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제이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그대로 두는 것

2025.06.27 | 조회 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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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 가는 길은 지루하니까, 약간 어긋난 박자로 걷습니다.

안녕, 제이.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이네. 그래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제이는 어때?

장마철에 제이의 몸과 마음이 평안했으면 좋겠다.

 

며칠 전, 나는 병원에 다녀왔어.

혹시 제이에게는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 있어?

내 얘기를 하면 조금 우스울 수도 있는데, 나는 자꾸 귀를 파는 습관이 있어. 그래서 외이도염이 자주 재발하곤 해.

 

3 때였어.

스트레스로 귀를 파는 습관이 생겼고, 피가 날 때까지 후비다가, 시뻘건 귀를 보며 그제야 멈추곤 했어.

돌이켜보면, 피가 나는 귀를 보면서 안도했던 것 같다.

 

그 뒤로 귀가 자주 가려워.

벌써 십 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해.

귀가 간지러워서 잠에서 깨기도 하고,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어도 잠깐뿐이더라고.

 

언젠가 의사가 그랬어.

그건 원래 자꾸 재발해요.”

그 말은 꽤 가볍고 경쾌하게 들렸던 기억이 나.

어떤 사람들은 일주일 만에 다시 병원에 오기도 한다며. 그러면서 덧붙였지.

귀를 만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게 쉬웠다면, 나는 이미 습관을 고쳤겠지.

문제는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도 모르게 손이 귀로 향한다는 거야. 가만히 두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야.

 

여름이 되면 외이도염은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와. 귀에 사는 곰팡이균이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한대. 나는 더위에 눅눅함에 지쳐 있는데, 곰팡이균들은 신이 나서 내 귀를 간지럽히고 있어.

 

귀에 약을 넣으면 마치 물속에 잠긴 듯한 먹먹함이 들어.

제이. 외이도염 약을 본 적 있어?

먹는 약이 아니라, 귀에 몇 방울을 직접 넣는 방식이야. 그리고 몇 분간 기다렸다가 빼내는 식으로 양쪽 귀에 번갈아가며 하게 돼.

나는 오른쪽 귀에 몇 방울을 넣고 먹먹함을 견디다가, 또 왼쪽 귀에 약을 넣고 시간을 헤아리지. 그 먹먹한 시간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

 

이건 어쩌면 인생의 어떤 순간들과 닮아 있다는 걸.

인간관계든, 걱정이든, 혹은 과거의 상처든.

그저 두었으면 자연스럽게 흘러갔을 일들을 우리는 자꾸 건드리다가 더 악화시키곤 하지.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좋겠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우리는 정말 많은 걸 걱정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 그런데 정작 그 걱정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면?

막상 닥치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은 일들이 꽤 많은 것 같아.

 

물이 흐르듯 그대로 흘러갔으면 아무 일도 아니었을 것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붙잡고, 너무 애쓰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애쓰지 않는 지혜를 배우는 중이야. 무언가를 굳이 바꾸지 않고, 그냥 두는 법. 생각보다 그게 더 현명할 수도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어.

 

제이, 제이에게도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이,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순간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애나의 추천 목록

□ 하루 한 번, 고치고 싶은 습관을 의식적으로 그냥 두기

□ 스마트폰 알림을 끄고 조용함 느끼기

 

P.S. 요즘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걸 연습 중이야. 제이도 자신에게 너그러웠으면 좋겠다.

 

Offbeat에서 귀가 가려운, 애나 씀

이 편지는 애나가 제이에게 쓰는 레터입니다. 제이: 이 글을 읽는 모든 당신의 가명 애나: 글쓴이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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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임스의 프로필 이미지

    제임스

    0
    about 2 months 전

    애나, 그런 습관으로 힘들구나. 건강과 불편을 위해 해결할 부분이면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애쓰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은 나도 해보고 싶은 거였어. 가끔 노력은 하지만 습관이 나를 방해하지. 난 내가 완벽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렇게 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좀 편해 ㅋㅋ 더위에 건강 조심하고..특히 외이도염으로 고생하지 않기를 바래. 제이가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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