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알고 나를 알아야

이번 주가 학기 첫 주 였거든요. 정말.. 폭풍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졸업하면 석박사 학위가 나오는 과정이 있는 전통적인 교육 기관이 아니라 vocational school에 가까워요. 스웨덴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브라질, 싱가포르, 영국, 미국, 스위스 등 다른 나라로도 캠퍼스를 확장하고 있고, 제가 지금 하는 Full-time 코스 외에도 MA 학위 코스, 온라인/원격 수업 등 다양한 코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코스 별로 내용을 보면 디자인, 개발, 모션, 데이터 등 여러 분야를 커버하는데 그 중에서 제가 듣는 코스는 *Content Developer* 입니다. 마케팅 차원에서의 콘텐츠 기획, 제작 등을 다루는 코스에요. 

이 학교의 첫 주는 "Way Week"이라고 부르는데, 앞으로 어떤 모듈에서 배우든 바뀌지 않고 유지될 학교의 'Way'를 익히고 앞으로 코스를 함께 할 사람들과 '팀'이 될 수 있게 돕는 활동들을 했어요. 그 중에 꽤 많은 것이 'Reflection'에 초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구독자님이 혹시 스타트업, 혹은 기술이 회사를 주도하는 환경에 익숙하시다면 아마 '회고'라는 단어도 익숙하실 것 같아요. 회고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 하실 수도 있고.. 좋아하실 수도 있고.. 허례허식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어요. 저는 회고를 좀 귀찮아 했고, 하지만 제대로 할 것이 아니면 그냥 안 하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했었는데요. 지금 다시 생각하니 회고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이번 한 주 동안은 하루에 회고를 최소 2건에서 최대 3건 했는데 할 때 마다 작은 그룹 / 큰 그룹으로 나눠 2번씩 했으니까 평균을 2.5로 잡으면 2.5건*2번*5일 = 25회.. 5일 동안 회고를 25회 정도 한 건데요.

학교에서는 회고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질문들을 알려주고, 그것을 사용해서 회고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요. 그 질문들은 사실 아주 새롭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 아는 질문들이었는데, 그것들을 회고할 대상과 어떻게 조합해서 어떤 층위로 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위 두 가지를 같은 순서의 같은 질문으로 할 수는 없다는 거죠. 아니, 할 수는 있겠지만 효과적인 회고가 되기는 어렵달까요.

그리고 회고의 시작에는 'Self-Reflection'이 꼭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 나에게 필요한 것, 원하는 것, 두려운 것, 실제 행동 - 를 알아야 일에 대한 회고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면 내가 오늘 아침 회의에서 집중이 하나도 안 됐는데, 그게 아침에 커피를 안 마셔서 그랬는지, 아니면 이 팀에서 내가 더 이상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야 회의 자리에서 나의 행동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잖아요.

다 당연한 얘기들이긴 한데, 실제로 해 보면서 알게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앎'이더라고요. Learn-by-doing이 바로 이런 것일까..!

그래서 이번 주를 돌아보니까 제가 가장 집중한 콘텐츠는 저 자신이었습니다. 평생 1주일 동안 이렇게 집중적으로 제 생각만 한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요. 여기 왜 왔는지, 무엇을 바라고 왔는지, 왜 바라는 것이 없는지, 뭐가 두려워서 그러는지, 지금 내 행동은 어떤지, 앞으로는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런 것들을 5일 내내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의 주변에서 각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같은 반 애들을 보면서- 제가 별로 공감을 못하던 말인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라는 말을 깊이 공감하기도 하면서. 각자의 삶에서 새로운 결정을 한 서로서로를 축하해 줬습니다.

엊그제 금요일 오후에는 같은 반 애들에게 서로 '감사한 것'을 적어서 주는 Appreciation 노트 주고받기 시간이 있었는데요. 감사하게도 많은 애들이 저에게 '감사'해줘서 굉장히 행복했어요. 오늘 오브레어의 마지막으로 그 중 일부를 공유해봅니다. (전 이런 사람이래요 호호호) ✨

인스타그램 @__ofcl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