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 집에서 가까운 대형 카페에 갔습니다.
빵과 커피를 팔고, 넓은 정원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곳이었죠.
요즘 주말마다 카페 투어를 하고 있어서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거든요.
주말에도 손님이 많은 편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싶은 마음으로 어찌어찌 카페로 입성했습니다.
그런데 외부 테라스에 사람이 정말 바글바글하더라고요.
실내도 언뜻 보이는데, 역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요.
마침 보이는 테라스 자리에 얼른 가방부터 내려놓았는데, 그 뒤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도무지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과연 그분들은 서서 커피를 마셨을까요?
커피를 주문하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는데, 다들 가족 단위로 와서 빵과 커피를 즐기고 계셨어요.
어떤 테이블에는 여든을 훌쩍 넘긴 듯한 할머니와 삼대 가족이 앉아 있었고, 또 어떤 테이블에는 갓난아기까지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카페’라는 공간이 한옥의 ‘사랑방’ 혹은, 요즘의 거실을 대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예전에는 집에 모여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제는 카페에서 만나는 게 더 자연스러워졌지요.
요즘은 ‘집들이’같은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일 자체가 드물어졌습니다.
전통적으로 집에서 치르던 행사들도 웨딩홀이나 음식점으로 옮겨가고 있고요.
이를테면 돌잔치나 칠순 잔치 같은 행사들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카페는 현대의 사랑방이자 거실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제3의 공간’으로서의 카페.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카페는 원래 ‘커피’라는 각성 음료를 마시며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사교 공간에 대한 필요성에서 오스만 제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카페의 기능이 훨씬 더 다양해졌지요. 커피를 마시며 쉬기도 하고, 책을 읽고, 작업을 하고,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저도 가끔 카페에서 작업을 하는 데요.
집에서 하는 것보다 더 잘 되는 기분이 듭니다.
왜일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첫번째는 ‘백색 소음’입니다.
요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도 많이 나오는 그 소리 말이죠.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일정한 소음이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합니다. 완벽한 정적보다는 적당한 소음이 오히려 집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해요.
물론 물리적 환경 또한 영향을 미칩니다.
학창시절,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었지만, 왜 굳이 독서실을 갔을까요?
집은 나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이라, 긴장이 쉽게 풀립니다.
저도 집에서는 작업하다가 갑자기 눕고 그러다 잠들기도 하니까요.
반면 카페는 공공장소이고, 타인의 시선이 있으니,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요. 그 덕분에 업무나 공부에 더 몰입하게 되죠.
그리고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해요. 물론 카페에서 집중할 때 가장 귀찮은 건, 그 많은 짐(노트북, 책, 키보드 등)을 들고 이동해야 한다는 거겠지요.
운동하는 데 가장 어려운 게, ‘헬스장에 가는 일’인 것처럼요.
그래도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으니, 집이라도 집중이 잘 되네요.
사실 이번 주 초, 별생각 없이, ‘연휴가 끝나고 레터를 써야지’라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연휴 중에는 도저히 쓸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연휴 마지막 날이 목요일이더라고요.
저는 늘 금요일 오전 7시에 레터를 보내드리니까,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 된거죠.
(그게 아니면 금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쓴다거나?)
그래서 부랴부랴 저녁 발송으로 공지를 올리고, 이렇게 쓰고 있어요.
마치 여름 방학 끝나기 전날 일기를 몰아서 쓰는 기분입니다.
평소에는 보통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레터를 완성하고 예약 발송을 걸어두는데, 이렇게 마감 직전에 급하게 쓰는 건 오랜만입니다.
다음 편지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아침의 첫 커피부터 밤늦게 마시는 커피까지. 시간마다 다른 커피의 의미를 찾아봅니다.
언제나 금요일에 만나요.
애나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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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카페라는 공간이 사랑방을 대체한다는 말 넘 공감되네요! 하루에 꼭 한 번은 들르게 되는 사랑방이랄까요~ 요즘 정말 카페는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도 공감 ^^
Offbeat
맞아요:) 그렇죠? 저도 거의 하루에 한번은 꼭 들리게 된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커피를 마시셨을까요? 저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하루네요. 오늘도 편안한 한 주의 시작되시길 바랍니다 From 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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