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오브레어를 토요일에 보내고 있습니다. 아 나는 진짜 금요일에 보는 게 너무 좋다.. 하시는 분은 댓글에 의견 남겨 주세요. 👀
이번 주에는 반드시 이 리스트 안에서 한 편을 보리라고 다짐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멘탈이 100% 회복되지는 않았는지.. <괴물>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고 <검블유>를 보자니 서럽고 억울할(?) 것 같아서 선뜻 손이 나가지 않더라고요. 그러면 <빈센조>를 보자! 고 생각했지만.. 결국 '좀 더 짧은' '더 코미디'를 선택하였습니다. 넷플릭스의 신작이자 한국 오리지널 최초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보았어요. (줄여서 <지구망>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귀엽)
많은 분들이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 & 서툰 발음'을 지적하시던데 저는 오히려 그 부분은 괜찮았어요. 오히려 '한국에 온 지 3년 쯤 된 외국인 학생'이라는 설정에 안 맞는 수준으로 한국말을 잘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는.. 연기도 뭐 대학생들이 주인공인 '시트콤' 장르에서 용인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나..? 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소소한 재미는 있는데 전반적으로 재미가 없는 것이.. 더 큰 단점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먼저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라는 제목이 전반적인 주제의식보다는 주인공 격인 '세완' 캐릭터의 '캔디스러움'만 대표하는 제목으로 느껴졌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의 삶과는 너무나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2021년인데 학교 지하실 문 고장나서 갇히고 거기는 인터넷이 안 터지고 그런 에피소드를 써먹는 것은.. 조금 옛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자친구의 성형수술을 반대하는 이유가 나한테 이미 너무 예쁜데 왜 해야돼??? 그걸 또 받아주면서 하는 말이 아이구 내가 너한테만 예뻐보이면 됐는데 욕심을 부렸다??.. 옛스럽게 느껴졌어요..
근데 사실 제가 그렇게 한국 시트콤의 왕팬은 아니기도 하거든요. <LA아리랑>, <남자셋 여자셋>, <순풍산부인과>, <논스톱> 시리즈, <안녕, 프란체스카> 같은 그 시대 레전드 작품들은 저도 봤는데, 사실 <하이킥> 시리즈도 첫 번째 것만 본 것 같고..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안 봤고요, <감자별> 안 봤고요.. 그렇게 안 본 것들이 많은 건 그냥 '한국 시트콤'이라는 장르랑 저랑 잘 안 맞는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제가 <지구망>을 보고 나서 행복하지 않았던 건 필연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지구망>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중에 제일 정도가 심각한 사건은 미국에서 온 학생 '제이미'가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아들임이 밝혀지면서 시작됩니다. 제이미를 찍은 파파라치의 사진에 세완이 함께 찍히고, 곧 언론이 '함께 찍힌 여자는 누구?', '비밀스러운 연애 중?' 같은 기사를 쏟아내는 사이 온라인에는 세완의 이름과 학교와 신상과 가정사까지 공개됩니다. 명목 상 세완이는 국제기숙사 조교고, 제이미는 국제기숙사 학생이니 조교의 일을 맡긴 학교가 세완을 보호해야 할텐데, 학교는 오히려 세완이 금전적인 이득을 보기위해 의도적으로 제이미 일을 외부에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해요. 물론 시트콤이기 때문에 허무하리만치 아름다운 방식으로 해결되지만, 이 에피소드는 현실에서도 굉장히 익숙한, 거의 '패턴화'된 방식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아주 같은 케이스는 아니지만, 왠지 저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이 작품이 떠올라서 같이 봤습니다. 뉴욕타임즈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 입니다.
다큐멘터리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유년기부터 데뷔하는 과정, 처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미국의 온 미디어를 장식했고, MTV의 개국공신이 되었는지, 파파라치는 어떻게 그녀를 쫓아다니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그녀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줍니다.
어느 리뷰에서는 이 다큐멘터리를 Misogyny와 Social Class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적었던데, 엄청 공감했어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어린 여성으로서, 하지만 섹슈얼한 매력이 있고 그것을 숨기지 않는, 그러면서도 시골 출신이어서 친숙하고 모두에게 상냥한 소녀로서 사랑받기 시작했다면, 이런 그녀를 사랑받게 한 요인들이 결국 그녀를 괴롭혀도 되는 요인으로 바뀌었다는 것이죠.
- 어리고 상냥함 -> 멍청함, 막 대해도 됨
- 섹슈얼한 매력 -> 나쁜 년, 헤픈 년
- 친숙함, 소박한 배경 -> 욕해도 됨
이런 식으로요.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고, 괴롭게 느껴졌습니다. 괴롭게 느껴진 건 이런 이미지를 만들고 팔아 제낀 미디어들은 결국 그것을 소비한 대중들의 수요를 확인했다는 것인데, 저도 그 중 한 명이 아니었나 해서요. 꼭 브리트니 케이스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똑같이, 과거에 디스패치를 보고 좋아했던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보기 전에는 이 다큐멘터리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후견인이 필요한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누군가의 '프레이밍'에 대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니 그보다 좀 더 넓은 차원의 프레이밍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자기 일을 잘하고, Boss로서 팀 브리트니를 이끌고, 자신의 커리어를 개척하는 동안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부족한 사람'으로 프레이밍해서 안도를 맛보고 즐긴 잔인한 마음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비열한 산업에 적극 참여한, 인터뷰이로 나온 People지 무슨 어쩌구 높은 사람.. 실실 웃으면서.. 대답할 때 정말 쪼개버리고 싶더라고요. 화장실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온갖 사적인 공간에 쫓아다녔으면서, "불편하다고 말한 적 없는데요? 브리트니도 좋아했는데요?" 같은 소리나 하는 파파라치도 그냥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 같았고요. 혈압이 높으신 분들은 시청에 유의하세요..
23일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LA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 원격으로 참여해서 23분 간 직접 발언을 했습니다. 아주 명확한 표현으로 그간 받았던 고통을 증언했고, - 자궁에 삽입한 피임 기구를 제거하는 시술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 예약을 요구했지만 후견인이 브리트니의 임신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거절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전했죠 - 후견인 상태를 끝내고 싶다는 의사도 분명하게 표했어요.
아마 밝히지 않은 혹은 못한 다른 사정들도 많겠죠. 앞으로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리고 사랑하는 일을 하고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살아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녀를 지지하는 #FreeBritney 운동에 참여하는 팬들이 브리트니의 음악이 자신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할 때마다, 더더욱 브리트니가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제 동년배라면 대부분 기억할텐데.. 2003년 12월에 SBS에서 <보아&브리트니 스페셜>이라는 방송을 했는데, 거기 브리트니 온냐가 내한해서 출연했거든요. 근데 동방신기의 데뷔 전 첫 무대가 바로 그 공연의 클로징이었죠.. 그 등장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정작 보아 & 브리트니 공연은 많이 까먹고 있었는데, 오늘 레터를 쓰면서 찾아보니까 브리트니 온냐가 그 때 두 곡을 불렀더라고요. 전설으ㅣ 톡-식🌠과 'Me Against The Music'을 불렀는데, Me Against The Music 뭔 노래지 하면서 들어보니까 아, 너무 아는 노래였어요. 고등학생 때 진짜 많이 듣고 노래방에서 항상 실패한 노래..
모두들 브리트니 온냐의 멋짐을 다시 한 번 확인하시길 바라며!✨ (스브스야 세로 직캠 없을까)
🦁 일찌감치 미국의 후견인 제도(Conservatorship / Guardian)를 알차게 써먹은(?) 분
- 주인공 말라는 정신적으로 취약한 노인들을 찾아내어, 그들의 법적인 'Guardian'이 된 뒤에 그들의 재산을 처분하고, 그들을 케어 센터에 보내 중간 커미션을 받고, 심지어 그들에게 자신의 보수를 청구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입니다. 영화 밖에서 이런 사람들을 'Predatory legal guardianship' 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 <프레이밍 브리트니>가 공개된 이후에 <퍼펙트 케어>가 다시 언급이 많이 되었어요. 영화에서 말라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수법'이 실제로 후견인 관련법에 의해 가능한 것이라는 것, 그러니까 브리트니가 호소한 문제들이 비슷한 양식으로 <퍼펙트 케어>에서 말라의 수법 중 한 가지가 되어 나오기도 했거든요.
- 영화 자체도 초반 흡인력이 대단한 범죄 스릴러입니다. 결론이 쪼금 아쉽기는 하지만 로자먼드 파이크의 파란 눈을 믿으신다면.. 꼭 보시길 바라요 👀
🌞 이것이 브리트니 스피어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
- <프레이밍 브리트니>를 보고 제일 많이 생각난 것은 <미스 아메리카나> 였습니다.
- 한 때의 저에게 테일러 스위프트는 헤어진 남자친구를 소재로 노래를 만드는, '테일러 스쿼드'라고 이름 붙은 친구들과 함께 다니면서 그 안에서 일찐놀이를 한다더라, 하는 것들만 떠오르는 아티스트 였는데요.
- 점점 더 많은 주목을 끌어내야 하는 삶, 그런데 그것으로 고통받는 역설적인 삶을 살면서,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사람이 아티스트와 여성으로서 어떻게 변화하기로 결심하게 됐는지를 담담하게 하지만 어느 때는 눈물을 꾹 참아가면서 말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저도 모르게 얼마나 '프레임'된 테일러 스위프트를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됐어요.
🎤 레터를 쓰면서 함께 읽은 <프레이밍 브리트니> 리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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