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emlist.] 그대에게 첫사랑은 무엇인가요ㅣ눈을 감고 그때를 떠올려봐요

1

얘야 연아 저 꽃을 보아라
젊은이 가슴에 흔들리는 사랑꽃

그 입술 그 눈초리 조롱 감춘 복사꽃
담 밑에 수줍어서 혼자 피는 민들레꽃

외로운 꿈 숨은 한숨 고개 숙인 할미꽃
시악시 설운 사랑 눈물어린 땅찔레꽃

얘야 연아 그꽃을 보려므나
젊은이 가슴에 흔들리는 설움꽃

김현구, 「사랑꽃 설움꽃」

2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만은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3

뜰 앞에 목단 심어 마음과 혼자 보잤더이다.
붉은 꽃송이 가지마다 봉슬봉슬 피었더이다.
마음도 기쁨의 향내를 내어 나의 머리를 싸맸더이다.
그러나 내 마음의 고민(苦悶)의 탓인지 꽃이 괴로웠던지
꽃은 색(色)을 변하여 힘없이 땅 우에 떨어지더이다.
산과 들을 보니 차츰차츰 여름으로 발자욱을 떼었더이다.
나의 맘도 두근거리고 따끔하더니
아! 항상 사모(思慕)하던 님이 없음을 이제야 알았더이다.
시절이 변함을! 님 없음을! 나는 이때껏 잠들었더이다.
그러나 오직 목단과 마음은 나보담 먼저 알았더이다.

허민, 「꽃과 마음이 먼저 알아」

🐾 그때 [늦장 vs. 늑장]*만 부리지 않고 고백했더라면… 제 첫사랑이 이루어졌을까요?

*두 단어 모두 '느릿느릿 꾸물거리는 태도'를 의미해요. 둘 다 사용 가능하답니다!

by. 🌷 아라 🌲 숲 ⏸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