 보행기, 심지어 미끄럼틀 놓을 자리까지 고민합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것들은 막상 그 상황이 닥쳐왔을 때 대비를 시작하면 허술하기 짝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P니 J니 그런 식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제 아무리 트리플 P라 하더라도 여행지에서 쓰레기 같은 식사를 마치면 기분이 더럽기 마련입니다. 말하자면 해야 할 일에 압박을 가지는 것은, 그 일을 더 잘 하기 위해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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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유부터 뭔가 허술한 기분인데, 두번째는 조금 더 솔깃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방향>으로 네이밍 지었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말하자면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 판단입니다. 첫번째 <대비>와 비슷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은 다른 개념이에요. 말하자면 <대비>는 여행에 맞는 짐을 싸는 행위라고 본다면, <방향>은 여행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쪽에 속합니다. 평소 별로 친하지도 않던 일본인 지인이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부터는 하루종일 카톡을 주고 받는 것 처럼. 팔로우도 하지 않던 여행에 미치다를 대만 여행 계획을 짜고부턴 하나 하나 살펴보는 것 처럼. 이걸 저의 작업으로 치면, 평소에는 그냥 영화 보고 만화 보고 음악 듣고 했던 것들이 <영업왕 윤동규>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이걸 어떤 소재로 묶어볼까 이 비하인드는 없을까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대비를 하지 않아도, 나의 관심사가 그 방향으로 몰리게 됩니다. 만약 누군가가 '난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대머리들의 정수리 사진을 찍을거야!'라고 결심하고 다닌다면, 일상 속의 대머리의 발견이 남다른 기쁨을 안겨줄 것입니다. 이왕이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작업보다 정식적으로 <연재>를 해보세요. 삶의 질이 올라갑니다.

4.
마지막으로 <성장>에 있습니다.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대비>가 곧 <방향>이고, <방향>이 곧 <성장>이긴 하지만, 억지로 세개로 나눠 달라고 한 여러분의 책임도 없는 건 아니니 여기서 타협합시다. 결국 무언가에 대비하고, 꾸준히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압박을 가진다는 것은, 결국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구양수의 다독 다작 다상량은 만고 인생의 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압박을 가진다고 해서 다독도, 다작도 하지 않는 사람은 저를 포함하여 수도 없이 많겠지만. 다상량 만큼은 어찌 할 도리가 없이 지속적으로 가져가게 됩니다. 유명한 말 있잖아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면 당신의 머릿속엔 코끼리로 가득 찰 것입니다. 압박을 느끼는 사람에게 "압박을 느끼지 마세요"라고 해봤자 압박에서 자유로울 순 없어요. 그렇다면 압박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는게 어떻습니까? 어떻게 잘 수습 되었나요. 오래동안 생각하고 쓰기에 좋은 글이라는 포맷을 순발력으로 쓰는 저. 이럴거면 그냥 팟캐스트를 하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5.
사실 눈치 채셨겠지만, <주간 윤동규>작업이 저에게는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진지하게 몇번이나 그냥 글은 쓰레드에나 대충 써 올리고, 가끔 블로그나 브런치에나 올릴까... 생각 할 때도 많습니다. 겨우 일주일에 한 편의 에세이를 쓰는 것 뿐인데도 그 한 시간 남짓이 모자라서 지금처럼 잠을 아껴 쓰거나 점심 시간을 사용하거나 다른 작업 할 시간을 쪼개서 글을 씁니다. 하지만 이런 압박이 결국 나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압박과 압박들 사이에 저울질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글은 가장 상위에 있는 가치입니다. 영상 기똥차게 만들고 만화 재밌게 그리고, 콘텐츠 제 아무리 잘 뽑으면 뭐합니까. 글은 그 모든 것의 꼭대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글은 촬영도 안 해도 되고 그림도 안 그려도 되며 편집도 안 해도 됩니다. 정말 글만 써서 먹고 살고 싶습니다... 그러니 "쓴다", "쓰지 않는다"로 고민할게 아닌 "더 잘 쓰려고 노력한다"로 결론을 지었습니다. 한 주 동안 이번 주 주간 윤동규에 무슨 내용 쓰지, 압박을 가지며. 다상량. 그리고 매 주 한 편씩의 에세이. 다작. 이제 다독만 하면 되겠네요. 작년 한 해 동안 책 세 권도 안 읽은 것 같은데, 많이 읽는 한 해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새해 첫 뉴스레터인가요? 아니 두번째네요. 갑자기 김이 샜습니다. 주간 윤동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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