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나게 뛰노는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혼자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던 아이였어요. 고고한 척을 하면서 정신적인 것이 육체적인 것보다 '상위'에 있다고 믿었어요. 당연히 '영원하지 않을' 내 육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건강에 소홀했죠. 운동은 당연히 안 하는 것이었고요 😗
태생적으로
체력 회복이 더딘 체질인 데다가, 운동도 안 하고, 자세도 구부정하고, 올빼미족에다가, 먹는 음식도 신경 쓰지 않으니, 이건 뭐, 가장 건강해야 할 10대, 20대 때 골골거리기 일쑤였어요. 체력이 받쳐주질 않으니, 무기력은 늘 저와 함께하는 친구였고요. 무기력 속에서도 가뭄에 콩 나듯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늘 체력적으로 무리를 하곤 했어요. 하지만 당연히 길게 유지될 리 없었고, 뭔가를 길 꾸준히 해본 적이 없으니, 뭔가를 이루고 유지하는 법도 몰랐죠. 그러니 체력이 먼저 소진되든 의욕이 먼저 소진되든, 늘 금방 시들해지고 말았어요.
그랬던 저에게 큰 울림을 준 이야기가
있었어요. [미생]의 많은 명대사 중, 체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셨나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체력을 먼저 기르라'는 내인데요. 당시엔 정신이 육체를 앞선다고 굳게 믿고 있던 상태여서 "정신력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나약한 증상들을 이기기 위해서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제 마음속에 남아 그 후에도 종종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단 말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모자란 체력 때문에 고꾸라진 수많은 경험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는 제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나 봐요. 그래서 그 말이 제 의문에 멋진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을 알고 있었나 봐요.
물론 실제로 운동을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나 지난 후입니다만😉, 요즘 정말 그 말뜻을 하루하루 실감하고 있어요. 1년 반 쯤전부터 발레를 하고 있거든요. 아직 예술이나 춤이라 칭할 수준은 못 되어서 운동이라 생각하며 다닌답니다. (꾸준히 해서 올림픽 나가려고요😜!) 일주일에 세 번, 꾸준히 하다 보니, 체력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아주 저질 체력에서 겨우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가 됐을 뿐인데 삶의 질이 달라지더라고요🤭!!!
체력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고,
'몸을 쓰는 재미'를 느끼게 된 것도 저에겐 아주 큰 확장이에요. 어제까진 안 됐던 동작이 오늘 될 때 내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그 만족감! 근육이 붙은 모습을 볼 때의 그 자신감!! 스트레칭 각도가 점점 더 늘어가는 것을 볼 때의 그 뿌듯함!!! 뒤늦게 처음 경험한 이런 감정들은, 정말 정신을 채우는 것만큼 행복하고 흥미진진하더라고요! 발레를 통해 예민하게 벼려진 두 발로 바닥을 딛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벅차오르던지요. 내가 필요할 땐 언제든 땅을 박차며 뛸 수 있을 때 얼마나 황홀하던지요😄 조금 과장하자면 그 감각만으로도 다른 일에서도 내가 더 잘해 나갈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제가 제 몸을 신경 쓰다 보니,
자연히 깨달음의 여정에서 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깨닫게 됐어요. 머리로만 아는 지식을 몸으로 내 삶을 살며 직접 체험하고, 그것을 통해야만 그 지식이 진짜 내 '지혜'가 된다는 것, 그게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을요. 물리적인 몸이 있어야 수행도 하고 명상도 해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도요. 이건 어렸을 때처럼 몸을 소홀히 했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것이고, 또 지금쯤 몸이 여기저기 아프지 않았다면 계속 몸을 소홀히 했겠죠. 돌고 돌아 발견한 제 답이에요!
인트로에서 말씀드렸듯,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부 우리가 택한 거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저는 그 말을 받아들이면서부터 남 탓을 덜어내고 내 삶을 돌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번 생에 이런 몸으로 태어난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건강한 몸을 타고났다면 어땠을지 궁금한 적도 있었죠. 아마 태어난 이유를 알지 못해 방황하던 어린 시절에, 현실도피+체력 회복하기 위해 잠을 자는 대신,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내 능력으론 수습하기 힘든 여러 실수들을 하면서 살았을 거예요🫣ㅎㅎㅎ 뭐 어쨌든 잘 수습해 내기야 했겠지만, 지금 제가 있는 자리에 지금 도착하진 못했겠죠.
내 몸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내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차근차근 알아보고 내 몸을 개발하게 된 후에는 '빨리 이 세상 하직하고 피안의 세계로 가고 싶다'라고만 생각하던 예전에 비해 하루하루가 너무 다채롭고 즐거워요.🌈✨ 임종 직전까지 발레를 계속하면서, 춤과 명상을 사랑하는 할머니로 살다 죽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오늘도 제 몸과 마음을 돌봅니다. 구독자님도 오늘은 연휴를 마무리하며, 그동안 수고해 준 구독자님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 주는 것은 어떠세요? 좋은 차라도 한 잔 타 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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