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윤동규 28주차

최선을 다하는 삶

2023.09.25 | 조회 5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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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윤동규

한 주간 쌓인 쓰레기들을 공유합니다

Part 1


1.
글 쓰는게 세상에서 제일 쉽다고 생각했는데, <주간 윤동규>에세이 버전을 시작하면서 이게 영 벅차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그나저나 <>괄호를 사용하면 뭔가 작품 이름 같아서, 별 것 아닌 작업에도 <>를 사용하곤 합니다. 여기까지 쓰고, 아 이거 나만 이렇게 사용하나? 하고 나무위키를 검색해보니 홑화살괄호는 원래 작품 이름을 언급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괄호라고 하네요. 여기서 1차 충격. 원래 쓰는거구나. 그리고 키보드에 있는 <>는 홑화살괄호랑 전혀 상관 없는 부등호 표시라고 합니다. 2차 충격.

2.
이렇게 떠오르는대로, 무슨 마치 프리스타일 랩이라도 내뱉듯 무책임하게 떠벌이는게 내 스타일이지! 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암만 그래도 글을 메일로 보내는 행동은 이런 저에게도 압박인 듯 싶습니다. 사실 출판도 아니고, 인스타 스토리나 브런치에 쓰는 글과 다를 바 없다면 없는 글인데도 독자가 있다는 생각에 일말의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책임감은 부담이 되고, 부담은 평소라면 만족하고 넘어갔을 글도 몽땅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쓰게끔 하는 플레처 교수 같은 롤을 맡습니다. 물론 그런게 바로 성장입니다. 평소라면 한 번 경험할 것을 다섯, 여섯 번 경험하게 하지요. 퇴고는 커녕 맞춤법 검사 한번 돌린 적 없는 저에게는 셀 전을 앞 둔 손오반과 같은 기회입니다. 

3.
하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납니다. 근본도 없고, 정말 내키는대로 글을 쓰던 저였기에 풍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도 생각하거든요. 프리스타일로 날고 기는 MC가 스튜디오 앨범을 냈을 때에 형편없어서 귀가 썩을 것 같은 경우를 종종 봅니다. 길거리 농구에 특화된 선수가 시합에서 죽을 쓰는 케이스지요. 예선에선 날고 기는데 본선에선 가사 절고 시선 처리 하나 못하는 그런 느낌 아시죠? 그게 바로 저에요. 이야기는 입시생 시절로 돌아갑니다. 남들 다 3년 넘게 석고 소묘를 준비하고 있던 차에, 저는 2학년 여름방학에 학원에 들어가요. 입시 미술 3달차에, 서울에서 초빙된 강사님이 제 그림 앞에 멈춰 서고, 모든 학생들을 향해 이야기합니다. “이거지. 야, 너희도 이렇게 그려”이제 겨우 3달 그림을 그린 제가, 3년차 학생들의 레퍼런스가 된다는 기분은 꽤나 짜릿했습니다. 물론 그때의 과제는 완성이 아닌 30분 그리기였고, 대충 하는건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저는 초반 30분 만큼은 압도적으로 진도를 나갔습니다. 나머지 3시간 30분은 죽 쑤는 시간이었던 것은 딱히 비밀로 하진 않겠습니다.  

4.
그 사건이 시작일진 모르겠으나, 저는 원채 대충 하는 것에 특화된 사람입니다. 그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열심히 해도 크게 다른게 없는 사람입니다. 물론 초중반에 비해 후반 공정은 들이는 시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과감하게, 어차피 큰 차이가 없을거면 장인정신은 갖다 버리고 남들 하나 할 시간에 세개 네개 하겠다 이거에요. 그러다 꽤 괜찮은게 얻어 걸리면 좋고, 아니라고 해도 일단 평작들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잖아요. 저는 그거면 됐다고 생각합니다. 릴스 쇼츠에 올라오는 수많은 영상들을 보세요. 장인정신이 들어갔다면 그런 페이스로 업로드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대충 대충, 빠르게 만드는 것을 잘 합니다. 최근에 만든 제 좌우명은 “뭘 그렇게 까지”입니다. 이제 <주간 윤동규>이야기로 넘어가서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5.
결국 늘 그렇듯. 최선을 다하는 삶을 동경하지만, 그렇게 살기엔 대충 사는 삶이 너무 매력적입니다. 심지어 최선을 다했던 유튜브 초창기 시절보다 대충 대충 공장처럼 찍어 발랐던 릴스 틱톡 시절이 조회수 1만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고 그때의 작업물이 더 뛰어난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결과론적 이야기가 아닌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대충 대충 해서 이어갈 수 있는 형태의 결과물이 있고.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지만 얻어낼 수 있는 그것이 있어요.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 인스타 스토리에선 괜찮아도. <주간 윤동규>에선 괜찮지 않는 정도의 선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목표로 하고 있는 출판을 앞두게 된다면, <주간 윤동규>의 선도 뛰어넘어야 하겠지요. 스타일이란 핑계로 언제까지 대충을 안고 갈 수는 없습니다. 릴스도, 유튜브도, 외주 제작도, 언젠가의 극장 개봉용 다큐멘터리 영화도. 마음가짐의 선을 하나 둘 씩 뛰어넘어야 하는 순간이 오겠지요. 그 때의 엔딩 크레딧에는 지금의 여러분들을 언급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를 조금 더 노력하게 해줬던 여러분 감사합니다. 주간 윤동규 28주차를 마칩니다. 

(아래에 2부가 이어지지만, 1부를 이 멘트로 마무리하는게 퍽 마음에 듭니다)

 

Part 2


요즘 취업 준비중인데 혼란스러움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한심해 보일거 아는데 열심히 안하면 오히려 되버리고 열심히 죽어라 하면 안되요. 예를 들면 취업에 꼭 필요한 자격증을 딸려고 신청해뒀다가 다른 일들에 밀려 아 다음에 잘 준비해서 보고 이번에는 어떻게 나오는지 문제 유형만 살펴보자 하고 막 풀고 나왔더니 덜컥 합격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반대로 가고싶은 회사 자소서나 면접은 온 시간과 정성을 다해 열심히 죽어라 준비해도 합격의 ㅎ자도 못하고있어요. 대부분이 이래요 요즘. 내가 조금 덜하면 잘되고 열심히 하면 안됩니다. 근데 또 그렇다고 조금 덜하자니 아무리봐도 내가 뭔가 안하고있는 기분이에요. 뭐가 뭔지 저도 이제 저를 잘 모르겠네요.

1.
가끔은 전혀 상관이 없는 두 사건을 아무런 근거 없이 연결짓고 난 후, 그게 문제의 핵심이라도 된냥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널 만나고 난 후 내 삶은 망가졌어”같은 이야기 말이에요. 누군가를 만났다는 이유로 망가질 삶이었다면, 어차피 망가지는건 시간 문제일텐데 말이죠. 선생님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떠오르는건 숨기기 힘드네요.

2.
말하자면 성공과 실패. 그리고 노력과 나태는 그다지 큰 연결고리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우연의 일치에요. 그런데 그 우연에 의미를 부여하면, 우연은 우연이 아니게 됩니다. 퍽이나 근거가 있고 그럴싸한 사건들로 비춰지게 되어요. 하지만 우리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냥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고이 접어 나빌레라. 

3.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알기 쉽게 다이어트를 한다고 쳐요. 오늘 너 죽고 나 죽고야, 막 2시간 뛰고 근력 1시간 땡기고 하루종일 닭가슴살에 샐러드만 먹고 난리를 쳤는데 체중계에 올라가니 오히려 쪘어. 다음 날 에라 모르겠다 술 퍼마시고 튀김에 탄산 음료에 먹고 바로 눕고 하루종일 소파에서 무도 재방송이나 봤는데 오히려 빠졌네? 그럼 그땐 뭐라고 생각하실건가요. “열심히 운동 하면 찌고, 퍼마시고 누워 있으니까 빠져요 어떡하죠 선생님?”할건 아니잖아요. 옆집 꼴뚜기도 알아요. 그런거 다 우연의 일치고, 3일만 더 퍼마시면 바로 살 찐다는거. 선생님도 알잖아요. 조금 덜 하니 잘 된다고 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결국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4.
노력이라는건 그렇게 재깍 재깍 보상을 가져다주지 않아요. 저는 그래도 살짝은 예술계에 있어서. 저희 쪽의 실력이라는게 사선을 그리며 시원시원하게 성장하지 않거든요. 아주 큰. 무슨 한 걸음에 1년은 걸리는, 미친 크기의 계단을 그리며 성장해요. 정말 3년 넘게 아무런 발전 없어 보이고, 난 재능이 없나 이건 내 길이 아닌가 하다가도 어느 날 확 성장해 있고. 거기에 자신감을 얻었다가 또 2년 넘게 슬럼프. 그래서 가끔은 그냥 공부만 하는 직업, 혹은 운동선수가 부럽기도 합니다. 때려 박은 시간만큼 성장하잖아요. 노력이 배신을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주구장창 배신하는 일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희 정말 많이 노력했구요, 이번 앨범 1년 내내 밤 새워가며 만들었으니까 많이 들어주세요!”같은건 우리 알 바 아니고. 좋으면 듣고 구리면 듣지 않습니다. 심지어 좋아도 묻히기도 하고, 구려도 운 좋으면 뜹니다. 

5.
너무 간단한 이야기에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여기만 읽으면 됩니다. 저기, 어떤 일을 하시는진 모르겠으나. 노력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을 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노력 없는 성과라는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요. 그 편이 훨씬 더 짜릿합니다. 

6.
쓰고 보니, 2부는 1부의 반박이라 해도 될 만큼 상반된 내용을 가지고 있네요. 인간이란건 그만큼 양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정도로 용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주간 윤동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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