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OTT 연구소입니다.
2023년 4월 28일 '디즈니는 이대로 주저 앉을까?'를 마지막으로 약 1년 동안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서울, 강릉에 이어 낯설면서 익숙한 도시인 강원도 원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 봄, 새로운 계절과 함께 OTT 연구소를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다시 돌아온 OTT 연구소의 보고서에서는 팬데믹이 끝나고 변화가 컸던 OTT와 영화 시장, 그리고 넷플릭스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목차
- 크게 변한 영화 시장
- 자존심과 돈
- 넷플릭스는 OTT를 평정했나?
🎬 크게 변한 영화 시장
'팬데믹, 코로나, OTT'
2020년 12월,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첫 보고서를 발송하고 메일링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3년이 넘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할지 몰랐죠. 3년이 지난 2023년 거리두기를 비롯한 여러 조치가 해제되고 팬데믹은 해제되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 옆에 있지만, 비상 상황은 끝이 났죠. 그와 함께 폐허가 된 주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요동치는 콘텐츠 생태계와 OTT라는 거대한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TV, 영화 시장의 모습이 그랬죠. 생존자는 보이지만 다들 온전치 못한 모습으로 서있었습니다.
↘ 하한가를 면치 못한 극장가
영화 시장이 변했다는 말에 앞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영화 자주 보시나요?"
스스로 이 질문을 했을 때,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주변에 평론가, 유튜버, 기자 등 직업적인 이유로 평균보다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을 제외한다면 제 주변 사람들 역시 저와 같은 답이 많았습니다.
2023년 극장가는 팬데믹 이전 시기 흥행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여러 뉴스에서는 '팬데믹 이전 수익을 회복했다.', '다시 영화 붐이 이나?'와 같은 기사가 연일 나오지만, 기사 내용을 자세히 보면 '일부 흥행작에 의한 단기간 흥행'이거나 연간 흑자가 아닌 '일부 분기에 지난 분기보다 수익이 나 흑자로 전환했다.' 정도의 내용일 때가 많죠.
2023년 4분기 실적 | 2023년 전체 매출 | 특이사항 | |
CGV(CGV) | 매출 3,430억 원(영업이익 169억 원) | 매출 1조 5,459억 원(영업 이익 491억 원) |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해외 사업 개선이 흑자 견인 |
롯데컬처윅스(롯데시네마) | 매출 1,692억 원(영업 손실 27억 원) | 매출 5,621억원(영업 손실 84억 원) | 투자·배급 작품의 흥행 부진 |
메가박스 중앙(메가박스) | 매출 1,007억 원(영업 손실 69억 원) | 매출 3,101억 원(영업 손실 179억 원) | 4분기 <서울의 봄> 흥행으로 4분기 투자 성적이 올랐지만, 영화관 수익은 오히려 감소 |
CGV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팬데믹 기간에 어려움을 겪은 걸 감안한다면 멀티플렉스 3사 모두 적자와의 싸움을 견뎌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장으로 오는 관객 수의 감소와 함께 해마다 오르는 고정비용(극장 운영비, 인건비 등)은 정체되어 있는 수익에 비해 크게 오른 느낌을 줬죠. 영화만 내면 천만 관객을 넘던 과거와 달리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극장과 영화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여전히 천만 관객 영화는 한해에 1편에서 2편, 3편 정도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소위 '중박 영화'로 불리는 200만 명 이상, 1000만 명 미만 작품은 예년에 비해 확연히 줄어든 모습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보면 1월에서 7월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서 <범죄도시3>를 제외하고 200만 명을 넘긴 작품이 없었고, 여름, 추석 성수기에 개봉한 <밀수>가 514만 명,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385만 명을 기록했고, 주요 배급사를 제외한 중소 규모 제작 작품 중 200만 이상 영화는 217만 명 관객을 동원한 <30일>이 유일했습니다.
영화를 극장에서 소비하는 사람이 줄었다, 예년만큼 극장에 자주 가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풀이됩니다. 영화관 밖에서, OTT나 IPTV 등을 이용해 안방에서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이 늘면서 '굳이 극장에서 봐야 하나?'라는 인식을 확산하였습니다. 영화 티켓값이 오른 것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죠.
'티켓 값이 올랐으니 기왕 보는 거 재밌는 영화를 골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은 영화 팬에게 공유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검증된 작품, 흥행이 보장된 작품, 재밌다고 입소문이 난 작품을 극장에서 보고, 그렇지 않은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하겠다는 생각이죠.
요즘 극장에는 직원도 적고 앉아있을 의자도 없는 곳이 많습니다. 적자에 허덕이니 당장 보이는 고정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방향이 맞춰지는 모습이죠.
⌨ 관련 기사
2024년 1월 19일 씨네21 2023년 영화 흥행시장 분석 기사
2024년 3월 5일 영화 진흥위원회 국내 멀티플렉스 3사 2023년 4분기 실적보고 관련 기사
2023년 11월 27일 한국저작권위원회 영화 소비자 행태 조사 결과
💙자존심과 돈💸
'방송국이 예전같지 않다'
미디어에서 일하시는 분이거나 이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요즘은 이 말은 전문가에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죠. 이 레터를 받아보고 계신 분들이라면 지금 핸드폰을 열어 자신이 사용하는 OTT와 유튜브, 숏폼 등을 확인한다면 방송국 대신 다른 여려 영역의 영상물이 내 삶을 차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령대가 어릴수록 TV보다는 움직이는 모바일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절대다수가 시청하던 공중파의 아성은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영상 플랫폼 중 가장 오래된 방송국은 이미 유행과 주도권에서 유튜브에 밀린 모양새입니다. 그나마 유지하던 드라마 시청률도 OTT에 뺏겼죠. 예능과 다큐멘터리 분야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미스터 트롯'을 내고 관련 콘텐츠를 이어가는 TV 조선이 2020년대 TV 콘텐츠 중에서 그나마 신선한 포맷을 유지한다고 할 수 있죠(이마저도 너무 우려먹어서 식상해지고 있지만).
결국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인 방송사와 신문사의 광고 수익이 급격히 줄었고, 이는 그들의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내가 만든 플랫폼에서 버티는 게 아닌, 인기 있는 플랫폼에 내가 만든 콘텐츠를 팔고 공급하면서 수익을 내는' 형태로 바뀐 것이죠. 하지만 이는 미디어 플랫폼 주도권을 급속하게 내주는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결국. '당장 수익을 내기 위해 미래 이익을 현재 수익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상황을 해결할 방안이 딱히 없죠. 각 방송사마다 산하 스튜디오를 만들어 자체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는 것도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적응하려는 모습입니다.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들이 자신들의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 기업에 글로벌 배급사 역할을 위임하고 자신들은 철저히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 돈을 벌려는 모습으로 정책을 바꾼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밝지 않습니다. 드라마 1회를 2회로 쪼개 중간광고를 넣지만, 광고 단가는 떨어지고 있기에 거둬드리는 이익은 점점 쪼개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이 세분되면서 이제는 하나의 메가트렌드가 유행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마이크로 트렌드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넓은 범위의 관심사를 타겟팅해 단번에 좋은 성과를 얻기 어려워졌죠. 크기가 큰 기업,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일수록 기존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는 OTT를 평정했나?
국내 영화, 미디어 시장이 국내외의 크고 작은 변화에 영향을 받으며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 4일 X(구 트위터)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담긴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미국 엔터 저널리스트이자 뉴스 스타트업의 창립자인 매튜 벨로니가 OTT 시장에 관해 언급한 내용이었습니다.
'스트리밍 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정말 그의 말처럼 OTT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은 끝난 걸까요? 이에 관한 저의 답을 원하신다면 저는 '네. 거의 끝나갑니다.'라고 답하겠습니다.
- 40회 보고서 - 디즈니는 이대로 주저 앉을까
- 38회 보고서 - 넷플릭스는 망할까
- 30회 보고서 - 정체성, Identify
이전 메일링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자사 플랫폼의 고수와 오리지널 시리즈 중심 정책'입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HBO MAX, 디즈니 플러스, Hulu, Apple TV,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수많은 OTT 플랫폼이 자신들의 플랫폼 뿐만 아니라 자신들보다 더 글로벌하고 규모가 큰, 시청자 수가 많은 넷플릭스에도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를 올려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도 돈을 벌고 넷플릭스에서도 수익을 얻는 구조로 가겠다는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디즈니의 '디펜더스' 시리즈를 들 수 있습니다. 마블과 관련한 판권을 사들이고 만든 드라마 시리즈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아이언 피스트', '루크 게이지' 등을 넷플릭스에 가장 먼저 선보였지만, 자사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를 내보내면서 해당 드라마의 넷플릭스 상영을 중지했죠.
하지만 이 정책을 포기하면서 넷플릭스를 경쟁사보다 세계적인 콘텐츠 배급사로 인식하고 영화, 드라마, 예능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국내 방송사와 유튜브의 모습과 비슷하죠.
마치 TV 리모컨에 당당히 이름을 건 넷플릭스와 유튜브 버튼이 이 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데 이게 소비자에게 좋은 현상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플랫폼 전쟁이 끝나면 승자는 돈을 뽑아먹으려고 합니다. 또한 독점에 가까울수록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줄어들죠. 콘텐츠 제작사들 역시 갑의 위치에 선 넷플릭스 눈치를 봐야 합니다. 유튜브와 달리 넷플릭스와 같은 OTT는 한정된 수만 선택을 받아 플랫폼에 올라갈 수 있죠.
경쟁이 멈추고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독주체제가 굳어진다면 그 문제는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기 쉽고, 독과점 기업의 횡포는 쉽게 막을 수 없죠. 소비자와 제작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는 게 유리합니다. 경쟁으로 인해 혜택이 많이 돌아갈 테니까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가격과 수익 분배 비율이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든지 이익을 많이 가져가고 싶으니까요.
2024년 1월 7일 포춘(Fortune)의 '넷플릭스는 어떻게 스트리밍 전쟁에서 승리했는가' 기사(출처 : 야후 파이낸스)
그동안 있었던 일 가운데 가장 크게 변한 세가지를 간략하게 다뤄 봤습니다. OTT 시장의 변화 뿐만 아니라 작품과 관련된 부분도 함께 전달할테니 기대해주세요. 이전만큼 자주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 자주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OTT 연구소는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영화 오리지널 시리즈, OTT에 관한 여러 정보를 알려드리는 메일링입니다. OTT와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콘텐츠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분석을 전해드립니다.
OTT 연구소 전용 메일 : ottlab@kakao.com
메일링 링크 : https://maily.so/ott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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