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해커 이야기

PC 화면이 곧 게임, '핵넷'은 어떻게 우리를 해커로 만들었나

Octo의 솔로프리너 레터 #05

2025.07.17 | 조회 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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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의 인디해커 레터

인디해커들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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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호에서는 1인 개발자 맷 트로비아니가 3년간의 열정으로 탄생시킨 인디 게임 '핵넷(Hacknet)'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합니다. 평범한 취미 프로젝트가 어떻게 전 세계 10만 게이머를 사로잡는 몰입형 해킹 시뮬레이션으로 거듭났을까요?

플레이어의 모니터 화면을 게임의 무대로 바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부터, ‘진짜 해커가 된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한 그의 집요한 디자인 철학까지, 당신의 게임에 영감을 불어넣을 생생한 인사이트를 가득 담았어요.

 

게임 잼에서 발견한 열정의 씨앗, "가짜 해커, 진짜 게임"

3년간의 파트타임 개발, 그 시작은 고작 48시간짜리 게임 잼(Game Jam)이었어요. ‘UI와 인터페이스’라는 단순한 주제 앞에서, 개발자 맷 트로비아니는 어떻게 플레이어를 ‘진짜 해커처럼 느끼게 만들까’라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했습니다. 그 작은 집념이 어떻게 세상을 놀라게 한 게임의 시작점이 되었는지, 그 짜릿한 탄생의 순간으로 함께 들어가 볼게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취미로 게임을 만들어 온 맷 트로비아니에게 게임 개발은 일이 아닌 놀이였어요. 대학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죠. 하지만 그의 인생을 바꾼 전환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바로 제한된 시간 안에 특정 주제로 게임을 만드는 ‘게임 잼’ 행사였어요. ‘UIs and Interfaces’라는 주제가 주어졌을 때, 그는 게임의 규칙이나 퍼즐 구조보다 ‘느낌’ 그 자체에 먼저 집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가 화면 속 아바타가 아니라, 모니터 앞의 자기 자신이 진짜 해커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죠.

 

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목표는 기존의 게임 디자인 문법과는 정반대의 접근이었어요. 려한 그래픽이나 복잡한 스토리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현실과 게임의 허구를 일치시키는 경험 설계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 거예요.

그렇게 탄생한 핵넷의 초기 프로토타입은 투박했지만, 게임 잼 현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진짜 해킹 터미널을 다루는 듯한 날것의 재미에 열광했어요. 이 뜨거운 피드백은 맷에게 확신을 주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씨앗이었죠.

 

내 안의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게임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모든 위대한 여정은 바로 그 믿음의 한 조각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그 후 3년 동안, 그는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코드를 짜는 고된 길을 묵묵히 걸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정을 거치며 게임 잼의 작은 아이디어는 점점 더 정교하고 깊이 있는 세계관을 갖춘 게임으로 진화했어요.

이 과정에서 그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일단 작게라도 시작하고, 부딪히고,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는 것’의 중요성이었다고 해요. 그의 이야기는 거창한 계획보다 순수한 열정과 꾸준함이 때로는 더 위대한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요.


몰입의 기술, "당신의 모니터가 곧 게임의 무대다"

핵넷은 플레이어에게 아바타를 주지 않아요. 대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PC 화면 그 자체를 게임의 인터페이스로 삼았죠. 이 과감한 선택은 어떻게 단순한 ‘게임 플레이’를 넘어선 ‘체험’의 경지를 만들어냈을까요? 최소한의 정보와 불친절한 인터페이스가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포를 극대화하는 역설적인 디자인의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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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넷의 가장 큰 혁신은 ‘게임을 하는 나’와 ‘게임 속 캐릭터’ 사이의 벽을 허물어버린 것에 있어요. 플레이어는 주인공의 어깨너머로 세상을 보는 관찰자가 아니라, 터미널 창에 명령어를 입력하는 행위 주체 그 자체가 됩니다. 개발자 맷 트로비아니는 “모든 PC 플레이어는 어차피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 사실 자체를 어떻게 게임의 일부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이 발상은 ‘Duskers’나 ‘Her Story’ 같은 다른 혁신적인 인디 게임들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이 게임들은 일부러 정보를 제한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단서를 추적하고 상상하게 만듦으로써 기존 게임들이 주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몰입감을 선사했죠.

 

예를 들어, 우주선 폐허를 탐사하는 게임 ‘Duskers’는 드론의 시점으로만 제한된 정보를 제공해요. 직접 볼 수 없는 적의 움직임은 화면에 깜빡이는 붉은 점으로만 표시되죠.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더 커지는 공포, 우리의 상상력이야말로 최고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셈이에요. 핵넷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텍스트 기반의 명령어와 단출한 UI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만들어요.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마치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며 길을 찾는 것처럼 극도의 긴장감과 현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은 단순히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핵심적인 ‘경험’에 집중하게 만드는 강력한 디자인 전략이죠. 핵넷은 화려한 3D 그래픽 없이도, 플레이어가 스스로를 ‘해커’라고 믿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침투하고, 파일을 훔쳐보고, 기록을 조작하는 모든 과정이 실제 PC 환경과 유사하게 펼쳐지기 때문이죠.

이 의도된 불편함과 불친절함이야말로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게임의 허구에 온전히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장치인 셈이에요. 결국 가장 뛰어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인터페이스의 존재 자체를 잊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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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한 줄의 무게, "당신은 심장을 멈출 수 있습니까?"

게임 속에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생명을 빼앗지만, 그 무게를 느끼는 경우는 드물어요. 핵넷은 이 무감각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해킹으로 사람의 심박 조율기를 멈추는’ 선택적 미션을 통해, 플레이어는 데이터 너머의 ‘인간’을 마주하게 되죠. 단순한 오락이 윤리적 딜레마가 되는 순간, 게임은 어떻게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게임이 한창 진행되던 중, 플레이어는 한 남자의 심박 조율기를 해킹해달라는 ‘선택적’ 의뢰를 받게 됩니다. 이 미션은 핵넷의 흐름 속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논쟁적인 지점으로 남아있어요. 개발자 맷 트로비아니는 이 미션을 설계하며 수없이 고민했다고 해요. ‘과연 게임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경험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이 옳은가?’

그는 플레이어가 단순한 ‘일’로써 복잡한 네트워크를 뚫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몰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해킹에 성공하여, 취소할 수 없는 칩 업데이트 시퀀스가 화면에 천천히 흘러갈 때, 플레이어는 비로소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멈칫하게 되죠.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심장 박동 그래프가 점점 느려지다 마침내 멈춰버리는 그 순간, 플레이어는 더 이상 제3자적인 관찰자가 아니에요.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끔찍한 결과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당사자가 됩니다. 단지 몇 줄의 코드와 클릭 몇 번이었을 뿐인데, 그 결과는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었죠.

이 순간, 게임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데이터와 현실의 경계는 어디에 있으며, 익명성 뒤에 숨은 우리의 행동은 과연 정당한가? 핵넷은 이 미션을 통해, 가상 세계에서의 행동이 결코 가볍지 않으며, 모든 데이터 너머에는 결국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상기시켜요.

 

이것이 바로 잘 설계된 게임이 가진 힘입니다. 윤리적 딜레마를 제시하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게 함으로써, 어떤 영화나 책보다도 깊은 감정적 파장과 성찰을 이끌어낼 수 있죠. 핵넷은 캐릭터의 얼굴이나 목소리 하나 보여주지 않고도, 오직 모니터 위의 심장 박동 그래프만으로 수많은 AAA급 게임들이 구현하지 못한 생명의 무게를 느끼게 했습니다. 이 경험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플레이어의 마음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며,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진 가능성의 깊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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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게임은 아이디어가 아닌, 수백 번의 '실행'으로 완성된다

핵넷의 성공은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에요. ‘작게 시작해서 빠르게 반복한다’는 개발 철학, 그리고 그 반복의 속도를 늦추지 않게 해준 ‘빠른 컴퓨터’라는 현실적인 조언 속에 핵심이 숨어있죠.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할 장벽들을 넘어서기 위한 가장 실용적인 지혜를 맷 트로비아니의 경험에서 배워봅니다.

 

많은 예비 개발자들이 ‘세상을 바꿀 완벽한 게임 아이디어’를 꿈꾸지만, 맷 트로비아니는 “당신의 아이디어보다 작게 시작하라”고 단호하게 조언해요. 프로그래밍을 배우다 보면 누구나 코드 200줄, 1000줄, 10000줄의 고비마다 새로운 한계에 부딪히게 되죠. 처음부터 너무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이 장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감에 빠지기 쉬워요. 그는 이러한 장벽을 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더 큰 프로젝트에 참여해보고,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어깨너머로 배우는 모든 과정이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현실적인 조언은 바로 ‘반복(iteration)의 속도’에 대한 그의 철학이에요. 그는 게임 개발에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로 ‘두 개의 모니터와 빠른 컴퓨터’를 꼽습니다. 코드 한 줄을 수정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1분을 기다려야 한다면, 개발자는 필연적으로 타협하게 되고 섬세한 디테일을 다듬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는 거예요. 핵넷의 수많은 시각 효과들은, 컴파일에 단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 빠른 환경 속에서 수백 번의 미세 조정을 거쳐 탄생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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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훌륭한 게임은 위대한 아이디어를 넘어, 수백, 수천 번의 지루하고 고된 ‘실행’과 ‘개선’의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에요. 아이디어를 빠르게 프로토타입으로 만들고, 직접 테스트해보고, 문제점을 수정하는 이 반복의 사이클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느냐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인 셈이죠. 지금 당장 당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방해가 되는 기술적, 환경적 병목 현상은 없는지 점검해보세요. 때로는 더 좋은 그래픽 카드를 사는 것이, 복잡한 디자인 패턴을 공부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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