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착하게 좀 삽시다들

해가 짧아지면 겨울이 오는구나, 금방 체감하게 되잖아요. 고국도 이제는 해가 많이 짧아졌겠네요. 🌞

제가 스톡홀름에 처음 온 게 7월 마지막 주였는데, 그 때는 해가 밤 10시쯤 되어야 지고.. 새벽부터 해가 쨍하니 대낮처럼 밝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했었거든요. 그 당시에 학교에서 애들이 '스웨덴 어떠냐'고 물어보면 제가 '날씨도 좋고 다 좋다'고 하고, 그럼 항상 '그래 겨울 오면 장난 아니니까.. 지금 즐겨..' 이런 류의 대답이 되돌아왔는데 그 '겨울'이 이제 온 거죠. 요새는 아침 7시도 한밤 중처럼 깜깜하고요, 오후 2-3시부터 해가 지기 시작해서 3시 반쯤 되면 밤처럼 깜깜해집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밖이 밝으면 오히려 마음이 덜컥합니다. 그건 너무 늦게 일어났다는 뜻이거든요.

겨울이고, 이제 곧 12월이네요. 학교도 이번 모듈이 끝나면 짧은 겨울 방학에 들어간다고 하고, 평소 같았으면 약속 잡아서 방어 먹기 바빴을텐데 타지에 홀로 뚝 떨어져 있으니 생각만 많아지는 것 같아요.

벌써부터 2021년을 되돌아보자면, 정말 지겹게도 길었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매달 뭔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잔고를 털어먹는 내돈내산 유학을 떠난 게 가장 큰 사건이라면, 떠나기 전과 떠나온 후에도 자잘하지만 임팩트 있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어요.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우기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비꼬고 공격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는지, 몸이 아플 때 어떻게 하는지, 하고 싶은 말은 하는지 아니면 숨기는지, 돈이 중요한지 정신 건강이 중요한지,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직접 그 상황에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확실히 알기 어려운 대답들을 많이 얻게 됐어요.

지난 주에 오브레어를 한 달 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서, 어떤 콘텐츠에 대해 쓸까 많이 고민했었는데요. 우연하게 본 <틱, 틱... 붐!>에 대해 적기는 했지만 사실 시리즈 <굿 플레이스>와 웹툰 <조조코믹스>에 대해 적으려고 했었어요. 

이동건 작가의 전작 <유미의 세포들>은 한 사람 안에 이성, 감정, 출출(?), 사랑, 청결, 쇼핑(?), 패션(??)과 같은 다양한 부문을 관장하는 세포가 있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데요. 그래서 웹툰을 보다보면 나에게는 어떤 세포들이 있고, 프라임세포는 무엇일지 같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게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포인트인 것도 같고요.

<조조코믹스>에는 '럭키포인트'라는 설정이 있어요. 불운의 순간에 쌓이는 포인트를 모아서 나중에 적재적소에 써먹을 수 있다는 건데요. 예를 들면 '샤워 도중에 온수가 끊기는 불운'으로는 7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데, 나중에 이 포인트를 모으고 모아서 300포인트로 '좋아해주는 사람이 먼저 연락해오는 상황'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마다 이 럭키포인트를 쓰는 전략도 달라요. 엄청난 불운으로 막대한 포인트를 벌어들이고 나서, 그 불운을 해결하는데 포인트를 다시 쓰는 사람도 있지만, '굳이 안 되는 곳에 계속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럭키포인트를 초년운(?)에 몰빵해서 마이너스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사는 사람도 있고, 운이 더럽게 없지만 그런대로 살아서 포인트 부자로 사는 사람도 있고요.

또 과몰입해서(?) 제 인생을 대입해보니, 올해 엄청난 포인트를 벌어들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은데요. 그 포인트를 지금 어떻게 쫌쫌따리 쓰고 있는건지, 나중에 어딘가 중요한 순간에 몰빵할건지 그런 게 궁금해지더라고요. 내 포인트 담당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이 럭키포인트 개념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굿 플레이스>도 생각났어요. 시즌 1에서 마이클이 입주자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에서 우리의 삶이 어떻게 평가되는지 설명해주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럭키포인트가 생애 중에 포인트를 벌고 쓰고 한다면, 굿 플레이스는 합산해서 사후에 정산하는 제도라는 차이가 있지요. 그리고 럭키포인트는 의도와 무관하게 '벌어지는 일'에 대한 포인트처럼 설명한다면, 굿 플레이스의 점수 제도는 좀 더 삶에 대한 태도, 의도를 갖고 하는 행동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것처럼 보여요.

차이가 좀 있지만 제가 이 두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같아요. 지금 뭔가 불운에 빠진 것 같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노력을 하지만, 보상은 느낄 수 없고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느린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입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고 나쁜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잊기 쉬운 진리를 일깨워 주는 것 같거든요. 😇

인스타그램 @__ofcl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