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누룽지님들.
이 인사를 다시 드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왔네요.
인사를 건네고 싶었으나 건네지 못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찰나들도 다 지나, 25년 6월입니다.
굉장히 만신창이가 된 채로 나타난 기분입니다.
몸도 마음도 사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성치 못한 것 같아서요.
'성치 못하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그것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한답니다.
무엇이 성한 걸까요.
아무도 나를 힘들게 하지 않고, 그 무엇도 나를 압박하지 않으면
성한 상태가 되려나요.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든 성치 못한 구석을 찾아내서
스스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새삼 메일이란 깔끔한 매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편지를 찢은 노트 위에
막 글자도 틀려 가면서 삐뚤빼뚤 지저분하게 쓰고 있거든요.
그치만 나중에는 화면 위에 정갈하게 입력될 테지요 (바로 지금이요, 하하)
찢은 노트 위에 편지를 써내려가는 이유는 문득 누룽지님들이 그리워졌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 전에도 그리웠는데요, 그립고, 편지를 쓸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드디어 생겼기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편지는 (저 혼자서) 좀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누룽지님들께 편지를 쓸 만큼 회복되었다는 의미니까요.
여전히 만신창이더라도요.
말씀드리자면 어디가 심하게 다쳤다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보면 뭐야, 멀쩡하잖아? 라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만신창이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됨'이라는 뜻 말고도 '일이 아주 엉망이 됨'이라는 뜻이 있지요. 저의 5월은 꽤나 엉망이었습니다만 뭐....그 또한 흘러갔네요.
혹시라도 만신창이의 어느 시절을 겪고 계신 누룽지님이 계신다면 제가 온 힘을 다해 응원을 보냅니다.
상처 입고, 엉망이 되어도, 살아남은 오늘에 찬사를 보내봅니다.
다음 편지 때까지 부디 무사하세요.
잘 챙겨 드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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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mshimp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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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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