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1.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인생의 진리를 알아버렸습니다. 이번 편은 조금 짧을지도 모르겠지만, 무릇 진리라는건 그리 구구절절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리가 진리인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조금 길어질 필요도 있겠지요? 오늘은 저의 진리를 여러분에게 전파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딱히 사이비는 아니니까 안심하십시오. 사이비 종교 단골 멘트 같은건 기분 탓이겠지요?
2.
가끔씩 저는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 사이에 고민하곤 합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해라! 라고 늘 말하고 다니지만, 거기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찌보면 낭만적이고 그게 더 멋있으니 선택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마음 한 켠에 죄책감을 가지곤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 뒷 일은 책임 안 지겠지만. 하지만 이 진리를 알게 된 저는, 당당하게 외치고 다닙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 그게 잘 하는 일 보다 훨씬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 에이 그런 입에 발린 소리 누가 못 해요. 어제 뭐 자기 전에 세얼간이라도 보고 왔나요? 뻑킹 알 이즈 웰, 등등의 반감을 사는 사람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습니다. 제발 끝까지 읽어주세요.
3.
일단 일을 잘 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여튼 어느 집단에서나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이 있어요. 천부적인 일머리나 센스, 피지컬적인 재능은 뛰어 넘더라도, 그냥 자기 업무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저는 저새끼는 왜 저렇게 일을 못하지, 하는 마음에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이 뭐가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선 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것은 그냥 컴퓨터 앞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시간의 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을 할 때는 물론, 식당 갈 때. 출퇴근 길. 집에 가서도, 연인이랑 대화 주제도, 자기 전 떠올리는 것도 일 생각인 사람을 뜻합니다. 말하자면 일을 많이 하는 것은 곧 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지요. 주 40시간은 그렇게 생각한 일들을 실현하는 시간입니다. 출근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죽치고 일 생각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일 잘하는 사람이라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출근 해서는 일을 하세요. 그리고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늘 일을 생각하세요.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일 생각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4.
그렇다면 일을 많이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합니까? 끈기나 집중력,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참을성? 뭐 그런 식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루 하루가 지옥같아도 끝까지 버티고 이겨내며 성공을 거머쥔 사람은 수도 없이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면 제 진리를 적용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첫째로. 그런 사람의 수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고. 둘째로, 그런 사람의 삶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그건 쉬거나 놀지 말고 일만 해라! 라는 태도와 같습니다. 아니요, 저는 칼같이 퇴근하고 주말에 놀거 다 놀고 티빙에서 스우파 찾아 보고 싶어요. 끈기와 집중력, 참을성은 없어도 일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저같이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어찌보면 가장 큰 가치. 그 일을 좋아하는 것. 네 이게 제가 찾은 진리입니다. 이 뻔한 이야기가 진리가 되는 과정을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
5.
그리하여 이 세가지 힘의 트라이포스가 완성되었습니다. 일을 잘 할 것. 그러기 위해선 일을 많이 할 것. 그러기 위해선 일을 좋아할 것. 일을 좋아하면? 일을 많이 한다. 일이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기에. 일을 많이 하면? 일을 잘 하게 된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시간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일을 잘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일을 좋아하게 된다. 사람들의 칭찬이나 업무적인 성과. 본인의 성취감. 눈에 띄게 오르는 연봉, 자신을 찾는 기업들, 사회적인 시선. 이런 저런 단체에서 강의 요청. 모든 면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좋아지게 만듭니다. 결국 실력과 노력, 애정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셨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도 될까요?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 사이의 고민 말이에요.
6.
딱 잘라 말할게요.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면 그건 곧 잘 하는 일이 됩니다. 하지만 잘 하는 일을 시작해봤자, 금새 따라잡힙니다. 누구한테?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그러니 잘하는 일 이라는 메리트는 2~3년이면 금새 잘했던 일 로 휘발되기 일수입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구요? 하지만 그 재능이 성장하는 일은 없을겁니다. 재능은 애정이란 기름을 부어야 더 맛있게 튀겨지지요. 하지만 애정 없는 재능에게 남은건 지옥같은 노력 뿐입니다. 하루 하루 이 시간이 언제 끝나나 한숨 푹 푹 쉬며 이어지는 노력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일을 잘 하려면 많이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 사람은, 누가 뺨이라도 때리며 일 좀 그만하라 다그쳐도 일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일이 제일 재밌고 신나고 일 생각 할 때가 가장 살아있는 기분이 드는걸요. 말하자면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을 비교하고 싶으면, 좋아하는 일의 정점과 잘 하는 일의 바닥을 비교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일은 금새 정점을 찍을 것이고, 잘 하는 일은 별 성장을 보이기 힘드니까요. 좋아하는 일의 연봉이 바닥이라 고민인가요? 그 업계 정점의 연봉을 바라보세요. 잘 하는 일의 연봉이 쎄서 고민인가요? 그 업계 3~4년차 연봉을 바라보세요. 그렇게 비교하는게 현실적입니다.
7.
제가 좀 극단적으로 말한거 다들 이해해주실거라 믿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딱 나눠지겠습니까. 조금 더 재능 있고 조금 덜 재밌고, 애매하게 차이 나는 일들이 대부분일겁니다. 우리의 선택은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누어지지 않고, 또 보통은 잘 하는 일들이 재미도 있습니다. 그러니 진리라고 해봤자 세상 쓸 데는 없을지도 모르는데, 혹시나 이런 선택의 기로에 맞닥뜨린 분께는 조금의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당장 내가 잘 하는 일에 얽매이지 마세요. 내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자격증이나 재능, 천부적인 업무 능력 보다 훨씬 더 상위에 있습니다. 좋아한다는 것은 아무리 시간을 쏟아 부어도 가질 수 없는 스펙입니다. 너는 뭘 잘하니? 라는 말에, 이 일을 좋아하는 것을 잘 합니다, 라고 대답하세요. 상식적인 면접관이면 자격증 나열하는 인간보다 당신을 뽑을겁니다. 그리고 증명하세요, 좋아하는 힘이 최고라는 것을.
8.
이렇게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조금 박탈감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원하지 않는 전공의 대학교를 들어가는 것. 그다지 끌리지 않지만 연봉이 높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무의미한 업무에 지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일종의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 사람이 받는 형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은 태어날 때 부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찾아 나서야 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공간인지, 어떤 음식인지 끊임없이 자신의 취향을 궁금해 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지. 그런 취향의 합이 곧 내가 몸 담고 싶은 일이 됩니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렇게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일도 아니구요. 한 평생을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찾지 못한다고 해서 여러분이 방바닥에 누워서 뒹굴거리지 않잖아요? 어찌보면 좋아하는 일이 아닌데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고, 노력하는게 훨씬 더 위대합니다. 저는 그렇게 될 수 없어서 부럽기도 해요. 좋아하는 일이 확고한 만큼, 좋아하지 않은 일을 열심히 하는 능력이 바닥을 칩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만나게 되면? 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모두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세요. 위대한 당신의 삶에 날개를 달아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주간 윤동규 30주차 마칩니다. 글에 힘을 좀 준 회차라서 사연은 건너뛰어도 될까요? 대신 다음 주엔 2개 할게요. 안녕.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