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T 연구소입니다. 한 주 잘 보내셨나요?
매주 보고서를 발송하면서 '예전보다 더 나은 내용을 전해드려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남들처럼 유료로 운영되는 메일링도 아니고 그렇다고 광고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기에 편하게 해야지'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의 일에 치일 때면 월요일이 되서야 '아 이번주 보고서....'를 속으로 외치면서 고민합니다.
사실 지난주에 넷플릭스 아카데미 후보작에 관한 보고서, 범죄 다큐 골라보기, 스티븐 킹 원작 소설 실사화 영화들, 미국 TV에서는 종교를 어떻게 다룰까 등등. 여러가지를 생각해봤지만 작품을 다 보지 못해서 예전에 봤던 작품 중 하나를 골라왔습니다.
전세계 모든 정치인이 봤다고 해도 무방한 정치 스릴러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시리즈입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드라마에 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제 감상평이 중심이 될 예정입니다. 드라마는 무조건 추천하는 작품이니 꼭 보시길 바라며 보고서 시작하겠습니다.
🕍 카드로 만든 집
2013년 시즌 1이 시작한 이후 2018년 시즌 6로 마무리하기까지 매년 새 시즌으로 찾아온 정치 드라마입니다. 사실상 지금의 넷플릭스를 있게 한 1등 공신이자 전세계 정치드라마에서 손꼽힐만한 수작 중 하나죠.
제목은 '카드로 만든 집'이라는 표면적인 의미와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가 처음 등장하는 하원의사당을 표현하는 속뜻이 함께 존재하는 중의적인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집(House=하원의사당=정치판)에서 여러가지 패를 쥐고 화투를 치는 정치 타짜들의 싸움판 느낌이 이 드라마와 잘 맞는 해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드라마 지형을 바꾼 작품
넷플릭스에 대한 기존 영상 제작자들의 차별과 반감은 아직까지 심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변화에 보수적인 영화계는 더 심한 편이죠. 여전히 OTT에서 만든 걸작임에도 상을 주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TV 역시 비슷했습니다. 미국에서는 OTT에서 만든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를 웹드라마로 분류하고 상을 주길 꺼려했죠. 이 벽을 처음으로 부순 작품이 <하우스 오브 카드>입니다.
2013년 미국 드라마 시상식인 에미상에 9개 부분 노미네이트된데 이어 2014년에는 골든 글로브에서 클레어 언더우드 역할로 열연하던 로빈 라이트가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한 드라마가 수상을 했다는 사실을 넘어 작품을 보는 TV 시장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OTT에서 제작된 드라마들의 시상행렬이 이어지게 됩니다. 에미상은 미국 TV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시상식이고, 아카데미는 우리의 청룡 영화제나 대종상 영화제, 골든 글로브상(Golden Globe Awards)은 백상예술대상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tvN, 넷플릭스, OCN, JTBC 등 수많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OTT에서 좋은 드라마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자기 방송사에서만 나온 드라마로 시상식을 꾸리고 있는 우리나라 공중파와 방송 시장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죠.
🗽 내가 이 드라마에 빠진 이유
이 드라마의 매력은 차고 넘칩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시즌이었던 시즌 6의 경우,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 있어 아쉬었습니다. 그 외 시즌은 무조건 정주행하기를 권해드리고 싶네요. 대신 주인공 프랭크를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가 꼴보기 싫은 분들은 굳이 보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느꼈던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드라마
- 정치인들도 혀를 내둘렀던 현실 고증
- 대부분 정치인들이 소시오패스이거나 심각한 몽상가라고 보는 편인데 그 모든 부분이 잘 녹아 있음
- '냉혹하다'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드라마
-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 교활함과 입지적인 인물의 한끗차이
- 착함은 힘이 될 수 없고 선함은 포장할 수 있다
<웨스트 윙(West Wing)>이 정의와 신념을 이뤄내는 정치인의 이상향을 그린 작품이라면 <하우스 오브 카드>는 날 것의 정치, 그리고 정치 술수, 진흙탕과 같은 정치판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래서 더 냉정하고 숨쉴 틈없이 조여오는 느낌을 받게 되죠. 드라마를 본 후에 투표장에 서면 '내가 투표하는 이 순간에도 정치인들은 머리를 굴리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선거는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매시즌 한단계씩 서열이 올라가는 프랭크를 보면 선거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죠. 그는 교묘한 정치술수를 통해 아군도, 적군도 모두 쳐내면서 백악관을 향해 갑니다.
드라마에서도 상대 당 후보, 언론을 통해 "선거를 통하지 않고 대통령에 오른 언더우드가 정당성이 있겠는가?"라는 말이 나옵니다. 상당히 공감하는 대사인 동시에 우리에게 선거가 중요한 것이지 그들(정치인)에게 선거가 중요치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중요한건 권력이지 투표용지가 아니니까요. 종신 대통령을 노리는 러시아의 푸틴 역시 압도적인 지지율과 선거를 통해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얼마전 낙선한 트럼프도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죠.
드라마를 보면 시즌 1부터 그려온 그림을 시즌 5까지 이어오면서 절정에 다다랐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제작진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잘 전달해왔죠.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그럼에도 아쉬운 점을 꼽자면?
과거 여러가지 성적 취향과 관련된 기사들이 보도된 적이 있었지만 자신의 연기 행보로 이를 묻었던 케빈 스페이시. 2017년 남성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터집니다. 2017년 10월 30일 배우 앤서니 랩이 14살이던 1986년, 당시 26세였던 케빈 스페이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게 됩니다. 당시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테인의 성폭행 스캔들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비슷한 일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케빈 스페이시 사건도 함께 알려지게 된거죠.
그는 동시에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하게 됩니다. '커밍아웃으로 스캔들을 덮으려는거 아니냐'라는 비난이 일었고, 그는 헐리우드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동시에 드라마도 위기를 맞았죠. 조연급 배우도 아니고 드라마 그 자체인 배우가 하차하게 되니 제작진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캔들 뿐만 아니라 하우스 오브 카드 스태프와 케빈 스페이시 관련 사건들도 많았던터라 넷플릭스는 시즌 6에서 그를 제외하고 촬영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합니다. 또한 시즌 6로 드라마를 종영한다는 계획도 함께 언급했죠.
다행히도 시즌 5 마지막 대사인 "It' my turn(이제 내 차례야)"라는 대사가 있어 클레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캔들이 아니었다면 원래 계획은 백악관을 떠나 막후에서 아내를 견제하는 전직 대통령 프랭크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동시에 여러가지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클레어의 싸움이 되었을거라고 예상해봅니다.
로빈 라이트와 시즌을 함께한 많은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지만, 마지막 시즌에 아쉬운 점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매몰되버린 제작진과 시즌 6 이야기
- 쥐락펴락하는 맛이 살아있던 드라마에서 툭 끊기는 느낌을 받게 한 시즌 전체의 호흡
- 이상과 현실, 그 어느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하는 클레어 대통령
- 열린 결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애매한 마무리
- 예고편이 시즌의 전부였다는 아쉬움
드라마를 이끌던 큰 축이 사라진 상태에서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했던 제작진과 배우들의 고충이 느껴지면서도 앞선 시즌의 아우라가 느껴져서 아쉬움은 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즌 6도 몰입해서 보기에는 충분히 재밌습니다.
다소 급하게, 그리고 두서없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작품이기도 하고, 발송하는 날짜가 선거일이기도 해서 한번쯤 떠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적어봤습니다.
그리고 다음주 14일에는 한 주 쉬고, 21일에 '넷플릭스 영화는 아카데미를 수상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OTT 연구소는 넷플릭스, 왓챠, 아마존 프라임의 드라마, 영화 오리지널 시리즈를 추천해드리는 큐레이션 메일링입니다. 매주 한 개의 시리즈를 추천해드립니다. 뭘 볼지 모르겠다면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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