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난데없이 따뜻했던 날씨가, 빚이라도 받으려는 것처럼 갑자기 쌀쌀해졌어요. 주변에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몇몇 있고 마침 제 컨디션도 떨어지는 시기라, 꼼짝없이 걸리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살아남았네요ㅎㅎ 구독자님도 건강관리 철저히 하셔서, 환절기를 이겨나가시길 바랍니당.
이번 주에는 '일'에 대해 써 봤어요. 속세의 행복과 정신적인 것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하는 주제겠죠😊. 제가 최근에 (드디어) 찾은 일의 의미, 공유해 볼게요.
우리는 왜 일해야 할까?
어른이 되면 누구나 일을 해야 하죠. 성인인데 별다른 이유 없이 일을 안 한다면, 자기 몫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사회적인 시선을 신경 쓰지 않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살자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건 당연해요. 그렇다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일을 안 해도 될까요? '파이어족'이 많은 사람의 꿈인 걸 보면 답은 예상이 되지만, 구독자님은 복권에 당첨된다면 당장 사표를 쓰시겠어요?
우리에게 일은 언제부터 이렇게 괴로운 것이 되었을까요? '생계유지+약간의 품위 유지'가 가능하기만 하다면 제일 먼저 인생에서 잘라내고 싶은 것이 되어버린 노동... (그런데 재벌 2, 3세들은 왜 바다에서 요트를 타는 대신에 출근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일=고통'이었던 삶...
저도 '일=고통'이라는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로 인생의 첫 노동을 시작한 이유로, 일을 하느니 차라리 소비를 포기하는 생활을 선택하게 된 것이죠. 저에게 일이란, 정말 '굶어 죽기 직전에야, 죽을 각오를 하고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살면서 평생 일을 피해 다닐 수는 없을 테고. 그럼, 그나마 내가 견딜 만한 일을 찾아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고 알게 된 나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반년 정도는 버텨봄 직한' 직종을 찾아냈어요. 바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는데,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운 좋게 경력도 쌓고, 여러 기관을 거치며, 지금까지도 이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와, 이렇게 내가 신나게 즐기면서 돈까지 받아도 될까😀?!?!?!'했던 일도, 몇 년이 지나니 그냥 '일'로써 처리하게 되더란 말입니다? 게다가 나이는 차오르는데, 시급은 몇 년 전보다 더 낮아진 기관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일로 자아실현 하는 게 정답일까? 그냥 일은 돈 많이 주는 데서 하고 진짜 자기 삶은 퇴근 후에, 그 월급으로 즐기는 것이 승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죠.
그러다 인생의 방향이 한 번 크게 바뀌고,
'내가 이 일을 하는 의미가 무엇일까?'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오랫동안 바라왔던 행복한 결혼생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면서, 제 인생을 돌아보고, 나아갈 방향도 한 번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진 거죠. 이 일에 도달하게 된 내 인생의 과정들을 돌아보고, 여전히 내 삶을 지켜주는 이 일에 대 감사함을 느끼면서요.
건강한 가정 안에서, 한 사람을 만들어 내서 잘 키우고, 다시 세상에 내보내는 일도 너무나 의미 있는 일이겠죠. 하지만 그걸 이룰 수 없다면, 나는 이번 생에서, 내 능력과 경험으로 다수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건 한 사람을 온전히 길러내는 것보다는 얕고 넓은 방식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는 그 대가로 보람과 만족과 금전적 보상까지 얻는다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가치 있는 삶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에 닿게 됐어요.
그 후로 무엇이 바뀌었냐면,
일단 저를 고용한 기관과 학생들을 대하는 제 태도가 바뀌었어요. 그전까지는 기관의 관리자들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었고, 항상 담당자들이 날 어떻게 평가하는지 신경 쓰고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잘 보여서 잘리지 않고 파리 목숨을 이어갈 것인가'가 최대 고민이었죠. 그런데 내가 일하는 의미를 찾은 후에는 '내 자리에서 내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까지가 내 일이고, 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내 소관이 아니다.'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 결과, 전처럼 잘 보이려고 오버하고, 또 그다음에 현타가 오는 일들이 없어졌어요.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도 훨씬 좋아졌어요. 그 전에는,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하다 보니 위기감에 수업을 최대한 많이 받곤 했어요. 자연히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최대 시수를 넘겨서 무리하기 일쑤고, 그러다 피로가 쌓여 세심하게 학생을 케어하고 이끌 에너지가 없어지고... 그렇게 수업을 일로만 처리하다 보니 천천히, 그러나 투명하게 평판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수업에서 제외되고... 이런 사이클로 당시 수업이 슬슬 줄고 있었는데요, 제가 찾은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어요. 내 수업이 한 시간에 이만한 돈(시간당 내가 받는 돈 말고 학생이 내는 돈을 기준으로)을 내고 배울만한 수업인가? 얼마를 내든 돈이 아깝지 않은 수업을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아직 날 떠나지 않은 이 고마운) 학생에게 뭘 더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내가 학생이라면 어떤 선생님의 어떤 수업이 만족스러울까? 어떻게 해야 학생이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많은 학생들이 말하기 연습을 하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하면 한마디라도 더 말하게 할 수 있을까? 등등을 고민하며 수업 자료들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거나 새로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게 됐어요. 학생들의 만족도가 실시간으로 얼굴에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저도 힘을 많이 얻었고, 두세 달 그렇게 (존)버티다 보니 다시 기관에서의 제 평판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이렇게 나도, 학생도, 기관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이 일로 돈을 받고 있으니까, 최대한 스스로 떳떳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이걸 실험해 본 지 많은 시간이 지난 게 아니라서, 이게 일에 대한 정답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그렇게 하다가 이렇게 하니 이런저런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구독자님의 '일'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일에서 느낄 수 있는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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