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윤동규 2025년 7월호

퇴사했습니다.

2025.07.01 | 조회 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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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윤동규

한 달간 쌓인 쓰레기들을 공유합니다

퇴사합니다. 마침 매월 1일에 발행되(려고 노력하) 월간 윤동규 특성상, 백수 첫째날에 알릴 있게 됐네요. 영광입니다. 물론 이미 여기 저기에 떠들고 다니긴 했지만실제로 백수가 뒤에 떠드는건 지금이 처음이잖아요. 축하 해주세요.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수도 없는 퇴사를 한 저지만, 이번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아니 많이 다르다고 해도 딱히 문제 될건 없을 것 같아요. 이유가 몇개까지면 조금이고 몇개부터 많이 입니까? 많이인지 조금인지 한번 세보면서 이야기해보죠. 첫번째로 저는 이제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혼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이거야. 나의 무직은 잠시 배달 음식 참고 파스타에 들어가는 재료 좀 부실해지는 의미가 아닙니다. 정말 이머전시 그 자체에요. 그런데 왜 취업을 안 하느냐? 그건 마지막에 이야기할테니 기대해주세요.

두번째는 이게 4년이나 일한 회사라는 점입니다. 퇴직금이 목돈이라 불러도 될 정도의 돈이 들어와요. 한 회사에서 이렇게 오래 일한거 자체가 처음이라, 작년에 회사가 휘청거릴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솔직히 편치 않네요. 이왕이면 끝까지 잘 되는걸 기대했는데 결국 잘 안되어서 그만두게 된거거든요. 물론 제가 그만두고 나자 기적같이 떠오를 수 있지만, 솔직히 제가 없는데 어떻게 잘 되겠어요 깔깔. 농담입니다. 어쨌든 4년이나 정 들었던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 의미가 다르다고 해도 되겠죠? 

세번째는 취업이 힘든 시기라는 것입니다. 아니 사회가 전반적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것도 맞는데, 그럼 그거 세번째로 하고 네번째. 제가 지금 일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다름 아니라 9월에 암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봐봐요 7월 한달 열심히 구직 활동해서 야호! 취업했다! 그런데 저 다음 달에 수술하는데 항암까지 해서 한달정도 못 나와요. ? 미친 새낀가? 아 꺼져요, 할 수 밖에 없잖아요. 애초에 회사를 다니고 있었으면 8월까지 일하다가 그만둔다거나. 아님 오래 다닌 정으로 좀 봐준다거나 할건데, 새로 입사한 놈이 그지랄 하면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이런 놈도 절실할 정도로 멍청한 회사에 들어가거나. 아님 속이고 들어간 다음 배신을 하거나. 둘 중 무엇도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구직 활동은 9월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어차피 항암 치료할때 할거 없지 않을까요? 제가 항암을 너무 우습게 아는건가요. 닌텐도 스위치랑 3DS DS 다 챙겨갈거긴 한데…

어쨌든 그런 이유로 퇴사했고, 백수이고, 수술을 앞두고 있습니다. 잘 된거다, 이 기회에 몸 잘 추스려서 수술 받아라, 쉴 때 됐다 라는 이야기 많이 듣고 있습니다만… 아니 제가 안 쉬고 싶다구요! 저는 원래가 워낙 게으른 인간이라, 100의 시간이 주어지면 10도 안 쓴다구요. 차라리 80은 돈 버는 시간으로 강제로 써버리면, 아득바득 20은 작업하는데 쓰는 사람입니다. 수년간의 프리랜서 생활로 알게 된 진리입니다. 난! 세상에서 가장 백수가 안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세상 일이 그렇게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7, 8월 단기 알바나 개인작업 열심히 해야겠어요. 그냥 다 포기하고 실업급여로만 살아가는 방법도 있겠네요. 미루고 미뤘던 작업들을 하는 황금 같은 시간일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저를 두 팔 벌려 환영하듯, 어제는 외장하드 하나를 날려먹어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3주간 찍었던 모든 영상이 날아갔습니다. 야호! 복구 할거긴 한데 지금은 돈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때이니까 그날이 올 때 까지 보물 상자에 넣어놓겠습니다. 그 사건으로 알게 된게 있죠. 찍었으면 그때 그때 편집해서 올려라! 그러면 외장하드가 망가져도 눈물이 나진 않으리다. 이미 늦었다고요? 다른 외장하드도 박살나야 정신 차릴래요? 얼른 편집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거 뭐 정신병 기록 일지입니까? 사실 콘텐츠로서의 책임감 같은게 없었던건 아닌데, 지금은 무슨 블로그에 혼잣말 하듯 쓰고 있긴 합니다. 왜요. 뭐요. 님들도 회사 짤리고 백수 되고 암 걸려보셈. 얼마나 멋쟁이인지 내가 한번 지켜봅니다! 네 알고 있죠, 그럴때일수록 품위를 지켜야 합니다. 좀 너무 늦은거 같긴 한데 정신을 좀 차려보겠습니다. 민망하니 문단만 좀 바꿀게요

여러분은 <월간 윤동규>를 왜 구독하십니까? 그걸 모르는채로 제가 어떤 방향성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한때는 제 작업을 알리는 용도로만 사용했고. 또 한때는 잘 쓴 것 같은 에세이를 자랑하는 형태. 어떤 때엔 그냥 근황을 전달하는 정도로 전락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러분이 궁금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아이돌 버블 메세지 같은건가요? 한달에 한번 오는 팬카페 공지글 같은건가요? 그렇다기엔 전 매력이 없습니다. 제 글이라도 매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오늘 꼬라지를 보아하니 영 아니네요. 익히 궁금하지도 않은 근황을 지독하게 재미 없게 전하는 형태의 매체가 있었나요?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도 이것보단 유익했던 것 같아요. 그나마 땡볕에 서서 듣는건 아니라는 점에서 더 나은게 있긴 있네요. 

퇴사 후의 일정을 정해놓진 않았습니다. 9월 수술 전까지 7, 8월은 공석입니다. 육아에 집중한다고 해도 여유시간이 있긴 있을거고, 그걸 작업을 할지 어디 여행을 갈지. 혹은 정말로 휴식에 집중할지 다음 달 월간 윤동규 발행 전까지는 결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딱 오늘까지만 가치 없는 글을 쓰고, 다음 달은 영양가 충분히 담겨 있는 윤동규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2개월이라도 함께 일하면 좋은 건수가 있다면 연락 주세요. negutiv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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