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애나노트

아파트에도 조왕신은 있을까?

2025.09.19 | 조회 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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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 가는 길은 지루하니까, 약간 어긋난 박자로 걷습니다.

요즘 이사철인지, 아니면 단지 집 근처에 신축 아파트가 생겨서 인지 이삿짐 센터를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거의 하루 걸러 한 번씩은 이삿짐 센터의 커다란 탑차와 마주하게 되는데요.

 

의외로 우리나라에는 이사와 관련된, 정확히는 집과 관련된 미신들이 참 많습니다.

 

손 없는 날이라고 해서 귀신들이 없는 날에 이사해야 한다는 믿음도 있고, (특히 이런 날에는 이삿짐 센터도 추가금을 받습니다), 비 오는 날 이사하면 더 잘 산다는 믿음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믿음이라면 아무래도 밥솥과 관련된 미신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나라 민속 신앙에 조왕신이라는 신이 있는데, 이 신은 부엌을 관장하며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지켜주는 존재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조왕신에 대한 믿음이 밥솥으로 옮겨간 것이죠.

 

제가 자취를 시작할 때, 엄마가 가장 먼저 사준 가전도 바로 밥솥이었습니다. “이런 건 엄마가 사줘야 한다면서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파트처럼 수천 세대가 모여 사는 곳에 그 모든 집마다 조왕신이 있다고 상상해보면, 몇천 위의 신들이 아파트에 와글와글 모여 있는 셈입니다. 그것도 밥솥 안에 말이죠.

조금 우습지만 그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사할 때, 조왕신을 가장 먼저 모시기 위해(가정의 안녕과 평안을 위해) 밥솥을 가장 먼저 집 안에 들이기도 한답니다.

 

또한 밥솥은 고장 날 때까지 절대로 함부로 버리지 않기도 하고요.

혹은 꼭 버려야 한다면, 내솥과 외솥을 분리하여 버린다고 하네요.

이 또한 조왕신에 대한 믿음이 밥솥으로 옮아가서 그런 것일 테지요.

 

얼마 전에 밥솥이 고장 나서 바꿨는데, 다행히도 밥솥 뚜껑이 고장 나서 버린 것이니, 조왕신의 노여움을 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것 말고도 집에 관한 미신들은 무척 많습니다. 문지방을 밟지 않는다거나 (요즘은 문지방이 거의 없죠!), 밤늦게 손톱을 깎지 않는 것, 혹은 베개는 여러 개 쓰지 않는 것 같은 미신들이 있지요.

그 미신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려서부터 들어온 것이라 밤늦게 손톱을 깎으려면, 불편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 엄마가 밤에 손톱 깎지 말라고 했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면서 말이죠.

 

대부분 집에 관한 미신들을 지키려고 하는데요, 하지만 베개만큼은 예외입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른 베개를 사용하거든요.

솜베개와 메밀베개, 편백나무 베개, 높은 베개, 낮은 베개까지 다양하게요.

 

그런데 베개는 여러 개를 쓰면 그중 하나에 귀신이 눕는다는 속설이 있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던 거였지요.

귀신도 편백나무 베개를 좋아할까요?

그건 알 수 없네요.

 

오늘은 집에 관한 믿음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저도 모르게 신이 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고 말았네요.

 

집에 관한 이런 믿음들, 과학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왠지 모르게 지키게 되는 것들이 어쩌면 집을 단순한 공간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편지에서는 그동안 에 관해 나눴던 레터들을 총정리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그리고 20호 소감도 같이 나눠보겠습니다.

 

언제나 금요일에 만나요.

애나드림

이 편지는 애나가 제이에게 쓰는 레터입니다. 제이: 이 글을 읽는 모든 당신의 가명 애나: 글쓴이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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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0
    3 months 전

    “귀신도 편백나무 베개를 좋아할까요? 이 부분에서 웃음이 났습니다 ㅎㅎ 저도 아직 밤에 손톱 깎으려면 어색해져요. 어릴 적부터 들어온 말들이 참 오래 남네요. 제이가”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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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 가는 길은 지루하니까, 약간 어긋난 박자로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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