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애나노트

하루 종일 괜찮다가도, 왜 잠자리에만 누우면 걱정이 밀려올까요?

‘이불 발차기’하고 싶은 끔찍하고 황당한 실수부터, “앞으로 무얼 하며 먹고 살아야 할까?”같은 인생의 고민까지 떠오르기 일쑤입니다.

이 현상에는 과학적 이름이 있습니다. ‘루미네이션’이라고 하죠. ‘반추 사고’라고 번역되는데, 소처럼 같은 생각을 반복해서 곱씹는 심리적 과정입니다.

낮에는 바쁜 일상이 이런 생각을 막아주는데, 밤의 고요 속에 뇌가 ‘여유’를 갖게 되면 억눌러왔던 걱정과 고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실제로 수면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약 70%가 잠들기 전 30분 동안 걱정이나 불안을 경험한다고 해요.

특히 20-30대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진로, 인간관계, 경제적 문제 등 스트레스 요인이 많기 때문이죠.

뇌과학으로 보면, 우리의 뇌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라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요. 이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활성화되어 과거 기억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이 기본 모드 네트워크가 깨어나면 ‘이불 발차기’ 실수나 미래 걱정이 떠오르게 되는 거예요.

문제는 이 시스템이 너무 활발해지면 걱정과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점.

침실의 정적 속에서 평소엔 신경 쓰지 않던 일들까지 크게 느껴지곤 하죠.

그렇다면, 잠들기 전 반추 사고를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1. 걱정 시간 정하기

하루 중 특정 시간(예: 저녁 7시)을 ‘걱정 시간’으로 정하고 잠들기 전에는 “걱정 시간은 이미 끝났어”라고 스스로 말해보세요.

2. 걱정 메모하기

머릿속을 떠도는 걱정들을 메모로 남기고, ‘걱정 시간’을 기다리듯 기록해 두면 마음이 한결 정리되고 안정됩니다.

물론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걱정과 불안은 인간의 발전을 만들어온 원동력이기도 하니까요.

중요한 건, 잠들기 전 마음이 안정되도록 작은 방법들을 일상에 쌓아 가면, 작은 변화라도 침실을 ‘걱정의 공간’이 아닌 ‘진짜 휴식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 편지에서는 ‘수면 부채’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오늘도 부디, 편안하고 기분 좋은 밤 되세요.

애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