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ool n Tools
84편의 경우 물건에 대한 에피소드 촬영본을 넣어봤습니다. 어찌보면 일종의 "물건은 핑계고"라는 본래 취지에 딱 맞아 떨어지는 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창간호에선 미처 못 했지만, Tool n Tools는 무려 251주 전부터 구상했던 프로젝트로, 당시에는 글과 사진으로만 넘버링을 붙여 제작할 계획이었습니다. 지금 인스타그램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는 사진도 이때의 테스트 사진이었고, 프로젝트가 올라갈 플랫폼도 네이버 블로그 정도를 생각했습니다. 물건을 찍고, 물건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을 쌓아가자. 왜냐면 물건은 금새 사라지지만, 글과 사진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어찌보면 Tool n Tools는 이런 사진과 글이 영상이라는 장치로 합쳐진 결과물이 아닐까 합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생각했던 플랫폼은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 심지어 페이스북까지 4군데에나 올라가는데(최근엔 트위터까지 고려중입니다. 영상 만드는 시간보다 올리는 시간이 더 걸리네요) 왜 이렇게 여러군데에 올리는지에 대한 이유는 조만간 영상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번주 최고 성적은 82 '욕조 장난감'편으로, 틱톡 기준 31만뷰 2만4천 좋아요를 받았고 영상 수익은 36만원입니다. 제 작업 중 얼마 안되는 "이거 좀 뜨겠는데"하는 감이 왔던 작업입니다.
2. 브이로그
'이탈리아 로드무비'유튜브용 풀버젼의 경우, 매주 한 편씩 만드는게 조금 벅찹니다. 심지어 이번 주엔 기념일이 있어서 주말에 작업을 제대로 못 한 이유도 있어요. 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댈거면 주간 윤동규가 무슨 의미입니까? 차라리 월간으로 전환해서 콘텐츠 빵빵하게 모아 오는게 더 좋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람은 의외로 주 단위로 반복되는 결과물에 적응한다고 합니다. 웹툰도 주간 웹툰이고 드라마도 그렇잖아요.
그러니 핑계 댈 시간에 작업 효율을 더 올리려고 합니다. 어떻게든 매주 한 편을 만들기보단 매주 한 편의 브이로그를 만든다, 라는 느낌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오구당을 살짝 멈춘 감이 있지만, 주간 윤동규를 계기로 다시 부활하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실제로 부활시킨 다음에 꺼내는거 더 멋진 것 같기도 하고.
닷슬래시대시용 브이로그는 툴앤툴즈가 그랬듯, 글을 위한 배경으로 영상이 사용됩니다. 굳이 저 때문에 어플리케이션을 까는 수고를 해주신다면, 이왕이면 글 위주로 즐겨주세요.
3. 대중문화비평
이번 주의 대중문화 비평은 선미의 '열이 올라요', 칸예 웨스트의 'OWE', 그리고 가요대전 싸이퍼(2012) 영상입니다. 소재는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핑계였던 툴앤툴즈와는 달리, 대중문화비평은 소재 자체가 곧 하고 싶은 이야기가 됩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 뮤직비디오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야기 등 소재의 갯수만큼 이야기는 무한합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두어달 전 부터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 플러스 할 것 없이 화면 녹화 기능이 막혔다는 점이다. 나처럼 비디오 콜라주 작업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는 영상에 사용되는 모든 소스를 구매해야 하며, 세로 영상에 사용하기 위해선 최소 1080P는 되어야 화질 저하가 덜하다. 뭐 영상 제작에 사용되는 소스를 구매하는게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구매할 필요 없는 뮤직비디오 쪽으로 소재를 옮겨가고 있다. 영화는 가지고 있는 DVD들 위주로 다뤄볼 생각이다 .
칸예 웨스트의 'OWE'리뷰의 경우, 세로 영상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담은 자신작입니다. 꼭 즐겨주세요.
4. 윤동규 산문집
부정적인 이야기는 재미있어야 한다. 칭찬은 그냥 하면 되지만, 욕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전달하는게 예의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유머를 곁들인다. 유명한 독설일수록 강렬한 펀치라인인 경우가 많은 것이 이런 이유라 추측한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책을 거절한 출판사가 "미안하지만 귀하께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라는 말이라던가(키플링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향한 "귀하는 그냥 트럭 운전이나 계속 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같은 말. 생각해보니 그다지 유머는 없구나.
어쨌든 분노와 화만 가득한 글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주간 윤동규를 위해 수정하거나 하면 그게 뭔 의미가 있나 싶어서 이대로 공유한다. 이번 주는 글이 잘 써지지 않았군요.
5. 금주의 추천작
창간호의 허전함을 달래줄 새로 만들어진 코너, 금주의 추천작. 아쉽게도 2주 전이었다면 '조조 래빗', '코메디의 왕', '다우트',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아노말리사'를 추천할 수 있었을 텐데. 이번 주에는 '레고 무비'나 '러덜리스', '컴온 컴온'정도의 영화를 봤다. 하지만 이번 주의 내가 본 작품을 소개하는게 아니라면, 굳이 더 좋은 작품을 보려고 시간을 쓰진 않을 것 같다. 주간 윤동규를 핑계로 의식적으로 작품을 찾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미로, 일요일에 본 '컴온 컴온'을 추천한다.
대중문화비평 정도의 분량으로 소개할 생각은 없고. 그냥 한번 볼까, 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정도만. 감독의 지난 작품 '20th Century Women'을 재미있게 봤다면, 모든 면에서 성장한 마이크 밀스를 지켜보는게 여간 짜릿한게 아닐거다. 정작 그 작품엔 4.5, '컴온 컴온'의 경우에 3.5를 줬지만 작품의 완성도나 정교함이 이루 말할 때 없이 훌륭해졌다. 물론 신인 감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장 감독으로 불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정도의 정교함이면 그리 불러도 손해보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단단하고 쉽게 고장 안나며 유격 하나 없이 만듦새 좋은 필름 카메라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많은데, 개인적으론 연출이 연기를 끌어 올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연기에 기댄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어바웃 어 보이'도 이랬으면 더 좋았으려나.
제시 역의 우디 노먼은 장담하건데, 10년 안에 최대 티모시 샬라메, 최소 톰 홀랜드 정도 위치에는 올라설 것이다. 니콜라스 홀트는 의외로 잘 됐지만, 이 친구는 잘 안되면 그게 의외겠지.
포스터 이미지를 업로드하다 보니, "조커보다 더 독한 조카를 만났다!"라는 문구는 좀 최악이네요.
6. 이번주 오마카세
생각해보면 유튜브나 자주 언급하는 개인작업 보다, 외부로 송출되는 작업을 소개하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선미의 '미야네캠'같은 경우 아티스트가 직접 "얘가 만들었어요~"하고 태그를 걸어줬기 때문에, 굳이 내가 만든걸 숨길 필요가 없어서 여기 저기 말하고 다닙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업들은 연출자가 누군지 숨기는 분위기가 있고, 최대한 그 분위기에 응해주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개인작업은 아니니까. 평소 제 편집 스타일보다 MSG가 잔뜩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원하는대로 하고 싶은 편집 다 하게 해준거에 가까워서. 이렇게 오마카세에 올려봅니다.
지난번 메일엔 이렇게 뚝 하고 끝나버렸는데, 1호 부터는 메일 말미에 덕지 덕지 뭔가 더 붙어 있습니다. 피드백을 주셔도 좋고 질문이나 주변에 뉴스레터 추천해주셔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일단 주간 윤동규는 월요일 퇴근길에 발송할 계획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많은 사랑 감사합니다. 절반은 스팸 메일함에 들어가 있는지 읽지도 않으셨지만, 그래도 원래 예상했던 사람보다 두배 이상은 많아서 행복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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