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는 잘 도착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썼어. 이렇게 편지를 공들여서 써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너는 어때? 벌써 5월이 저물어가고 있어.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걸 보니,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제이. 너는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
나는 일곱 살 때 ‘꽃집 아가씨’가 되는 게 꿈이었다. 꽃집 아가씨는 예쁘고 마음씨가 고와야 한다고 믿었거든.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그 노래가 내게 큰 영향을 줬던 것 같아. 나는 예쁘고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럼 지금 네 꿈은 뭐야? 최근에 누군가 네게 꿈이 뭐냐고 물은 적 있어?
난 없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고 나니까, 아무도 꿈을 묻지 않더라. 다들 꿈을 잃어버린 걸까?
사실 나도 알아.
이젠 꿈보다는 자녀의 장래, 집값, 그리고 노후 대비에 대해 묻는 시대니까.
자녀에게 뭘 시킬 건지, 어떤 교육을 할 건지, 집값은 올랐는지, 아니면 이사를 갈 건지, 노후 준비는 어느 정도 되었는지, 아니라면 어떻게 대비할 건지.
그런데 제이. 넌 ‘10년 후’라는 시간이 정말 우리에게 있다고 믿어?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게 미래가 있다는 걸 믿기 어려워졌어.
언제부터였을까?
집 근처 가족공원을 처음 본 날부터였을까, 아니면 가족이 오랫동안 아팠던 그 이후부터였을까?
제이, 가족공원 알아?
예전 말로 공동묘지라고 부르는 곳 말이야. 요즘은 그러지 않아.
‘가족공원’이라는 이름 아래, 산책로와 운동기구가 조성되어 있어서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
나도 이사 온 이후로 그곳에 자주 산책을 갔어. 묘지들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
산등성이를 가득 메운 묘지들을 보며, 묘한 압도감 같은 걸 느꼈다. 그리고 그 생각에 다다랐지.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단 하나의 사실.
그걸 깨닫고 나니, 인생이 조금 허무해졌다.
‘10년 후의 나’도 ‘미래’라는 것도 믿기 어려워졌지. 그리고 여전히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아.
가족이 아팠던 시간을 지나며, 삶과 죽음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는 걸 절감했다.
병실 복도에 앉아 노을이 지는 걸 보면서 생각했지.
노을이 너무 예쁘다고.
내가 본 어떤 것보다 더 아름다웠어. 복도의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던 그 노을 말이야.
내일도 저 노을을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느꼈어.
생사의 경계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해는 뜨고 또 진다는 사실을.
제이. 너는 10년 후의 삶을 여전히 믿지?
나는 그게 조금 어렵지만, ‘믿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내고 있어. 그리고 그 마음은 결국 이런 다짐으로 이어졌어.
만약 내게 10년 후가 없을 수도 있다면,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면, 오늘에 최선을 다하자.
나는 허무감에 잠식되어 머무르기보다는,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기로 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내일이 오지 않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말이야.
결과가 어땠냐고?
겉보기엔 예전과 별반 다를 바 없을지 몰라. 하지만 내 마음은 달라졌어.
이젠 1년 후 떠나는 특가 항공권은 사지 않지만, 오늘은 따뜻한 바닐라라테를 마셔.
나를 괴롭히는 것들과는 이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하기로 했거든.
제이, 10년 후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무엇이 되었든, 나는 네가 미래의 불확실함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대신 오늘, 네가 조금 더 행복했으면 해.
따뜻한 햇볕 속에서, 맛있는 쿠키 한 입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 속에서 네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10년 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거야.
여기 있는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실천한 날에는 나에게 답장을 보내줘.
애나의 추천 목록
□ 햇볕 5분 쬐기
□ 좋아하는 쿠키 한입 먹기
□ 10분 산책하기
P.S. 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쿠키는 초코 쿠키야!
Offbeat에서 5월의 어느 날, 애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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