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7 | "음악이 저를 찾아왔어요"

천용성의 심층 인터뷰 『겉핥기』 #2

2021.05.11 | 조회 1.6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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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천용성의 심층 인터뷰 『겉핥기』

🐮 #2 허정혁, "음악이 저를 찾아왔어요"

장소 : 합정역 인근 카페 ‘커피 폴리 로스터스’ 
일시 : 2021.05.02(일) 16:20 ~ 18:00

허정혁은 2017년 제28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알지 못한 채〉로 동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한 음악가다. 2019년, 동갑내기 친구이자 “유재하 동문”인 😺해파와 저자극 포크 듀오 ‘시옷과 바람’을 결성하였고 이듬해 EP 《샘》, 싱글 〈생각 생각 생각〉을 발매하였다. 올 하반기 💿정규 1집 발매를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

허정혁 - 알지 못한 채

네 시에 만나기로 했다. 먼저 도착해 음료를 주문했다. 테라스에 앉았다. 카페 안에 사람이 많았다. 2층은 노래가 나와 시끄러웠다. 양달에 앉았다가 등이 따가워 응달로 옮겼다. 카페 앞 주차장에 자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누가 대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하던 중에 🚗차가 들어왔다. “뺏겼다 자리 ㅠㅠ“ 카톡을 보내고 고개를 들었는데 정혁 씨가 내렸다. 아버지와 차를 바꿨다고.

정혁   뭐 시켰어요? 되게 맛있어 보인다.
🐮용성   이게, 자몽이었나, 오렌지였나.
정혁   색깔은 오렌지인데.
🐮용성   오렌지*인가보다. 저기 시그니처 메뉴라고 쓰여 있어서. (*편집자 주 : ‘오렌지 피나콜라다’ 였습니다.) 
정혁   날씨가 진짜 좋다. 저번에도 😺해파랑 여기, 공연 전에 왔었거든요. 요 자리에 앉아서 막바지 연습을. 무슨 공연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약속장소는 정혁 씨가 골랐다. 커피 애호가를 만나는데 아무 카페나 가면 실례일 것 같아서 선택을 위임했다. 그렇지만 정혁 씨는 과일 주스를 골랐다. 패션후르츠가 들어 있는 음료였다. 지난번 인터뷰 때 😺해파 씨도 패션후르츠가 든 음료를 먹었었다. 닮아서 팀이 된 걸까, 팀이라서 닮는 것일까. 별 의미가 없는 궁금증이다.

🐮용성   (웃음) 왜 커피를 안 먹고? 여기 커피 맛있어요?
정혁   괜찮은 것 같아요. 라떼류가 맛있는 것 같아요.
🐮용성   커피 탐방 같은 것도 합니까?
정혁   예전에는 좀 했었는데 요새는 기력이 없어서. 일하면서 먹는 게 전부예요. 
🐮용성   근데, 스페셜티 커피가 뭐예요? 
정혁   협회 같은 게 있어요. 거기서 커퍼Cupper들이 커피 등급을 매기는데 종합 점수 85점 이상인 원두를 스페셜티라고 불러요. 근데 요새는 스페셜티 커피를 판다고 해놓고 편법을 쓰는 곳도 있어요. 되게 비싼 커피, 예를 들어서 파나마 게이샤Panama Geisha 이런 거를 5% 정도만 섞어 놓고 파나마 게이샤라고 파는 경우도 있죠. 스페셜티라고 하는데 1,500원 이러면 100% 편법이다.
🐮용성   그러면 본인이 일하는 카페는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합니까?
정혁   그렇습니다. (웃음)
🐮용성   100%?
정혁  

정혁 씨는 ‘혼디 커피’라는 카페에서 일한다. 방이동점과 개포동점, 두 곳에 번갈아 가며 출근한다. 보통 수요일에는 방이동점에서, 토·일요일에는 개포동점에서 커피를 만든다. 방이동점은 12시부터 19시까지, 개포동점은 9시부터 19시까지 영업한다.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아인슈페너. 직접 로스팅한 원두도 판매한다.

🐮용성   좀 멍청한 질문이긴 한데, 🐡생선은 큰 게 맛있다잖아요. 그런 것처럼 커피도 큰 게 맛있다든가, 그런 게 있습니까.
정혁   품종에 따라 맛이 다르긴 해요. 근데 커피 열매가 커피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해서 알맹이 크기나, 그런 것만으로는 좋다, 나쁘다, 말하기가 어려워요.  
🐮용성   그럼 멍청한 질문 하는 김에, 쌀도 햅쌀이 있고 묵은쌀이 있잖아요. 근데 커피도 묵을 것 아닙니까.
정혁   맞아요. 그래서 프랜차이즈 같이 큰 규모로 유통을 하는 그런데는 막 몇 개월씩 지난, 이미 묵을 대로 묵은 원두를 쓰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개인 카페 중에서도 산지에서 직수입하는 업체들이 있거든요. 그런 곳에선 뉴 크롭New Crop이라고 해서, 수확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커피들을 사용하고 그래요. 그리고 볶고 난 다음이 또 중요한데, 볶고 나서 3일에서 7일 사이가 제일 맛있다고 해요. 볶은 첫날은 풋내 같은 게 좀 있고. 아무리 늦어도 볶고 나서 📆한 달 내로 먹어야 하고.
🐮용성   제가 커피를 잘 몰라서 할 수 있는 질문이 이렇게 한심한 것들 밖에. 제가 그때 얘기 안 했나요?
정혁   짜장면?
🐮용성   아니, 그거 말고, 근데 짜장면 냄새 맡았다면서요!
정혁   (웃음)저 맡았어요. 그 후로 그 생각을 자꾸 하니까 괜히 더 나는 것 같고.

2020년 여름. 경희궁 근처에 있는 카페 커피스트에서 시옷과 바람을 만났다. 룰루랄라 사장님(a.k.a ‘라장’ or ‘룰장’)이 만드는 *깻잎 냉모밀을 먹고 인디 렙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진 토닉, 냉모밀, 커피(콜롬비아 산타로사 수프리모)와 🍰레몬케익이 코스로 나왔다. 커피에서 짜장면 냄새가 난다고 말했더니 둘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평생 커피에서 짜장면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다며. (*편집자 주 : 깻잎 냉모밀은 ‘김씨네 붴’에서 맛 보실 수 있습니다.)

🐮용성   스승님한테 한번 여쭤보세요. “혹시 짜장면 냄새 맡으신 적 있으시냐고”
정혁   (웃음) 차마 못 물어보겠어.
🐮용성   아무튼 짜장면 아니고 저는 실용적으로 커피를 ‘오늘 자지 말아야겠다’ 이러고 먹거나 아니면 맛과 상관없이 고독을 즐기기 위해서.
정혁   (웃음) 여유
🐮용성   그런 느낌으로 먹는 거지 맛은 잘 모르니까. 근데 제가 옛날에 커피 열심히 먹는 친구한테 “야, 커피 그거, 콩 태운 다음에 물에 헹궈서 먹는 거 아니냐”
정혁   (웃음) 쌀뜨물로 세수하듯이.
🐮용성   맞아. 쌀뜨물이랑 비슷하잖아요. 아무튼 그렇게 말했더니 친구가 기겁하더라고요. 저는 그 정도 수준입니다.
정혁   존중합니다. 커피는 기호식품이니까 그냥 각자 취향에 맞게. 헹군 물 (웃음)
🐮용성   숭늉이랑 비슷하다. 쌀 태운 다음에 물에.
정혁   (웃음)

(중략)

🐮용성   커피 얘기 계속할까요.
정혁   이러다가 뭇매 맞는 것 아니야?
🐮용성   (웃음) 커피 아는 척한다고? 바리스타 자격증 있습니까. 😺해파 씨는 프로툴 자격증이 있다고 자랑*했는데 (*편집자 주 : 실제로는 자랑하지 않았다)
정혁   없어요. 저는 약간 도제식으로 수 개월 동안 수련하고 물줄기 잡고 그런 식으로 배웠어요. 스승이 있고, 스승의 스승이 있고. 대代가 있어요.
🐮용성   그냥 일하는 게 아니었구나. 저는 그렇게 정식으로 배워서 하고 그런 건 줄 몰랐어요. 누가 폴바셋에서 일한다고 어디 가서 폴바셋 제자라고 하고 다니지는 않잖아요. 근데 정혁 씨는 이렇게, 스승과 제자.
정혁   그렇죠. 근데, 그냥 봤을 때는 뭐, 알바죠. 조금 더 자부심이 있기는 하지만.
🐮용성   커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거예요?
정혁   사장님을 원래부터 알았어요. 벌이로 뭘 할까 고민하던 차에 권유해주셔서. 그전까지는 커피를 안 마셨거든요.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용성   (웃음) 뭐야. 
정혁   (웃음) 왜요. 경력으로 따집니까.
🐮용성   경력 얼마나 된 거예요, 그럼.
정혁   만 2년 좀 넘었어요.
🐮용성   그전에는 커피를 아예 안 마신 거예요?
정혁   그쵸. 뭐, 한 입, 두 입 이런 정도는 먹었지만 제가 시켜서 먹는 일은 없었어요.
🐮용성   카페 가면 뭐 먹었어요, 그럼.
정혁   (웃음) 자몽에이드. 단 거. 차 이런 거.
🐮용성   왠지 속은 느낌이 든다. 그때는 본인도 콩 태운 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아닙니까.
정혁   저는 커피에 대한 판단 자체가 없었어요. 어릴 때 커피를 안 주잖아요, 어른들이. 그게  쭉 지속된 거예요. 딱히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주변에서 마시니까 나도 먹어봐야지’ 이러지도 않았고. 아무튼 그렇게 쭉 지나가다가.
🐮용성   먹지도 않고 관심도 없고? 신기하다.
정혁   네, 그렇게 하다 커피를, 어쩌다 하게 됐죠. 그래서 잘 몰라요.
🐮용성   진짜, 뜬금없이 하게 된 거네요.
정혁   그쵸.

지각의 아이콘
지각의 아이콘

교회를 다니고 있다. 천 명 이상이 모이는 큰 교회를 ― 목사님 뒤에 커다란 L.E.D 스크린이 있는 ― 어린 시절부터 성인까지 다녔다. 지금은 작은 교회를 다닌다. 대형 교회가 가지는 한계와 상식이 뒤바뀐 모습에 염증과 회의를 느꼈다. 권위를 가질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의 권위적인 모습이 보기 싫었다.

정혁   어떻게 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이런 데서 힘 빼느니 그냥 작은 데로 가고 싶다’ 그래서 교회를 옮겼어요. 근데 언제부턴가 종교인? 신앙인? 이라고 하기가 조금 민망해요.
🐮용성   왜? 믿음이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정혁   믿음은 있는데, 뭐랄까. 괴리가 너무 크달까. 지향점 같은 것이 흐리멍텅해진 느낌도 있어요.
🐮용성   며칠 전에 푸하 씨가 명재 씨*네 집에 놀러 갔다 왔대요. 근데 푸하 씨 말로는, (웃음) 명재 씨가 자기를 만나고 좀 흔들렸다고, 종교적으로. (*편집자 주 : 밴드 싱잉앤츠의 멤버, 인디 음악 전문방송 ‘랏밴뮤’의 국장을 맡고 있다) 
정혁   물어봐야겠다.
🐮용성   그리고 제가 푸하 씨한테 얘기해놓았어요. 정혁 씨가 보고 싶어 하니까 조만간 보자고.
정혁   그랬더니 뭐래요?
🐮용성   알겠다 했는데.
정혁   제 존재를 알아요?
🐮용성   아는 것 같던데. 아는 척 한 걸까. “어? 허정혁이 누구예요?” 이러면 민망해질까 봐. (웃음) 그래도 알지 않을까.

(중략) 

🐮용성   🎸기타는 교회에서 배웠어요?
정혁   🎸기타를 처음 접한 곳은 교회였는데, 교회에서 배우지는 않았고 독학했어요. 처음에는 찬양을 많이 쳤어요. 코드표 보고 외워 가지고. 쉬운 노래들이 많잖아요. 그런 걸로 처음에 연습하다가.
🐮용성   근데 왜 독학을 했어요? 교회에는 🎸기타 치는 사람들 엄청 많잖아요.
정혁   저는, 뭐랄까. 숫기도 없었고. 제가 원하는 걸 말하는 데 서툴렀어요. 배우려는 자세는 있는데 누구한테 가르쳐 달라는 말은 못 하는. 그래서 혼자 방구석에서 한 거죠. 그리고 또  이상한 심보가 있어 가지고.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되는데 머릿속에서 뭔가를 많이 생각하고, 이것저것 많이 재요. 그러다가 말할 타이밍을 놓친다거나, “아이, 그냥 내가 알아서 해보자” 약간 그런. 그래서 그렇게 됐어요.
🐮용성   그래서 어릴 때 뭐 쳤어요. 실로암 쳤어요?
정혁   (웃음) 실로암은 나중에 알았어요. 제목을 말하라는 거예요?
🐮용성   네, 제목을 말해줘요.
정혁   〈내 갈급함〉
🐮용성   불러줘요.
정혁   (웃음) 아니.
🐮용성   또
정혁   이런 거 얘기할 줄 몰랐어요. 어, 저 🐤새 되게 이쁘다.
🐮용성   어? 사진 찍어서 유동 씨한테 물어봐야지. 그래서 무슨 노래. 
정혁   〈내가 주인 삼은〉
🐮용성   어? 🐤새가 🍎사과 먹는다.
정혁   어? 대박.
🐮용성   되게 깊이 파먹는다.
정혁   저렇게 먹는 거 보니까 괜히 좋네.

새사람이 댓글로 이름을 알려줄 거예요.
새사람이 댓글로 이름을 알려줄 거예요.

🐮용성   노래는 어떻게 만들게 됐어요?
정혁   스물한 살 때 제가 어쩌다가, 메이저 세븐 코드를 알게 된 거예요.
🐮용성   (웃음)
정혁   “손가락 하나만 옮겼는데 이렇게 따뜻한 소리가 난다고?” “이렇게 세련돼진다고?” 하면서. 아무튼 그즈음에, 저도 모르게 노래를 만들었어요. 노래가 저를 찾아왔어요. (웃음) 이거는 일부러 한 거고.
🐮용성   제목으로 해야겠다.
정혁   (웃음) 아, 하지 마요. 아무튼 제가 토로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어떻게 하다가, 제가 그거를 막 글로 쓰면서 노래를 만들었더라고요. 작사·작곡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만들고 나서도 막 벙벙한 거죠. “이게 뭐지? 내가 노래를 만들었네?” 친한 사람 둘한테 들려줬는데 반응이 좋아서 그때부터 노래를 만들고 🎸기타 치는데 좀 더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 즈음부터 아주 점진적으로, 아주 천천히.
🐮용성   어릴 때는 메이저 세븐 모르니까 그냥 Cmaj7이면 그냥 C로 치잖아요. Sus4, 6, add9 이런 거 다 무시하고 그냥 앞에 것만 치잖아요, 메이저랑 마이너만 구분해서.
정혁   그쵸, 그쵸. 맞아, 맞아.
🐮용성   그러다 어느 날 딱 치면, 정말 좋지.
정혁   맞아, 맞아.
🐮용성   지금은 코드를 조금 알고 칩니까.
정혁   저 진짜 몰라요.
🐮용성   그냥 하나씩 옮겨보면서 치는 거예요?
정혁   그렇죠. 아니면은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영상 보면서 코드 폼 외우기도 하고, 손가락이 눌리는 대로 치기도 하고. “오, 이렇게 소리가 어울리네?” 그러면 그거를 익혀 놓고 기억해두었다가 다른 거 할 때, “어, 여기서 쓰니까 괜찮은 것 같아”하고. 근데 무슨 코드인지 몰라요. “카포 끼고 네 번째부터 잡으면 돼” 이런 식으로 기억하고 있고. (웃음) 
🐮용성   🐤새 똥 쌌다. 똥 싸고 튀었다.
정혁   (웃음) 아니 그걸. 어디다 쌌어요?
🐮용성   저기 실외기 바로 옆*에다가. (*편집자 주 : 사과를 먹던 바로 그 자리)
정혁   먹고 싸고 가는구나.

처음 만든 노래의 제목은 〈여전히〉. 이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기록해둔 것도 없다. 녹음할 생각은 하지 못했고, 악보는 그릴 줄 몰랐다. 첫 소절 가사는 기억난다. “여전히 들리는 기다림”. 나쁘지 않은 곡이었지만 지금 부르기에는 왠지 부끄럽다. 스스로의 노래에 애정을 잘 주지 못하는 편이다.

🐮용성   여태까지 썼던 곡 중에 어떤 노래에 제일 정이 가요? 시옷과 바람 것도 다 합쳐서.
정혁   다 합쳐서? 어렵다. 저는 뭔가 이렇게 택일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용성   (웃음) 🍞빵 먹어야겠다. 생각해보세요. 여유를 갖고. 🍞빵 먹고 싶은 것 있어요?
정혁   아뇨, 괜찮습니다.
🐮용성   저녁 먹고 싶은 건 있어요?
정혁   (한숨) 아, 생각나는 게 없어요. 태국음식? 
🐮용성   태국음식?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억지로 막 정하진 말고.

🍞빵을 사왔다. 레밍턴이라는 이름의 🍞빵. 오예스 두 개를 겹쳐놓은 맛이었다. 오예스가 의외로 잘 만든 🍞빵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혁 씨가 레밍턴이라는 이름의 총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있었어요, 이렇게 쏘는 거” 펌프 액션 샷건 쏘는 시늉을 했다.

🐮용성   생각해봤습니까.
정혁   생각을 해봤는데, 메모장도 뒤져 보고. 근데 이걸 고르자니 저게 좋고.
🐮용성   그럼 TOP3를 정해 보자. TOP5도 괜찮고.
정혁   아이, 어렵네. 일단, 처음에 생각난 거는, 처음 생각났다고 제일 좋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가을 언덕〉이라는 노래고. 또 〈누군가의 노래〉라는 노래도 있어요. 그 정도로 하겠습니다.
🐮용성   ‘그 정도로 하겠습니다’가 뭐예요. 내가 되게 막 그런 것 시킨 것처럼.
정혁   아이, 고르기가 너무 어려워서.
🐮용성   〈누군가의 노래〉는 어떻게 시작해요, 첫 소절.
정혁   어느 날 방 안에 앉아
🐮용성   〈가을 언덕〉은?
정혁   언덕 위에 홀로
🐮용성   (웃음)
정혁   (웃음)
🐮용성   다 혼자 있네요, 일단. 아까 “여전히 들리는 기다림”도.
정혁   맞아요. 제 노래가 약간, 자전적인, 자기 고백적인 그런 게 많은 것 같아요.
🐮용성  〈알지 못한 채〉*는 순위 밖입니까. (*편집자 주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곡)
정혁   고마운 곡이죠.
🐮용성   고마운데 왜 순위는. 나쁜 사람이네요. 
정혁   TOP3에 넣겠습니다.
🐮용성   그런 것 아닙니까. 누가 고백했는데, “용성아, 넌 참 착한 사람이야.” 
정혁   (웃음)
🐮용성   “용성아 넌 참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다른 사람 만나.” 고마운 곡이지만 TOP3에는.

〈알지 못한 채〉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지원할 즈음에 썼다. 대회 지원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은 아니다. 📱아이폰에 녹음해서 제출했다. 당시에는 녹음에 필요한 장비를 다룰 줄 몰랐다. 수상 전년도인 2016년에는 좀 더 신경 써서 만든 음원을 제출했었는데 오히려 떨어졌었다. 유재하 💿음반은 대회가 끝나고 약 1년 뒤에 발매되었다. 수상 후 활동을 하는 과정에 음원과 💿음반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었다.

🐮용성   수상하고 앨범 찍을 때 유재하 선배들이 도와줘요? 예를 들어서, “정혁아 이 노래는 🥁드럼이 있으면 좋지 않겠니?” 이러면서 편곡에 참여한다거나.
정혁   본선에서 했던 것 그대로 음원으로 만들 거냐 아니면 편곡을 할 거냐, 그런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어요. 매회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저희는 그대로 하기로 했었어요. 그때 동문회장이 스윗소로우의 김영우 씨였는데 간식거리 사서 응원 오시고.
🐮용성   그 분이 우리 재주소년* 선생님보다 선배예요? (*편집자 주 : 재주소년 선생님은 훌륭한 분이십니다.)
정혁   아이, 모르겠네.
🐮용성   (웃음) 망했구만 유재하. 선배 기수도 모르고. 기강이 무너졌다.
정혁   (웃음) 그런 개념이 아니에요, 유재하는. 그렇게 치면 제가 😺해파를. 
🐮용성   (웃음) 공연 끝나고 “야, 니가 거기서 그렇게 부르면 내가 안 돋보이잖아” 이러면서 뒤에 가서 혼내고, 막.

천용성과 허정혁은 2019년 있었던 제 1회 오픈레코드*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허정혁은 데모가 수록된 💿음반을 팔았다. 💿음반에는 아무 제목이 없었다. 초점이 잡히지 않은 나무 사진 위에 “DEMO ALBUM””ONE TAKE RECORDING””허정혁” 글자 세 줄만 적혀 있었다. 총 다섯 곡이 수록 되어 있다. 〈창가에 앉아〉〈누군가의 노래〉〈어디론가〉〈사소한 바램〉〈꿈꿀 수 있다면〉

제1회 오픈레코드. 허정혁과 천용성이 처음 만난 날.
제1회 오픈레코드. 허정혁과 천용성이 처음 만난 날.

🐮용성   우리 처음 만났을 때 팔았던 데모 앨범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거였어요?
정혁   율범* 씨가 바 잠깐 했었잖아요. 세달. 거기서 공연을 했었는데, 공연 끝나고 율범씨가 오픈레코드에 앨범 만들어서 팔아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유재하 💿음반 나온 후에도 계속,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뭘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막막했거든요. 근데 그  제안을 계기 삼아서 “한번, 해보자” 하고 급하게 만들었어요. 1주일 걸렸나. 레코드 버튼 누르는 것 정도만 딱 아는 수준에서 만든 거예요. 혼자서 집에서 뚝딱뚝딱. 아니 뚝딱뚝딱이 아니다. 허겁지겁? 튠이나 에디팅 이런 것 할 줄 모르니까 무조건 원테이크로. (*편집자 주 : 공연기획자. 오픈레코드를 주최한 튜나레이블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용성   데모 앨범에 있는 곡 중에 1집에 실릴 곡이 있어요? 
정혁   〈창가에 앉아〉, 〈누군가의 노래〉, 〈어디론가〉.
🐮용성   아까 꼽았던 〈가을 언덕〉은요?
정혁   아직 고민 중이에요.
🐮용성   앨범 빨리 만드세요. 시간은 가고 있다. 1주일에 데모 하나씩 만들기로 약속 했잖아요. 근데 지금 하나도 안 했죠?
정혁   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용성 님의 기대의 부응하기 위해.
🐮용성   빨리 만드세요. 나만 괴로운 건 싫어. 1집 계획이랄까, 목표 같은 것은요?
정혁   일단 올해가 넘어가기 전에 나왔으면 좋겠고요. 저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에요. 대부분 저의 연약함에 대한 내용인데. 개인적으로는 그것들을 좀 풀어놓고, 해소하는 데 의미가 있고. 그리고 그 노래들이 저와 비슷한 처지나 상태에 놓여있는 분들의 마음에 가서 닿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세달 공연 포스터.
세달 공연 포스터.

🐮용성   작년에 포커스*가 있었잖아요. 결과적으로는 흥행에 실패해서 ‘안 나가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드는 방송이었지만. 시작 전에는 방송이 어떻게 될지 몰랐으니까, 나갈까 말까 고민 많이 했었잖아요. 안 나가기로 했던 이유는 뭐였어요? 유재하도 생각해보면 경연이잖아요. 좀 더 음악적이기는 하지만. (*편집자 주 : 'Folk-Us' 엠넷에서 기획한 포크 오디션 프로그램)
정혁   그전에 저 혼자서 음악 할 때도 주변의 친구들이 “오디션 프로 나가봐” 이랬었거든요. 근데 일단 경쟁하는 걸 싫어하고. 그리고 아직 그런 데에 나갈 역량이 안 된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시옷과 바람으로 제안받았을 때는 “어, 이거 한번 해볼까?” 이런 생각도 들었었어요.
🐮용성   그래요? 신기하다.
정혁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표현은 별로지만, 음악만으로 승부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만으로는 음악가 생활을 지속하기가 어렵다. 시옷과 바람으로 나가서 높이 올라가지는 못하더라도 노출이라도 조금 되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근데,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안 나가길 잘했다.
🐮용성   맞아요. 안 나가길 잘했어. 그래도 저는 만약에 😺문근영, 🐮천용성, 허정혁 셋이 각각 나가면은 허정혁이 제일 잘할 것 같다고 내심 생각했어요. 제일 높은 데까지 올라갈 만하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전에 랏밴뮤에서 유재하보다 김광석이 좋다고 했잖아요.
정혁   (웃음) 맞아요.
🐮용성   그럼 김광석 음악경연대회 있으면 김광석 음악경연대회에 나갔을까?  
정혁   그런 대회가 실제로 있더라고요. 근데 왠지 거기보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더 끌렸어요.
🐮용성   유재하가 좀 더 도회적인 느낌이 있죠. 김광석은 좀 촌스럽달까. 근데 그게 김광석의 문제라기보다는, 김광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좀 문제다.
정혁   (웃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용성   물론 안 그런 분이 더 많겠지만, 저 어릴 때 선배나 친구 중에 김광석 좋다고 열심히 부르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항상 하나 같이 멋이 좀 없는 애들이었어. 세련되지 못한.
정혁   (웃음) 뭔지 알 것 같아. 소리 높여 부르기를 좋아하는 그런.
🐮용성   맨날 소주 먹고 그런. 아무튼, 허정혁은 김광석이 더 좋다. 
정혁   근데 또 지금 생각해보니까 유재하가 더 좋은 것 같다. 
🐮용성   아니 이런 얘기 들었다고 또 바꾸고. 
정혁   그러니까. (발끈) 아니, 근데, 바꿀 수 있지 않아요? 
🐮용성   김광석이 🎸기타를 쳐서 좋다면서요. 본인도 🎸기타 플레이어니까.  
정혁   저는 택일하는 게 어려워요. 아무튼.  

유재하 최고의 아웃풋. 이의 제기는 안 받습니다.
유재하 최고의 아웃풋. 이의 제기는 안 받습니다.

TV에서 하는 경연대회가 마뜩잖은 것은, 롤모델을 제시해주지 못해서 아닐까. 경연 대회 출신 가수들이 수두룩 하지만, 그중 존경할 만한 음악가로 성장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돈이 있다는 점에선 부럽지만, 돈만 있다는 점에서는 별로 부럽지 않다. 물론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용성   이제 사랑과 연애를 이야기해 주세요. 😺해파 씨 인터뷰한 거 봤죠? 연애 얘기를 구구절절* 했습니다. 이번엔 정혁 씨 차례예요. 근데 그거 하기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이거는 싣지는 않을 거예요. (*편집자 주 : 사실 구구절절 하지 않았다.)

(중략)

🐮용성   그럼 이제, 💕첫사랑 이야기해 줘요.
정혁   얘기할 게 딱히 없는데. 그냥 무리 지어 놀던 친구 중의 하나 였거든요. 한 살 누나.
🐮용성   그게 첫사랑이에요, 첫 연애예요?
정혁   첫사랑. 첫 연애는 6학년 2학기 때, 제가 전학을 갔어요. 축구를 하려고 축구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전학을 가니까 이목을 끄는 거야. 그전에는 연애하고 이런 거에 관심이 없었는데 그때 이성에 눈을 떴죠. 대시를 몇 번 받았어요. 요리 시간에 컵볶이를 만들어서 “너 하나 먹을래?”하고 준다거나. 그러다가 같은 허 씨를 사귀었어요. 빼빼로도 받고. 
🐮용성   본관도 같았습니까.
정혁   (웃음)그때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았어요. 
🐮용성   “너 본관 뭐야?” 물어봤어야지. 아니, 어릴 때 오히려 그런 얘기를 한단 말이에요. 어릴 때는 되게 쉽게, 자기들이 결혼할 거라고 생각해. (웃음) 그래서, 대시 해온 친구가 여럿 있었는데. 여럿? 정확히 몇 명이었습니까. 구체적으로 얘기해줘요.
정혁   (웃음) 한, 두어 명? 두어 명이 뭐야.
🐮용성   컵볶이 친구와 만났습니까.
정혁   다른 친구랑.
🐮용성   그 친구는 어떻게 애정을 표현을 했습니까.
정혁   그 친구랑 단짝인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가 대신 “야, 쟤가 너 좋아해” 이런 식으로 전해주고. 둘이 가까이 있을 이렇게 막 밀어서 닿게 하고. (웃음)그런 식으로 막 하고 그랬죠.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문방구에서 뭐 사주는 게임 같은 것도 하고.
🐮용성   얼마나 사귀었어요? 
정혁   백 일도 못 갔을 거예요. 커서도 연락하고 그랬었는데, 한 스무 살까지 연락을 했었는데, 
🐮용성   그럼 첫 사랑은 그것보다 전입니까? 
정혁   아뇨, 아뇨.
🐮용성   그럼 첫 연애는 사랑이 아니었던 거네요. 힝, 슬프다. 내 마음이 다 아파.
정혁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용성   그럼 이제 첫사랑 얘기를.
정혁   저 열여덟 때, 같이 놀던 누나한테 문자가 왔어요. “얌” 이렇게. 폴더폰 쓰고 문자보내던 시절이었는데.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만나다가 사귀게 됐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좋아져 가지고. 근데 사귀다가 권태가 왔나. 
🐮용성   푸흡 
정혁   (웃음) 그러니까 그 시절에, 뭔가, 제 딴에는 권태가 온 거예요. 어느 날, 여자친구가 말할 게 있대요. 같이 중랑천 걷고 있는데 헤어지자고 말하더라고요. 근데 여자친구는 제가 붙잡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제가 붙잡지를 않고,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그날 집에 가서 펑펑 울고😭
🐮용성   그 후에 다시 만난다거나 그런 건
정혁   그분이 결혼을 했어요. 한 삼사 년 있다가. 저랑 헤어지고 다음에 사귄 사람이랑.
🐮용성   결혼식 갔어요? 
정혁   (잠시 머뭇거린다) *갔어요. (*편집자 주 : 그냥 한번 물어본 건데 진짜 갔을 줄은)
🐮용성   (웃음) 아, 뭐야.
정혁   그다음 남자친구도 저랑 친한. 아까 제가 노래 들려줬다고 했던 그 친한 사람 중에 한 명인 거예요.
🐮용성   (웃음) 뭐야. 개판이야.
정혁   (웃음) 개판이죠, 개판. 아이, 되게 부끄럽고 민망하네.
🐮용성   그럼, “여전히 들리는 기다림은” 그 누나를 기다리며 
정혁   아뇨. 아닙니다. 연애랑 상관없는 이야기예요.

축구부 활동은 6학년 2학기에만 했다. 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고자 했으나 집안의 반대로 일반 학교로 진학하였다. 포지션은 미드필더. 당시 선망하던 축구선수는 지단과 호나우지뉴. 좋아하는 팀은 호나우지뉴가 있을 당시의 F.C 바르셀로나. 요즘엔 축구를 잘 보지 않는다. 친구들과 풋살은 종종 한다.

손에는 공. 가슴엔 시드 비셔스.
손에는 공. 가슴엔 시드 비셔스.

🐮용성   스물한 살 때 얼떨결에 곡을 썼던 정혁이가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과정을 이야기해 주세요.
정혁   그냥 노래를 처음 만들게 되면서, 그전에는 몰랐던 싱어송라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전에는 그런 게 있는 줄 몰랐어요. 작사·작곡 개념도 없없고. 싱어송라이터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어요. 근데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서 공연도 보러 다니고. 최애 아티스트는 따로 없었고 시간 되는대로 봤어요. 제가 스물한 살부터 군휴학을 합쳐서 4년을 휴학했어요. 그리고 휴학 마치고 3년 내리 학교를 다녔는데 스물 한 살부터 졸업할 때까지 계속 주저한 거예요. 노래를 할까, 말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되도 않는 고민이고, 어떻게 보면 고민이라고 할 것도 없는 그런 건데. 겁을 먹었던 거죠. 그러다가 16년도, 대학교 3학년 때 유재하를 나갔었는데 1차에서 바로 떨어지고. 4학년이 되었을 때 또 나갔죠. 그때까지만 해도 학생 자격이 있어야 지원이 되었거든요. 마지막이니까 나가보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한번 더 나간 거죠. 근데 운이 좋게 입상을 했어요. 유재하 입상을 하니까 ‘남들 앞에서 노래 해도 되겠구나’ 하는 확인, 허락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어요. 사실 뭐, 허락을 받고 말고 할 것도 없는 거지만. 아무튼 유재하 입상이 계기가 되었고, 그때부터 공연도 시작하고.
🐮용성   그럼 본인의 데뷔는 유재하 가요제로 잡아요?
정혁   네, 저는 그렇게 잡아요. 그리고 공연 보러 다닐 때, 싱잉앤츠 공연도 보러 가고 그랬었어요. 제 주변에 음악하던 사람 중 하나가 명재 형이었어요. 명재 형은 대학교 연합동아리에서 만났어요. 저는 동아리원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거기서. 이건 조금 건방진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제가 누굴 멋지다 생각하는 커트라인이 되게 높거든요? 그걸 넘는 사람이 잘 없는데, 그걸 넘는 사람 중 하나가 명재 형이었어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어찌저찌해서 명재 형이 제가 음악을 한다는 걸 알게 되고, 제안을 해서 랏밴뮤에 출연해서 자작곡도 부르고 그랬어요.
🐮용성   유재하 전이지 않습니까?
정혁   전이죠.
🐮용성   그러면 데뷔가 랏밴뮤네요!
정혁   아, 그렇게는 하기 싫은데. 비공식 데뷔라고 하자. 명재 형도 그때 제 음악을 처음 들은 거였어요. 그러다가 싱잉앤츠 2집 나올 때 코러스를 부탁하길래 흔쾌히 승낙했죠. 그때 같이 작업하고. 싱잉앤츠가 네 분인데 한 분이 바빠 가지고 활동을 잘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분 대신해서 같이 활동도 하고 했었어요. 
🐮용성   그럼 싱잉앤츠 객원멤버였네요?
정혁   (웃음)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은 없지만, 객원으로 활동을 했죠. 그리고 명재 형이랑 둘이서 다니는 공연도 자주 하고 그러면서 가깝게 지냈죠.
🐮용성   명재 씨 멋있죠.
정혁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용성   저는 명재 씨를 보면 만지고 싶더라고요. 그런 기분 처음이야.
정혁   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알 것도 같아요, 왠지.
🐮용성   유재하 입상하고 나서 활동 시작할 때 공연은 주로 어디서 했어요? 언플?
정혁   🍞빵에서도 하고. 언플이랑 네스트나다 이런 곳들. 오픈 마이크도 하고. 또 어디였더라. 신촌 쪽에 있는 작은 공연장에서도 했었어요. 메일 보내서, 공연 신청 같은 것도 하고. 중간 중간 섭외되어서 한 것도 있었고.
🐮용성   음악을 안 하면은 어떤 것을 하려고 했어요?
정혁   막연하게 생각만 한 거지만, 제가 애들을 좋아하고 아이들한테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어린이집 교사라든지, 아이들 관련한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또 한편으로는 상담. 상담 쪽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용성   아이들 가르치는 건 정말 잘했을 것 같다. 근데 상담은, 들어주는 건 잘할 것 같은데, 방향 제시 이런 건 잘 못 했을 것 같아요. “내가 뭐라고” 이러면서 막 망설였을 것 같아.
정혁   맞아, 그럴 것 같아요.

김명재와 허정혁 ⓒNOW 제주
김명재와 허정혁 ⓒNOW 제주
싱잉앤츠 - 소문

시옷과 바람의 지난 활동에 대해서는 😺해파와 비슷하게 평가했다. 기력 없는 사람 둘이 모여 결성 1년 안에 앨범을 내고 음원을 냈다. 결과물이 생각보다 좋았다. 대견하다. 뒷심이 부족해 아쉽다. 앨범 제작 이후에 곡 쓰기가 멈췄다. 시옷과 바람으로써 어떤 루틴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용성   시기를 정해서 이때는 곡 쓰고 이때는 쉬고 하는 식으로, 휴업이랑 작업을 번갈아가면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집에서는 음악 하는 것 반대 안 했습니까.
정혁   집에서는 그냥, 하고 싶은 것 해라, 하는 주의예요. 이렇다 할 지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를 하는 것도 아닌. 
🐮용성   형제자매가 있습니까
정혁   일곱 살 위의 누나가 있어요.
🐮용성   누나는 어떻습니까. 본인보다 건전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저는 형이 되게 성실하게 살고 있거든요. 만약에 저희 형이 돈을 못 벌거나 망나니처럼 살거나 그랬으면, 둘 중 하나는 어쨌든 멀쩡하게 살아야 하니까, 제가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착실하게 살아야 했을 수도 있는데 저희 형이 되게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서 건실하게 살고 있어서 저는 조금 부담이 덜하죠. 형한테 빚을 지고 있어요. 저희 엄마는 형이 불쌍하다고까지 얘기해요. 너무 어릴 때부터 일을 했다고. 결혼도 일찍 하고. 근데 뭐 불쌍할 것까지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제가 보기엔 형은, 일도 열심히 하지만 🍺술 마시고 노는 것도 열심히 해서 상쇄가 되지 않나. 근데 저는, 일이 없다는 의미에서는 놀지만, 막상 막 뭘 하면서 놀지는 않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괴로움이 막 쌓여 (웃음)
정혁   저는

(중략)

🐮용성   그렇구나. 1집 대박 나자.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프로듀서로 ○○○ 어떻습니까. 경력도 있고. 디렉팅도 잘할 것 같아. 의사소통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리고 또 

(중략)

정혁   아, 진짜 고급정보다.
🐮용성   아직 한 번도 안 만나본 사이지만, 또 만나서 급물살을 타면 금방 할 수 있지 않을까. 🍺술 마시고 그러면서. 아, 근데 정혁 씨는 🍺술을 안 마시잖아요.
정혁   먹습니다, 저.
🐮용성   (웃음) 뭐야, 그럴 때만 먹는구나?
정혁   (웃음) 아니에요. 잘 못 해서 그렇지 먹기는 먹어요. 남들 네다섯 병 마실 때 두 잔이면 족하지만.
🐮용성   아무튼 ○○○ 씨 음악이랑 통하는 게 있을 것 같다.
정혁   저는 ○○○ 씨도 생각했었는데.
🐮용성   ○○○ 씨도 좋은데, 둘 다 지금 모르는 관계잖아요. 근데 편하게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기에는 ○○○이 낫지 않을까? 올해 안에 발매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까. 필요할 때는 필요한 말을 하고, 모질게 말할 때는 모질게 말해야 하는데. 정혁 씨랑 나이 차가 적은 것도 장점일 수도 있고.
정혁   아, 그리고 저 이거 얘기하니까 생각났어요. 저는 1집이 마지막 💿음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용성   저도 그래요. 저도 요새 맨날 은퇴 얘기하고 있어요. 1집이 왜 마지막 💿음반이 될 것 같아요?
정혁   뭐랄까, 음악을 상품화 시켜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되고, 혼자서 그런 것을 해야 하는데, 엄두가 잘, 독립 음악가로서 살 엄두가 잘 안 나요. 너무 막연하고.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고. 근데 또 앨범을 안 내면 너무 미련이 남을 것 같고. 1집을 내고 나면은, 시옷과 바람 《샘》 냈을 때처럼, 반작용이 생겨서 딱 멎을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들고요. 물론 다음 앨범에 이런 걸 실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얘기도 하는데. 아무튼 저한테는 앨범이 되게 크고 무거운 짐처럼, 쉽지가 않게 느껴져요. 이거 하고 나면은 다시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용성   뭔지 알 것 같아요. 이 얘기했었나. 저는 예전에 정밀아 씨 공연 보고나서, 나도 저렇게 잘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2집 때는 잘해보자”하고 2집을 만들기로 결심을 한 거였어요. 근데 이번에 녹음을 하는데, 첫 녹음 끝나고. “아, XX, 3집 내야겠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3집에도 안 될 것 같다’, ‘영영 안 될 것 같다, 이거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럴 바에 차라리.
정혁   근데 또 잘한다는 그 기준이 다 다르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거가 있잖아요.
🐮용성   근데 내 만족이 있어야 되니까. 내가 떳떳하지 못한 게 좀 있어요. 남들이 다 구리다고 해도 사실 자기 확신이 있으면 가는 건데. 내가 내 기준을 충족 못 시키는 그런 게 있어서. 그래서 요새 은퇴도 생각하고. 혼자서는 노래 안 하고 5인조 밴드로만, 일거리 물어와서 세션들 챙겨주는 기쁨이 있으니까, 그런 것만 할까 생각도 하고. 아니면 나도 팀을 해볼까, 그런 생각도 하고.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때려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 많이해요.
정혁   그런 고민을 하신다니까 반갑다고 해야 하나.
🐮용성   내가 고민하는데 뭘 반가워요. 무서운 사람이네.
정혁   뭔가, 좋습니다. 상도 타고 했는데, 그냥 편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까. 저로서는, 그런 고민을 하는 선배가 있다는 게 반가운. 그리고 저 이거는 되게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그런 생각도 해본 적도 있어요. 용성 씨가 작곡한 노래를 받아서 노래해보고 싶다.
🐮용성   내가 뭐 딱히 선배도 아닌데. 저도 그런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쓴 노래 부를까, 하는. 제가 곡 써줄게요.
정혁   좋아요. 기다립니다.
🐮용성   한 30개 들고 가야지. 그중에 하나는 있겠지. 미안해서라도 하나 고르게 해야겠다.
정혁   좋아요, 좋아.

시옷과 바람은 🐮천용성 2집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인터뷰가 발행되는 5월 11일 녹음이 잡혀있다. 🐮천용성 2집 《수몰》의 마지막 녹음이기도 하다. 둘의 참여는, 셋이 처음 만났던 작년 봄부터 정해져 있었다. 성공한 덕후 🐮용성이.

시옷과 바람 쇼케이스 뒷풀이. 우연히 만난 설아 씨와 함께.
시옷과 바람 쇼케이스 뒷풀이. 우연히 만난 설아 씨와 함께.

🐮용성   녹음할 때 어떤 스타일이에요? 《샘》 제작할 때 영상 보면은 😺해파 씨가 노래 맘에 안 든다고 다 지워달라고 하니까 정혁 씨가 “진짜?” 그러는 거 있잖아요. 그거 보면 😺해파 씨는 녹음을 좀 더 엄격하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정혁 씨는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정혁   저는 되게, 엄격한 것 같아요. 예민하게 하고. 오히려 😺해파가 좀, 각을 본다고 해야 하나. 편집이나 보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면 넘어가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힘을 아끼고, 써야 할 때 쓰고. 저는 좀 미련하게.
🐮용성   그게 좋은 거죠. 저 녹음하는 거 얘기해줬어요? 부스에 딱 들어가요. 그러면 한번 쭉 불러보래. 그래서 불렀어. 그랬더니 나오래. 아니, 내가 노래를 아무리 못해도 이거보다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꾸 나오래. 처음에는 안 나가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냥 다 내려놓고, 나오라 그러면 나가요. (웃음) 아무도 나에게 노래를 기대하지 않는다. 정혁 씨는 아직 튠 때가 묻지 않은 것 같네요.
정혁   근데 시옷과 바람 작업하면서 저도 좀 그 맛을 알아버렸어요. 그리고 녹음하면서 너무 지치니까 많이 타협을 했죠. 처음에는 “아자!” 하고 주먹 불끈 쥐고 그런 태세로 했다면 나중에는 그냥 ‘나오기만 해라’ 그런 심정으로. 많은 걸 놓았어요.
🐮용성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죠. 시옷과 바람 녹음할 때는 오래 걸렸어요? 어느 정도 속도로 했어요?
정혁   하루에 한 트랙, 두 트랙 정도. 거의 하루에 한 트랙 정도씩 했던 것 같아요. 하루에 한 프로, 한 트랙.
🐮용성   진짜 천천히, 공들여서 했다.
정혁   아니 저희가, 진짜 체력이 별로라는 거를 그때 다시 실감했어요. 한 트랙만 해도 진이 쭉쭉 빠져 가지고 더 이상 못하겠더라고요.
🐮용성   세네 시간 노래하면 당연히 진 빠지죠. 세네 시간 노래해서 한 트랙 만든 거면 되게 정성스럽게 한 건데. 대단하다. 그래서 잘 나온 것 아닐까.
정혁   그러게요. 진짜, 잘 나온 것 같아요.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용성   제 💿음반 기대하세요. 노래는 다 세 번 안에 끝냈다. 잘해서는 아니다. (웃음) 자꾸 나오래. 아무튼 공들인 보람이 있는 💿음반이다, 시옷과 바람은.
정혁   🐮용성님 덕에 그런 생각도 들어요. 🐮용성님도 음악가잖아요. 음악가여서 더 그런데, 그냥 누군가한테 아낌없는 애정을 받을 수 있구나. 우리가 내는 아웃풋으로. 그런 걸 생각하면 되게 보람 있고. 되게 감개무량해요.
🐮용성   에이, 저는 시옷과 바람을 좋아하는 큰손들에 비하면.

🎸기타는 세대를 갖고 있다. 가장 많이 쓰는 🎸기타는 마틴 HD-16RA. 상판에는 아디론닥 스프루스, 측후판에는 로즈우드가 사용된 모델이다. 지금은 단종되었다. 멕시코 펜더에서 나온 72년형 씬라인 탤레캐스터와 료지 마츠오카 공방에서 제작한 79년식 클래식 🎸기타를 갖고 있다. 맥북 프로 2015년 형을 쓴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베링거Behringer UMC202, 마이크는 스튜디오 프로젝트Studio Projects의 제품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페달보드를 꾸리는데 관심이 많다. 페달보드에는 Radial에서 나온 JDI. 폴리튠 페달형 튜너, MXR에서 나온 EQ. 다이아몬드 컴프레서, TS-808 리이슈 모델, 타임랩 딜레이, 앰비스페이스 리버브, 트라이얼 레릭 버퍼가 놓여있다. 

좌 펜더 우 마틴
좌 펜더 우 마틴
아름다운 페달보드
아름다운 페달보드

지난 화에 이어서 아티스트가 쓰는 장비들을 최대한 상세히 물어보고 있다. 이러한 기록이 일종의 데이터로 쓰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음악가들, 혹은 음악가를 지망하거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악기를 구입하고, 녹음 장비를 구입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점이 되었으면 한다. 시옷과 바람의 《샘》은 비싸지 않은 도구와 장비들로 누구보다 좋은 💿음반을 만든 적절한 예가 아닐까.

😺해파 씨가 왔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고 🍔단편선 씨와 만나 시옷과 바람이 참여할 곡들을 연습하기로 했다.

😺해파   안녕하세요.
🐮용성   저녁 뭐 먹고 싶어요?
😺해파   몰라요. 아무거나
🐮용성   참나
정혁   태국 음식 얘기했는데.
😺해파   태국음식? 음식점을 찾아야지.
🐮용성   어? 🍔단편선 씨가 밥 같이 먹재요, 갑자기.
😺해파   잘했어? 얘기했어? 어? 와. 장비까지 나왔네(* 편집자 주 : 녹음기를 보고 하는 말)
정혁   잘 모르겠어. 어떻게 나올지.
🐮용성   같이 먹을까.
😺해파   전화 해, 전화.
🐮용성   대신 인터뷰 좀 해줘요.
정혁   궁금한 게 있니?
🐮용성   있지, 왜 없겠어요.
😺해파   당신의 성장배경과 (웃음) 10년 후의 전망에 대해서.
🐮용성   좋다. 전망 얘기해줘요. 저 전화 좀 하고 올게요.
정혁   10년 후가 보이지가 않고. 내가 뭐 하고 있을까? 바라기는 되게, 나름, 멋들어진 음악가가 되어서.
😺해파   누구 같은? 너 롤모델 있어?
정혁   롤모델 없어. 근데 내 음악, 개인 음악도 하고 시옷과 바람 음악도 하고 또 다른 뭔가를 하고 있으면 좋겠고, 외주 작업이나, 예를 들어 🐮용성님한테 곡을 줘. 그런 느낌
😺해파   지금보다는 에너지가 많았으면 좋겠네, 10년 후에는?
정혁   그치
😺해파   정력이 많았으면 좋겠네
정혁   아, 무슨. 맞는 말이지. 뭐 사 왔어?
😺해파   원두*.(편집자 주 : 봉지에 든 것이 🍞빵인 줄 알았는데, 원두였던 걸 녹취 풀다가 알았습니다. 저는 🍔단편선 씨와 통화를 하고 있었거든요.)
정혁   여기서 샀구나
😺해파   미안해* (편집자 주 : 해파 씨가 원두를 사면 정혁 씨를 부려 커피를 내리게 한다고 하네요.) 
정혁   그래
😺해파   블렌드로 샀어.
정혁   좋네. 추천해주시는 거? 아니면 너가 골랐어?
😺해파   냄새 맡아보라고 했는데, 한 세 개 맡아봤는데 브라질, 과테말라라고 하길래, 과테말라는 되게 많이 먹어보고 브라질은 냄새가 약했고, 블렌드.
정혁   좋네, 잘했네. 
😺해파   10년 후에 커피는 계속하고 싶어?
정혁   아, 어렵다. 진짜 어렵다. 
🐮용성   (통화를 마치고 옴) 카페로 온대요.
😺파   여기로?
🐮용성   네. 여기로.
😺해파   우리가 마지막 녹음이에요?
🐮용성   네. 모든 책임을 시옷과 바람한테 돌려야겠다. 다 된 밥이었는데 둘이. 
😺해파   돈을 그거 밖에 안 줘서 그것만큼 했다 그래야지
🐮용성   어? 그럼 더 줘버려야겠다.
😺해파   기대된다. 난 많이 주면 열심히 할 거야.
🐮용성   질문 다 했어요?
😺해파   뭐, 제가 질문이 있겠어요.
🐮용성   서로 해봐요
😺해파   왜 자기는 놀라 그래.
🐮용성   참신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항상 궁금했는데 말하지 못한 거.
정혁   너의 10년 후 전망
😺해파   없어. 전업 뮤지션이 됐으면 좋겠다.
🐮용성   전업 뮤지션? 그거 뭐, 쉽지. 돈을 못 벌어서 그렇지
😺파   (웃음) 맞아.
😺해파   그래도 진짜, 10만 원 20만 원이라도. 부업으로 벌지 않는.
정혁   생활이 되는?
😺해파   그 삼사십만 원 돈도 음악으로 벌고 싶다.
정혁   음원수익으로? 
😺해파   무슨 일이든지 정기적이기만 하면은 되지 않을까.
🐮용성   둘이 평소에 무슨 이야기 해요, 만나면은?
정혁   무슨 얘기하지?
😺해파   얘기 안 해요. 진짜 그냥, 이렇게 앉아 가지고 폰 하고. 그리고 요즘에 우리가 지원사업을 줄줄이 떨어져 가지고 불평 불만, 막 이런 거.
🐮용성   청춘 마이크랑 또 뭐 떨어졌어요.
⚽정혁   윤동주 창작 음악제?
🐮용성   (웃음)(편집자 주 : 🐮천용성도 2019년에 떨어진 적이 있다.)
😺해파   윤동주 떨어졌고 청춘 마이크 떨어졌고
🐮용성   윤동주 시옷과 바람으로 냈어요?
😺해파   각자
🐮용성   들려줘요, 윤동주 노래. 
😺해파   들려드릴게요. 그리고 어디서 행사 섭외가 왔어요. 30분 공연해달래요, 인천에서. 그런데 우리가 ○○만 원 불렀거든요? 그랬더니 예산 상 문제로 못 부르게 됐다고. 
🐮용성   (전화가 울림) 네. 여기? 뭐야, 안대매요. 커!피!폴!리! 로!스!터!스!. 네. (웃음) 아까 “아, 거기” 이러더니 다시 전화 와서 여기 이름이 뭐냐고.
😺해파   많이 부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용성   ○○만 원? 아니, 많이 부른 것 아닌데.
😺해파   적당하죠?
🐮용성   오히려 적게 부른 것 같은데.
🍔편선   팔자 좋~아 보이는 구만!
🐮용성   가요, 샐러드 사러.

지옥 훈련
지옥 훈련

*5월 2일에 미처 하지 못한 질문들이 있어 추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추가 인터뷰도 같은 날 한 것처럼 감쪽 같이 넣어 놓았습니다.

*요즘 2집 준비로 바빠 정리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뻐해주세요. 물론 그러실 수밖에 없겠지만.

*다음 화에서는 과거 '플레이 걸'로 활동했고 최근에는 'Print Print Shop'으로 활동 중인 사진 작가 김소라 씨를 만납니다.

 


🔥특보🔥

🍔오소리웍스 단편선, 결국 특보 펑크💥내,,,

그 흔한 사업자등록증 하나 없는 주제에 오소리웍스라는 유령 업체를 만들어 대표랍시고 거들먹거리고 다니던 음악 프로듀서 🍔단편선이 결국 특보 원고를 펑크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고품격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이 창간되고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대형사고.

오소리웍스 사무실을 둘러싼 기자들의 질문에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도망치듯 빠져나가던 🍔단편선은 "사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5월 2일에 🐚전복들 EP를 발매한 뒤 불과 열흘 만에 EP 한 장(😙후하)을 또 발매하는 게 사람할 짓인가? 게다가 또 며칠 뒤에는 🐮천용성 싱글이 발매된다. 문예고 나발이고 음악이 먼저다. 일단 유통사에 자료를 보내야 발매가 되긴 할 거 아닌가?"라고 외쳤다.

그러나 멤버들의 반응은 싸늘한 추세.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천용성은 "말은 저렇게 해도 놀 거 다 놀고 마실 거 다 마신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전복들의 고창일도 "당장 며칠 전에도 함께 마셨다. 저렇게 바쁜 걸 미리 알았더라면 마시자고 하지도 않았을 것. 어디까지나 본인의 과실이다."라고 비난했다. 최근 싱글 '디플로도쿠스'를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전유동도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 것이라 생각한다. 이젠 준비가 된 듯."이라는 냉소를 보냈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천용성 @yongsung000

[공연] 5/21(금) 아이다호

[음원] 5/26(수) 천용성 싱글 〈반셔터(feat. 정우)(prod. by 동찬)〉 공개

[음반] 5/26(수) 천용성 2집 《수몰》 발매 후원 텀블벅 오픈

🐚전복들 @cosmic_abalone

[공연] 5/15(토) 클럽 헤비, 전복들 X 전유동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5/15(토) 클럽 헤비, 전복들 X 전유동 발매 기념 쇼케이스 《전전쇼》

[공연] 5/20(목) 두물머리, 딴딴회관 X 전유동

[공연] 5/29(토) 대구 대화의 장, 전유동&복다진

😙후하 @hoohaa.seoul

[음반] 5/12(수) EP 《Spring》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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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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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개비오촌당숙

    2
    almost 3 years 전

    직박구리 두 마리 입니다.

    ㄴ 답글 (1)
  • numjoara

    0
    almost 3 years 전

    안이뿐데요 헹!😏

    ㄴ 답글

© 2024 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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