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윤동규 27주차

언제나 당신의 열정이 곧 당신의 결정

2023.09.18 | 조회 5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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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윤동규

한 주간 쌓인 쓰레기들을 공유합니다

Part 1


1.
언제나 당신의 열정이 곧 당신의 결정. 20년도 훌쩍 넘은 정규 앨범 하나 없는 언더그라운드 MC의 가사 중 하나일 뿐이지만, 어찌보면 그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멋을 조금 빼보자면 하고 싶은거 하고 살겠다 이거에요. 방금 전 <이거에요>도 사실 맞는 말은 이거예요 거든요?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저는 에요 발음을 더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틀린걸 알아도 에요로 발음하는 편입니다. 네? 라구요가 아니라 라고요가 맞다구요? 끝도 없으니까 넘어갑시다. 아직 본문은 시작도 안 했어요.

2.
<하고 싶으면 해라>. 따로 액자로 만들어 걸리진 않았지만, 이게 저희 집 가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 하고 싶은건 하고 살았습니다. 고2때 갑자기 입시 미술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학원비도 물어보지 않으셨던 기억이 선명해요. 전 단지 공부하기 싫었던 것 뿐인데 말이에요. 그렇다고 밤새 파랜드 택틱스를 하거나 오락실에서 철권을 하는 등의 일까지 <하고 싶으면 해라>에 속하진 않았습니다. 일탈과 꿈은 구분지었어요. 군대 가기 전 그래피티에 푹 빠져서 부산에만 50개가 넘는 벽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의 열정이었고,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제 결정이 되지는 않았어요. 군 입대 전 세상에 최대한 많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의 표출이었을 뿐이거든요. 그 증거로 전역 이후엔 그림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예시를 굳이 들고 오지 않아도, 여러분이 좋아하는 섹스 얘기로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합니다. 관계를 가지고 싶은 이성과 섹스 하고 싶어서 열정적으로 꼬시려 애 쓴다고, 나의 꿈이 섹스 아티스트 포르노 배우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의 열정이 곧 당신의 결정. 그 중 정확하게 어떤 열정을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3.
물론 저도 아직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글을 쓰며 다같이 정답을 찾아가자는거죠. 지금 시점 올리게 된 후보로 “어찌 할 도리가 없이 해야만 하는 것”을 열정으로 정의하고 싶어요. 말하자면 열정이란건, 이제 불태워야지! 하고 다짐하는 것이 아닌, 실례지만 이미 불타고 계십니다 종류의 것이에요. 나는 지금 무엇에 불타고 있는가? 순간적인 충동이 아닌, 평생을 불타며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이끌림인가? 그 물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결국 열정은 결정으로 이어집니다. 좋아하는 라디오 사연이 있어요. 아마도 삼성전자에서 일하시는 분의 사연이었는데, 모자랄 것 없이 풍족한 회사 생활 중이지만 밴드 음악에 대한 욕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는 고민에, 임경선씨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정말 하고 싶은건 할까 말까 고민하기도 전에 풍덩 하고 뛰어드는 것입니다. 내가 고민을 한다는 것은 지금의 삶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밴드를 하게 된다면 9할 9푼은 지금의 삶을 놓치게 될겁니다. 그러니 고민하지 말고 풍덩 다이브를 하거나. 양립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보라는 정도의 해결안을 제안해줬던 것 같기도 합니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라 자세한건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절반은 제 자의적 해석이라 고백합니다. 

4.
그래피티는 저의 결정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저는 비주얼로, 그래픽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이걸 너무 하고 싶어서 온갖 장애물을 이겨내고 풍덩 하고 다이브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작품을 보여주는 쾌감. 그거 기분 하나는 안고 가기로 했어요. 뮤직비디오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 작가 등으로 꿈을 이어나가며 그 코어 감정은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작업물을 보여주는 직업. 그로 인해 내가 빛날 수 있고, 잘난 척 할 수 있는 직업이었으면 합니다. 지금 뭐 진로 상담 시간인가요? 그렇다 치고, 이제 결론을 내보려고 합니다.

5.
열정이 결정으로 가는 무수한 갈림길에서. 누군가는 그저 가슴이 시키는 곳으로, 누군가는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또 누군가는 겉멋에 취해 길을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잠시 멈춰서, 스스로 하나만 물어보고 답해봅시다. 나는 지금 무엇에 불타는가? 그 길로 걸어가요. 아무것도 불타지 않아서 불안한가요? 헤매는 자 모두가 멈춰선건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열정이 없는 당신, 내 안의 열정이 무엇인지 찾는데에 열정을 불태워보시오. 27주차 주간 윤동규를 마칩니다.

 

 

Part 2


1.
노올랍게도. 아주 노올랍게도, 사연이 없습니다. “아니! 나 사연 보냈는데?!”라고 억울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한 주라도 지나간 사연은 특별한 코너라도 만들지 않는 이상 다루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젠가 뭐 지나간 사연 코너에서 만나요. 이번 주는 잘 봤다는 응원의 사연 뿐이어서, 이렇게 혼잣말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2.
이번 주 에세이는 정말 지옥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몇번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는지 몰라요. 금요일 즈음엔 차 사고가 나서 공업소를 종일 찾아다녔고, 토요일엔 새벽까지 일을 했습니다. 일요일엔 느즈막히 일어나 가족과 시간을 보냈지요. 그 사이 사이 틈틈이 글을 써보려는데 글쎄! 아무리 써도 만족이 되지 않는게 아니겠어요? 아니 만족이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완성하는 제가 이 무슨 일입니까! 뭐긴 뭐겠어요. 이제 독자를 의식하기 시작한거지요. 보든 말든 상관 없이, 블로그나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를 하는 것과. 구독하는 독자들에게 메일로 <보내주는 것>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3.
결과적으론 새벽에 잠을 꾸벅 꾸벅 참아가며 썼던 글도. 이동 중 휴대폰으로 깨작 깨작 썼던 글도. 예전에 썼던 글을 가져와서 리메이크 해보려던 글도, 몽땅 마음에 들지 않은 채로 월요일 밤 9시 16분을 맞이했습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거라고 이 에세이 하나 못 써서 팔자에도 없는 야근이냐! 하고 억울해 할게 뭐 있겠습니까. 나는 여러분 덕분에 조금 더 성장합니다. 사연이 없어서 천만 다행입니다만, 다음 주엔 두둑한 사연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얼른 메일 발송하고 퇴근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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