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누룽지님들의 4월은 무슨 색이었나요?

2023.04.30 | 조회 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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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레터

말랑말랑 밥풀과 바삭바삭 누룽지

안녕하세요. 연휴 잘 보내고 계시나요. 어떤 분들에겐 연휴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저는 침대 위에서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누룽지 레터를 쓰고 있습니다. 누워서는 편지를 쓸 수 없으니까 비스듬히 기대려고 아주아주 커다란 쿠션을 샀답니다 (대만족). 어떻게든 침대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랄까요.

첫 번째 누룽지 레터에 보내주신 댓글들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누룽지 레터는 밥풀툰의 귀여운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는 의견을 받기도 했습니다. 좀 딥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조금 다른 톤으로 이야기를 건네볼까 해요. 지금처럼 편지 글로도 써보고, 이리저리 시도하며 누룽지 레터의 정체성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동네를 걷는데 잔뜩 흐린 날씨 탓인지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보이더라고요. 4월이라는 시간이 저에게 잿빛 같기도 했고요. 여러 일들을 처리해야 했고, 갈등을 마주해야 했고, 아직도 그것들 속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는 일이에요. 희망을 품었다가 상처받진 않을까, 그렇다고 절망을 품어버리면 나아갈 에너지를 잃어버리는데, 갈피를 잃고 전전긍긍하기도 합니다.

제가 정말 힘들어할 때 친구가 이런 말을 해줬던 기억이 나요.

이번 가을까지만 버티자. 가을이 오면 보늬 밤 해줄게.”

밤을 좋아하거든요 제가.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보늬 밤은 어떤 맛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 말을 듣고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해 가을 보늬 밤은 제가 먹어본 보늬 밤 중에 가장 맛있는 보늬 밤이었습니다. (물론 처음 먹어봤으니까요)

그 뒤로는 힘든 마음이 들 때마다 다음 계절까지 버틸 무언가를 찾아보게 됩니다.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라든가, 딱 그 시즌에만 판매하는 케이크라던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도 좋고요. 뭐든 나를 조금 더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을 찾아봐요. 힘든 시기를 마주하는 일은 나를 버티게 해주는 것들의 목록을 하나씩 늘려가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4월의 버팀목은 누룽지님들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 잿빛 시간 속에서도 누룽지님들 덕분에 툰을 그릴 수 있었고, 글쓰기 챌린지 모임도 런칭할 수 있었네요. 그리고 이렇게 어김없이 월말이 다가와 편지를 보내고 있고요. 사실 어제 조금 쓰다가 놓아버린 것을 다음 날 아침이 된 지금 다시 쓰고 있는데요, 어제 잿빛이었던 세상이 지금 너무나도 예쁜 아침 햇살로 물들어 있네요. 어제는 막막한 잿빛이기도 했다가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말갛고 고운 빛깔로 물들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나날들인가 봅니다.

, 이 편지는 뉴스레터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죠. 제가 무얼 준비하고 있는지도 살짝 귀띔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만들어 놓은 독립출판물이 있는데 이걸 밥풀이라는 이름으로 내놓는 것이 맞는 지 한참 고심한 끝에 글 쓰는 자아를 따로 분리하기로 했습니다. 상반기 내로 글 계정을 만들어 뭐라도 진행이 되길 바라고 있고요, 많은 분들이 문의 주셨던 <습관 형성 챌린지>의 일환으로 독서 습관 모임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늘 머릿속은 복잡한데 뭐부터 튀어나올지는 모르겠네요. 나와봐야 아는 거라.

두서없는 편지였지만 제가 묻고 싶은 건 이런 것들이었어요. 누룽지님들의 4월은 어떤 빛깔이었는지, 누룽지님들을 버티게 해주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다양한 색채 속에서 저마다의 소중한 것들을 붙잡고 잘 버텨내셨기를, 부디 무사한 4월이었기를 바랍니다. 행복한 5월 맞이하시길. 4월보다 더 햇살이 좋을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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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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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서 배

    0
    almost 1 year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Shimshimpuri

    0
    almost 1 year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고라니

    0
    12 months 전

    제게 희망은 기다림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무언가 기다려지면 희망이 되는데, 4월은 기다려도 되는지, 그 마음 하나 의지대로 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습니다ㅎㅎ 그런데 잊고있던 누룽지 레터가 반가운 걸 보니 기다렸나봐요. 제 4월의 색은 잿빛 속 흰 밥풀 하나로 하겠습니다ㅋㅋ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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