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애'라면
전 자신있어요. 일단 직업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편견 없이 하하호호 웃고 떠들고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늘 '내가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에 시달려왔답니다.
왜냐하면
전 남한테 그렇게 큰 관심과 애정이 없어요. 일단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그냥 '그렇구나', 정도로 반응해요. 다른 이들에게 이렇게 심드렁하니 딱히 롤모델이라 할 만한 사람도 없고, 온/오프라인에서도 '하소연', '넋두리' 이런 키워드는 최선을 다해 피해 다녀요(T 맞습니다).
만약 친구가
머리를 잘랐다고 얘기를 하면 저도 '예쁘다, 훨씬 시원해 보이네' 정도의 반응은 해요. 하지만 친구가 왜 머리를 잘랐는지는 궁금하지 않아요. 그냥 본인이 어련히 알아서 잘 선택했겠지 싶기도 하고, 각 개인의 '영역'을 중요시해서 그럴 수도 있어요. 가끔 궁금증이 올라오더라도 '내가 거기까지 침범(?)할 자격이 있나?' 하며 스스로를 멈춰 세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깊은 관계가 두렵고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그보다 훨씬 전에는
남들에 휩쓸려 살아가던 때가 있었거든요. 남들이 나를, 내 기분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뒀던 시간들... 그런데 이런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남보다는 나에게 집중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많이 자유로워졌어요. 그래서 다시 그 옛날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된 거 아니냐고요? 현재에 만족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하지만 저는
'내가 이 지구에 뭔가 하나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하며 가슴이 뛰는 사람이란 말이죠? 그래서 신경이 쓰여요. 정작 내 주변의 한 사람한테도 큰 관심이 없는데, 전 인류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 괴리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이렇게 극과 극인 상태는 건강한 상태가 아닌데, 이 사이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정'과 '반'을 지나 '합'으로 이를 수 있을까?
아직은
저도 정답인지 모르지만(또!), 고민 끝에 제가 찾은 방법이 하나 있어요. 나라는 인간이 이렇게 남에게 관심이 없다면, 노력이라도 해보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남도 속이고 나 자신도 속여 보자😎! 어떻게 관심이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나 자신까지 속일 수 있을까? 질문이다! 질문을 하자! 내가 이런 거 물어봐도 되는지 고하지 말고 일단 질문을 하자! 전처럼 그냥 '흠, 그렇구나'하고 넘기지 말고 일단,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상대에 대해 뭐라도 물어보자!
첫 연습 대상은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었어요 ㅎㅎㅎ 원래 수업 시작하면서 잘 지냈는지 안부를 물어보니까, 학생들이 어떻게 지냈다고 말하면 그에 대해 물어보자! 아주 자연스러운 방법이기도 하고, 학생들에게도 좋은 연습이 될 것이다!! 킼킼킼킼😁
결과는
어땠을까요? 아주 금방,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왔어요. 어느 날 한 학생이 머리를 자른 것을 보고, 제가 먼저(무려 먼저!) '오, 머리 잘랐어요?' 하고 질문했어요. 그 학생이 '네!! 어떻게 아셨어요😄?! 제 남자친구도 못 알아봤는데 선생님이 처음 알아보시네요!'라고 하지 뭐예요?!?!!? ㅋㅋㅋ 저같은 심드렁 인간에겐 과분할 만큼 따듯한 피드백이었죠 ㅎㅎㅎ 그 밖에도 저의 따뜻함을 가장한 관심에 학생들이 진짜로 따뜻하게 반응해 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게 부담이 되기보다는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배경지식으로 쓰이는 경우가 생기는 거 있죠😚!
이런 노력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랑의 범위에 포함될까요? 저는 그렇다고 할래요! 차가운 나를 그냥 차가운 채로 두는 게 아니라, 고민하고 노력해서 더 따뜻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 노력,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나에 대한, 상대에 대한, 세상에 대한 사랑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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