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두 달의 공백을 넘어 다다른 곳

2024.06.15 | 조회 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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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레터

말랑말랑 밥풀과 바삭바삭 누룽지

안녕하십니까 누룽지님. 4월과 5월을 넘어 6월이 되었습니다. 두달 간 누룽지 레터 생각을 전혀 안했느냐면,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누룽지 레터 언제 쓰나' 하는 생각이 머릿 속에 계속 둥둥 떠 있었죠. 그런데도 어쩌다보니 두 달을 지나버렸네요. 긁적.

누룽지님은 두달 간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저는요. 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바로 '글쓰기'입니다. 예전부터 하고 싶어했던 거라 새삼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요. 그런데 두달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살다 보니, 그 거칠거칠하고 메마른 일상 속에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돋아났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오래된 마음이면서 새로이 돋아난 마음이기도 합니다.

글쓰기 관련 서적을 몇 권 샀습니다. 그중 <편지로 글쓰기>라는 책이 있는데요, 이것이야말로 내가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더군요. 누룽지 레터를 쓰고 있으니까요. 책의 서두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편지로 글을 쓰는 것은 '한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듯이 가볍게' 글을 쓰는 거라고. 저는 오히려 편지야말로 가장 무거운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사실과 정황을 서술하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 수신인의 사정과 마음까지 상상해보며 하는 글쓰기가 <편지로 글쓰기>이지 않을까요. 물론 저는 수신인의 사정과 마음을 헤아리는 편지 쓰기와는 거리가 먼, 혼자 주절거리는 독백 스타일의 편지를 쓰는 것 같긴 하지만. 편지에 대한 저의 무게감을 그렇다는 뜻입니다. 

6월에는 어쩌다보니 전시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MBTI전>이라는 단체전시인데, MBTI관련 작품이면 참여 가능하다고 해서요. 그려 놓은 그림 중 하나를 디지털 프린팅 해서 액자에 넣었습니다. 전시 참여는 처음이라 기분이 묘하네요. 밥풀 한 톨 만들었다고 전시도 해보고, 인생이란 꽤 흥미로울지도...?  

두달의 공백이 힘들다면 힘든 시간이었는데, 그 공백의 시간을 넘어 다다른 곳에서는 또 나름 살만하기도 합니다. 책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에서는 이런 대목 나옵니다. [터널을 지나는 이야기를 쓰라. 그 터널을 다 통과한 이야기를 쓰라. 터널에 끝이 있음을 알리는 이야기를 쓰라.] 그 대목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아직 터널 속인데 그럼 난 뭘 쓰라는 거야?'

4월과 5월이 저에게는 작은 터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6월의 저는, 그 시간을 빠져나왔네요. '어떻게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나요?' 같은 질문에 드릴 대답은 딱히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서 터널을 빠져나온 것이 아니라, 그저 시간이 지났을 뿐이라서요. 별 도움 되지 않더라도 어쨌든 터널을 빠져나온 이야기였습니다. 혹시 지금 터널을 지나는 중이라면, 그 시간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있음을 한번쯤 상기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하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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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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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mshimpuri

    0
    3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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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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