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제이.
무척 오랜만인 것 같은 기분이야.
나는 지난주부터 자꾸만 졸려.
계절이 바뀌고, 기온 차가 커져서 그런 것 같아.
제이는 어때? 그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어?
나는 요즘 작업할 때, 늘 차를 마셔.
사실은 커피를 마셨지만, 건강검진에서 위염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는 커피를 조금 줄이고 있어.
하지만 위장에 문제가 없었다면, 지금 타자를 치고 있는 내 옆에는 뜨거운 커피가 있었을 거야.
뜨거운 커피야말로, 현대인의 의식(ritual)이 아닐까 싶어.
물론 근본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대체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편이야.
차가운 커피는 얼음이 녹으면서 책상을 적시기도 하잖아.
그러면 올려두었던 책이나 종이가 같이 젖어버리기도 하고.
차가웠다가 식은 커피는 조금 밍밍하고 미적지근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
그래서 나는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는 것 같아. 뜨거운 커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기분이 좋거든.
식으면 또 그 나름대로 벌컥벌컥 마실 수 있으니까.
물을 대신 할 수는 없지만, 물 대신 마시던 시절도 있었지.
제이는 어때? 커피 좋아해?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순간에 커피가 있었던 것 같아.
아침에 거의 졸면서 출근할 때 사던 커피, 날씨 좋은 날 공원 앞 카페에서 마시던 커피, 그리고 원두를 하나하나 고르고 눈앞에서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피라면, 나는 커피빈에서 마신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꼽을 거야.
왜냐고?
커피빈의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는 좀 특별하거든.
헤이즐넛 시럽이 아니라 파우더를 써서, 라테같은 맛이 나거든. 그런데도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
정말 특이하지?
커피빈 매장이 좀 더 많았다면 나는 그 헤이즐넛 아메리카노를 더 많이 마셨을지도 모르겠다.
제이에게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커피가 있을까?
커피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와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생각해보면, 나도 혼자 마신 커피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마신 커피가 훨씬 많았던 것 같거든.
누군가와 처음 만났을 때, 인사를 나누면서, 어색하게 주문하던 커피.
병문안을 가서, 병원 1층에서 마시던 무슨 맛인지도 알 수 없던 커피.
날 좋은 날, “빨리 퇴근하고 싶다”고 말하며 동료들과 마시던 커피.
나에게 커피는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어.
요즘은 디카페인 커피가 많아져서 참 다행이야.
예전에는 커피는 무조건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였잖아.
그래서 아직도 기억나는 일이 있어.
아주 오래전 이야기야.
좋아했던 어떤 사람이 오후 6시에 커피를 마시자고 한 적이 있었거든.
사실 나는 오후 2시 이후로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잘 수 없는 체질이었는데, 그 사람이 좋으니까 그냥 마셨지.
그러고는 밤을 꼴딱 새웠는데, 그게 그 사람 때문인지, 아니면 커피 때문인지 모르겠더라고.
제이에게도 커피와 관련된 이런 경험이나 추억이 있을까?
커피에 얽힌 제이의 이야기도 무척 궁금해.
깊어지는 가을날, 계절을 즐길 여유가 제이에게 있기를 바라며.
애나의 추천목록
□ 평소에 마시지 않던 커피 메뉴 마셔보기
□ 아끼는 사람에게 커피 한 잔 건네주기
P.S. 다음 편지에서는 ‘카페라는 제3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찾아올게!
Offbeat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은, 애나 씀
의견을 남겨주세요
제임스
안녕 애나! 추석 긴 연휴는 잘 보냈고? 커피.. 잘아는 것은 아니지만 반려지. 학교때 자판기 회사 초장기엔 222(커피 프림 설탕) 이후엔 다양한 브랜드의 커피를 미팅 장소에 맞춰 마셨지. 그냥 삶... 오늘도 아침에 출근에 숭늉처럼 만든 커피 텀블러 한잔과 애나가 준 차를 넣은 텀블러 2개를 자리에 놓고 하루를 시작해. 고마워... 차! 두서없이 글을 남겨 놓고 하루를 시작하고 해. 좋은 하루!
Offbeat
제이는 추석 연휴 잘 보냈어? 커피와 프림, 설탕의 비율을 보니, 어렸을 적에 엄마 몰라 프리마를 숟가락으로 퍼먹던 기억이 갑자기 나네! 차와 커피. 완벽한 조합이야. 따뜻한 차, 커피와 함께 편안한 금요일 하루 되기를 바랄게! From 애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