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제이.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이네. 그래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제이는 어때?
장마철에 제이의 몸과 마음이 평안했으면 좋겠다.
며칠 전, 나는 병원에 다녀왔어.
혹시 제이에게는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 있어?
내 얘기를 하면 조금 우스울 수도 있는데, 나는 자꾸 귀를 파는 습관이 있어. 그래서 외이도염이 자주 재발하곤 해.
고3 때였어.
스트레스로 귀를 파는 습관이 생겼고, 피가 날 때까지 후비다가, 시뻘건 귀를 보며 그제야 멈추곤 했어.
돌이켜보면, 피가 나는 귀를 보면서 안도했던 것 같다.
그 뒤로 귀가 자주 가려워.
벌써 십 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해.
귀가 간지러워서 잠에서 깨기도 하고,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어도 잠깐뿐이더라고.
언젠가 의사가 그랬어.
“그건 원래 자꾸 재발해요.”
그 말은 꽤 가볍고 경쾌하게 들렸던 기억이 나.
어떤 사람들은 일주일 만에 다시 병원에 오기도 한다며. 그러면서 덧붙였지.
“귀를 만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게 쉬웠다면, 나는 이미 습관을 고쳤겠지.
문제는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도 모르게 손이 귀로 향한다는 거야. 가만히 두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여름이 되면 외이도염은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와. 귀에 사는 곰팡이균이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한대. 나는 더위에 눅눅함에 지쳐 있는데, 곰팡이균들은 신이 나서 내 귀를 간지럽히고 있어.
귀에 약을 넣으면 마치 물속에 잠긴 듯한 먹먹함이 들어.
제이. 외이도염 약을 본 적 있어?
먹는 약이 아니라, 귀에 몇 방울을 직접 넣는 방식이야. 그리고 몇 분간 기다렸다가 빼내는 식으로 양쪽 귀에 번갈아가며 하게 돼.
나는 오른쪽 귀에 몇 방울을 넣고 먹먹함을 견디다가, 또 왼쪽 귀에 약을 넣고 시간을 헤아리지. 그 먹먹한 시간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
이건 어쩌면 인생의 어떤 순간들과 닮아 있다는 걸.
인간관계든, 걱정이든, 혹은 과거의 상처든.
그저 두었으면 자연스럽게 흘러갔을 일들을 우리는 자꾸 건드리다가 더 악화시키곤 하지.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좋겠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우리는 정말 많은 걸 걱정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 그런데 정작 그 걱정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면?
막상 닥치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은 일들이 꽤 많은 것 같아.
물이 흐르듯 그대로 흘러갔으면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것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붙잡고, 너무 애쓰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애쓰지 않는 지혜’를 배우는 중이야. 무언가를 굳이 바꾸지 않고, 그냥 두는 법. 생각보다 그게 더 현명할 수도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어.
제이, 제이에게도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이,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순간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애나의 추천 목록
□ 하루 한 번, 고치고 싶은 습관을 의식적으로 그냥 두기
□ 스마트폰 알림을 끄고 조용함 느끼기
P.S. 요즘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걸 연습 중이야. 제이도 자신에게 너그러웠으면 좋겠다.
Offbeat에서 귀가 가려운, 애나 씀
의견을 남겨주세요
제임스
애나, 그런 습관으로 힘들구나. 건강과 불편을 위해 해결할 부분이면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애쓰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은 나도 해보고 싶은 거였어. 가끔 노력은 하지만 습관이 나를 방해하지. 난 내가 완벽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좀 편해 ㅋㅋ 더위에 건강 조심하고..특히 외이도염으로 고생하지 않기를 바래. 제이가
Offbeat
걱정해줘서 고마워. 제이. 나도 귀를 만지는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어. 다만 그게 쉽지 않네. 더하는 것 보다 덜어내는 일이 더 어려운 것 같아. 나도 내가 늘 부족하다는 걸 잘 알거든. 나도 좀 더 편하게 마음 먹어보도록 노력할게! 제이도 건강조심하길. From 애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