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애나노트

집에 담긴 얘기와 스무 번째 편지

2025.09.26 | 조회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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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 가는 길은 지루하니까, 약간 어긋난 박자로 걷습니다.

어느덧 가을입니다. 천고마비라는 계절이 왔네요.

말이 살찐다는 데, 요즘은 말을 볼 일이 도통 없으니, 저만 살찌는 게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제가 뉴스레터를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어요.

구독자가 몇 명이든 30호까지는 무조건 발행하자.” 그런 다짐이었죠.

 

그런데 벌써 20호입니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네요.

10호만 더 발행하면 30호인데, 그때까지 계속해야 하는지 이제 슬슬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어떤 구독자와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라요.

“30호가 되면 50호까지 발행하실걸요?”

그 말이요. 그런데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30호가 되면, ‘50호까지 해야지’, 그다음엔 ‘100호까지 해야지’, 이렇게 얼레벌레 굴러갈 것 같아요.

 

제가 뉴스레터를 시작한 건 외적인 동기보다는 내적인 동기였거든요.

매주 뭔가를 꾸준히 하는,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외적으로 내가 구독자를 엄청나게 얻어서, 유명한 사람이 되어야지하는 그런 마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일지도 모르죠.

정말 이상한 포맷의 편지라는 형식으로 뉴스레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일지도요.

1호부터 대뜸 성장에 지친 이야기를 꺼냈고, 고통의 역치와 예민함, 일상의 지루함에 관한 얘기까지 나눴습니다.

 

16호에서 19호까지 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어요.

 

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건 솔직히 뻔한 흐름이었습니다. 이전 주제가 이었으니, 당연히 그 다음은 일 수 밖에요.

 

16호에서는 30롤 휴지를 둘 곳이 없어 엉엉 울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첫 자취방으로 남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요.

 

17호에서는 사람이 떠난 빈집이 폐가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과 집은 서로 기대어 사는 존재라는 생각도 해봤죠.

 

18호에서는 집의 냄새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그 냄새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지문같다는 생각을 했고요.

 

19호에서는 밥솥 속 조왕신 이야기를 했어요.

과학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왠지 모르게 지키게 되는 것들이 집을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또 다시 새로운 주제를 정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제 마음대로 주제를 정했는데요.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요?

 

제가 생각해 본 몇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추상적 관념도 좋지만, 저는 물성이 있는 주제를 다루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골라본 주제는 이렇습니다.

첫 번째, ‘입니다.

오래 입은 옷의 편안한 감촉, 계절마다 하는 옷장 정리, 그리고 이제는 입지 않는 추억이 담긴 옷들에 관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두 번째, ‘입니다.

불은 촛불, 라이터, 횃불, 가스불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요. 게다가 따뜻함과 위험함이라는 양면성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커피입니다.

현대인의 일상에서 커피는 필수품이죠. 여러 관점에서 커피를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딱히 피드백이 없으시다면, 그냥 제 멋대로 주제를 정해서 21호를 보내드릴게요.

전혀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나타날 수도 있으니, 놀라지는 마세요!

 

언제나 금요일에 다시 만나요.

애나드림

이 편지는 애나가 제이에게 쓰는 레터입니다. 제이: 이 글을 읽는 모든 당신의 가명 애나: 글쓴이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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